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통합, 한국의료제도 주춧돌 놓았다"

장종원
발행날짜: 2010-07-21 06:50:38
  • 보장성 확대 기반…건보공단-심평원 분리체제도 확립

|건강보험 통합 10년, 의미와 과제|

2000년 건강보험 통합은 한국의료제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기반이 됐으며, 보험료 징수의 형평성을 확대하는 등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 통합 10년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건강보험이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건강보험 통합 이후 10년
② 통합 이후 멈춰진 한국의료
③ 한국의료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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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건강보험이 통합 되기까지는 쉬운 길이 아니었다.

건강보험 통합을 위한 국민의료보험법은 지난 1989년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10년이 지난 1999년에야 국민건강보험법으로 이름을 바꾸어 국회를 다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보험 통합 이후의 한국의료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건강보험 통합은 현재의 한국의료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었다. 보장성 확대의 기반이 됐으며 건정심(2002년) 등을 통해 의료소비자가 건강보험제도에 참여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건강보험 통합, 보장성 확대의 기반

건강보험 통합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지역과 직장으로 나누어져있던 시절 조합별로 재정상태가 달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꿈을 꾸기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재정이 통합되고, 국민들이 동일한 건강보험 부과체계로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면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실현될 수 있었다.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송상호 중앙집행위원은 "건강보험 통합이 안됐더라면 부자조합과 가난한 조합으로 나뉘어져, 저소득층이 있는 가난한 조합은 낮은 보장성, 높은 보험료로 의료접근성과 형평성이 보장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강보험 보장성은 건강보험 통합 이전에는 50% 이하였지만 지난 2008년에는 62.2%까지 올라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보장성 확대내용을 보더라도 산전진찰 급여(2000.7월), 식대급여(2006.6), MRI(2005.1)·PET(2006.6) 급여, 분만·소아 본인부담 면제 또는 경감(2005.1월), 중증·희귀난치성질환자 본인부감 경감(1983년부터 지속적), 전액부담항목의 급여전환(2005년부터) 등이 연이어 실현됐다.

이 같은 보장성 확대 정책은 국민의 의료접근성 확대와 의료이용량 증가로 이어졌다. 국민 1인당 의료기관 이용일수는 2000년 11.63일에서 2009년 17.98일로 약 55%가 증가했다. 건강보험 재정 역시 급증하는 원인이 됐다.

건보공단-심평원, 체제의 출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 통합과 함께 의료보험연합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분리돼 독자적으로 출발했다.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은 징수업무와 사후관리업무를 맡았고 독립기구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사업무를 수행했다.

심평원의 경우 분립된 독립 심사기구로서 많은 발전을 했다. 심사업무를 사전예방과 심사, 사후관리로 구분하고 IT를 활용해 전산심사를 도입하는 등 심사의 과학화와 효율화를 추구했다.

이에 반면 건보공단은 징수업무가 주다보니 요양급여비를 의료기관에 제공해야 하는 보험자로서의 한계를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건보공단은 초기 독자적 현지실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부에 건의하고 국회에 요청하는 노력을 지속했으나 번번히 좌절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당청구관리시스템(FDS)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

건보공단은 보험자로서 사후관리는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건보공단이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 공급자를 이중 감시하려 한다고 연일 공격하고 있다. 심사 업무를 맡은 심평원도 애써 불편한 시선을 감추고 있다.

의료계, 거대보험자 건보공단을 만나다

의료공급자들에게 건강보험 통합은 기회이기도 위기이기도 했다. 건강보험 통합으로 인한 의료접근성 강화는 의료이용량을 늘려 의료계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회가 됐지만 거대 보험자의 탄생은 부담스러운 요소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건강보험 통합으로 보장성이 확대되고 건강보험 전체 파이가 커져 이익이 의료계에 돌아간 측면이 있다"면서 "건강보험 통합은 의료계에 이득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인사는 "건강보험 통합이 그러한 장점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의약분업이라는 큰 파고를 거친 의사들에게는 전혀 인식이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신규의사의 급격한 배출이 그 효과를 상쇄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별, 직장별로 나누어져 있던 보험자가 하나의 거대한 보험자로 재탄생한 것은 의료계의 위기이기도 했다. 거대 보험자가 소규모 의료공급자를 효율적으로 옥죄는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통합과정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의료계가 목소리를 낸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송 집행위원의 경우 "건강보험 통합 이전에는 의료공급자의 힘이 강했지만, 건강보험이 통합되면서 의료비 지출을 견제하는 등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결국 정부는 의료계의 우려를 받아들여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과 독립적인 심사업무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리했다. 하지만 아직도 의료계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인천에서 개원중인 김모 원장은 "외관상으로는 심평원이 독립적인 심사기구였지만, 실제로 정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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