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업 보호막 잇따라 제거…비급여과 정조준
|초점| 미용성형술 부가세 부과 의미와 전망3년전 이맘때쯤 일부 학회 사무실에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학회가 각종 세금을 포탈했다며 관련 서류들을 압수해간 것. 결국 이들 학회들에는 수억원의 과징금이 추징됐다.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미용목적 성형수술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부가 의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변화하고 있는 정부의 패러다임을 조명하고 뽑아든 칼끝의 방향을 예측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무너진 성역…정부, 의료업에 메스
(하) 어디까지 확대되나 관심집중
지난 23일 기획재정부가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로 3차례나 좌초됐던 부가세 부과방안을 다시 발표했다. 미용성형에까지 면세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의료행위에 첫 부가세 "패러다임 변화 반증"
의료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의사선생님'으로 불리며 성역을 보장받던 시대는 저문지 오래, 정부가 점점 더 의사를 고소득 자영업자로 분류하며 소득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이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기 충분하다.
의료행위를 수익수단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이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하나로 뭉쳐 생각하던 '의료'라는 부분을 이제는 급여과와 비급여과로 나눠서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즉, 국민의 건강을 다루는 급여과는 '의술'로 최대한 보호해주되 비급여과목은 일반 자영업자로, 더욱이 세원이 투명하지 않은 고소득자로 취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의료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종교 등 몇몇 분야와 함께 비과세 해택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자체가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비영리 기관인 만큼 의료행위를 영리의 수단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조였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의료행위에 부가세가 부과되면서 이러한 특혜는 과거의 산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급여 시술은 '비영리'가 아닌 '영리'를 위한 행위라는 것을 부가가치세 부과를 통해 명백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기관을 비영리 기관으로 묶어놓고서는 부가세를 매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성형외과학회 관계자는 25일 "성형외과만 놓고 보더라도 의료업을 완전한 영리사업체로 보는 있는 것 아니겠냐"며 "부가가치세를 매긴다는 것은 결국 물건을 파는 상인과 똑같이 취급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의료기관에서도 의료기기 판매 등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권리는 주지 않고 부가세만 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예고된 인식변화…칼끝은 어디로?
사실 이같은 정부의 인식변화는 수년전부터 감지돼 왔다. 지난 2007년 의학회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로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성형외과학회 등 일부 학회에 대한 국세청의 급작스런 세무조사는 의학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학술단체, 그것도 의학 학술단체의 회계를 정조준한 정부의 움직임에 의학계는 혼비백산했고 무방비 상태의 학회들은 수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해야 했다.
돌아보면 그 사건은 정부의 인식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였다는 의견이 많다. 의학회를 비영리 학술단체로 보던 정부가 수입과 지출이 존재하는 사업체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부가세 과세방침도 수년전부터 검토된 예고된 변화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지난 2002년 미용목적 성형수술에 대한 부가세 과세를 검토했었고 성형외과 등 의료계에 반대에 부딪혀 스스로 개편안을 접은 바 있다.
또한 2008년도에도 과세안을 검토했었지만 역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안을 내보기도 전에 철회했었고 지난해에는 여론을 의식한 국회가 지경부의 의지를 꺽으면서 또 한번 개편이 좌절됐다.
결국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3차례나 지속적으로 부가세 부과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2년 연속 좌초되면서도 또 한번 개편안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등에 따르면 이제는 그만큼 사회적 여론이 형성됐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비급여 진료과목 의사들의 고수입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미용수술 등에 대한 비용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국회에서도 감지했다고 간파한 것이다.
즉,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다해도 여론을 등에 업고 법안을 강행할 수 있는 체력이 다져졌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올해는 국회에서도 상당 부분 세제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수긍하고 있는 만큼 시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도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한 확대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신규 세원확대를 위한 것일뿐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비급여 시술 전체를 손보겠다는 정책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질병치료가 아닌 미용성형 등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며 치료비 또한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이러한 부분까지 면세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질병치료는 수가로 통제돼 부가가치의 폭이 작지만 비급여 진료는 가격결정권이 병원에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가 발생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들도 모두 미용수술을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의료업 전반을 세무적으로 통제하려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기우일 뿐"이라며 "신규세원 확보를 위한 과세기반을 확대하는 것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의료계는 당초 기재부가 라식수술과 교정술 등도 미용성형과 함께 과세대상으로 포함시키려다 철회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비급여 진료과목 전반에 과세폭풍이 몰아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이에 따라 세제개편안이 입법예고되는 오는 9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와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