인큐베이터 없이 출산한 병원의 판결을 보며

김재연
발행날짜: 2010-07-11 08:05:17
  •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수원지방법원 민사7부는 최근 임신 29주째에 신생아를 출산했으나 저산소증으로 뇌성마비가 일어나자 이에 대한 의사의 과실을 물어 산모와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한 경우 우선 앰뷰 배깅, 기관 삽입 등을 통해 산소를 공급해야 함에도 단순히 산소마스크만 씌운 상태에서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상당시간동안 태아를 저산소증인 상태로 방치했다 출산 후 응급조치를 게을리 해 신생아에게 큰 피해를 입힌 만큼 아기와 가족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태아의 두개내출혈 등 두부손상이 제왕 절개 수술에 의한 경우, 분만 당시 의사의 과오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자발 호흡이 유지 되고 있다면 호흡 곤란 증후군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기관 삽관 후 앰뷰 배깅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기관 삽관여부는 의사의 판단에 속하는 부분이며, 신생아는 출산 직후부터 호흡곤란증후군의 증상을 보였고 이에 의료진은 태아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면 전원의무를 위반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여겨진다.

더구나 신생아는 이송 직후부터 계속해서 호흡곤란증후군을 보였고 이에 대학병원 의료진이 뇌 초음파를 촬영한 결과 양측 뇌에 출혈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면 제왕 절개 수술에 의한 분만인 경우 뇌출혈이 분만 손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뇌성마비의 원인이 분만 손상이 아닌 미숙아의 불가피한 출혈인 경우가 많다.

미숙아에서 올수 있는 뇌출혈 소견이 뇌실내 출혈 ( intraventricular hemorrage) 인 경우로 출혈 부위가 뇌실 주위로 이는 혈관 분포가 풍부하고 지주조직이 약한 미분화된 혈관을 가지고 있어 미숙아는 뇌 혈류량의 변동으로 germinal matrix 를 가지고 있으며, 미숙아에서 흔히 동반되는 호흡 곤란 증, 저산소증, 혈압의 변동 및 이의 치료 과정에서 뇌 혈류량의 심한 변화가 야기되므로 , 미숙아에서 뇌실 주위- 뇌실 내 출혈이 호발 한다.

출생 시 체중이 적을수록 빈도가 높고 출생 시 체중이 500g~ 750g 인 미숙아의 60%~70% , 1000g ~1500g 인 미숙아의 10%~20%에서 일어나며, 출혈 시기는 대부분3 일 이내인 경우가 많다.

산모는 임신 29주째 조기진통이 와 병원을 찾았고 30주째에 양막이 터지자 의료진은 항생제를 투여하며 임신을 유지시켰으나 몇 시간 뒤 응급 환자에 대한 불가피한 제왕절개로 분만을 시행하였다면, 당해 의료진의 시설 내에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서 진료에 임했다고 본다.

결국 병원이 호흡곤란증후군이 일어난 신생아에게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뇌성마비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채증의 법칙에 위배된 판단으로 여겨진다.

재판부의 “'특히 산모는 자궁근종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어 고위험군 산모였으며 29주째 조기진통이 온 만큼 미숙아 출산에 대비해 상급병원으로 전원 시킬 필요가 있었지만 B산부인과는 그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신생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 하고자 한다.

의료행위는 의료법에 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아무리 심각한 환자라도 의사 입장에서는 일단 어떤 형식으로든 진단과 치료를 강요당한다. 즉, 강요당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응급 환자를 치료를 해주지 않아도 분쟁이 생기고, 치료를 해주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분쟁에 휩싸이게 되는 경우를 의료 과오로 보고 의사의 주의 의무위반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인큐베이터가 있는 병원이 현행 의료 수가로 적자 운영 할 수밖에 없어, 전국적으로 인큐베이터가 필요한 신생아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개인 병원에서 전원 할 병원이 없어 불가피하게 응급 상황에서 분만 할 수 밖 에 없는 경우가 발생 되는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으로 본다.

"의료과오"란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통상의 의료인이 기울여야 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주의를 게을리 하여, 그 결과로 환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본다.

모든 조기 진통으로 오는 산모들이 이번 사건의 경우와 같이 양수 파수가 동반 되지 않고 약물치료로 통상적으로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입원 치료하는 진료임에 비추어 양수파수를 예측하지 못하였다고는 하나 양수 파수는 예측하기 곤란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의사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

진료 당시의 의학 수준, 의료제도, 시설이나 인력과 같은 의료 환경, 환자의 특이 체질 등을 고려해서 의사가 할 일을 다 했다면 그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의사에게 과오(과실)가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상급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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