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카바수술 검증…환자 생명은 뒷전

안창욱
발행날짜: 2010-10-11 06:51:37
  • NECA-송명근 교수, 네탓 공방 "연구결과 못 믿는다"

[특별기획] 카바수술이 남긴 의료행위 검증 과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에 대한 후향적 수술성적 평가연구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이 수술의 안전성 논란이 국회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카바수술을 둘러싼 핵심 논란과 근본 원인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카바수술 논란의 핵심은 검증 실패
(하) 정부, 조건부 비급여 고시해놓고 ‘뒷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원장 허대석)은 지난 8월 복지부와 심평원의 카바수술 실무위원회에 <카바수술 후향적 수술성적 평가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카바수술은 건국대병원 송명근(흉부외과) 교수가 개발한 CARVAR Set을 이용해 대동맥 근부 및 판막을 복원시켜 심박출량을 개선하는 수술법이다.

송명근 교수가 NECA 보고서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송 교수는 2007년 3월 심평원에 이 수술법을 신의료기술로 결정해 줄 것을 신청했다.

심평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는 관련 학회 등이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에 이견을 제시하자 근거자료 축적을 위해 3년간 경과후 재평가하는 조건으로 비급여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09년 5월 카바수술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하는 조건으로 비급여를 시행하기로 의결했고, 이를 근거로 NECA는 수술성적 평가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안전성, 유효성 평가연구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보건의료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안전성, 유효성 평가연구는 연구계획서에 근거해 사전 등록된 환자에 대한 자료 수집을 전제로 전향적 연구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송 교수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임의로 시술을 계속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연구계획서는 당연히 보건의료연구원과 여러 시술자가 의견을 내 함께 만들 일이지 시술자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면서 “전향적 연구계획서 작성 책임은 보건의료연구원에 있다”고 못 박았다.

심평원 실무위원회는 이처럼 전향적 연구조사가 이뤄지지 않자 송 교수가 이미 시술한 환자 명단에 근거해 사후 자료를 수집해 조사하는 후향적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NECA의 후향적 연구는 송 교수가 2007년 4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서울아산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시술한 397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후향적 연구결과 397명 중 15명(3.8%)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술과의 인과성이 있다고 평가된 사망사례가 14건 이었다.

카바수술 전체 환자군에서 인과성 평가를 받은 심각한 유해사례는 202명에서 346건 발생했고, 수술 적응증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수술 부적합군이 52명이었다.

수술 부적합군 중 3건의 심내막염이 발생했고, 22명에서 수술후 여전히 대동맥 판막기능 부전이 잔존하는 게 25건이었다.

대동맥판막질환을 진단 받아 수술받은 337명 중 조사기간 10명(2.97%)이 사망했고, 수술후 30일 이내 조기사망률은 1.19%였다.

NECA는 “국내 4개 대학병원의 같은 기간 대동맥판막치환술의 1년 사망률 1.4%에 비해 카바수술은 3.83%”라고 명시했다.

▲"송 교수 비협조로 수술 적응적 판단유보 54.9%"

주목할 점은 NECA가 전체 397명에 대한 수술 적응증 평가에서 부적합군으로 판정한 52명 외에 218명(54.9%)에 대해서는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NECA는 “공정한 조사를 위해 건국대병원에 수술환자의 심장초음파 데이터, 수술 적응증에 대한 소명자료,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원된 환자의 의무기록 등을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가 후향적 연구에 필요한 자료조차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카바수술 자료검토위원회(흉부외과학회, 심장학회 추천 전문가 각각 3명)가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 환자의 의무기록을 추적조사한다면 수술 부적합군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NECA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NECA는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44명에 대해서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NECA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최종 방문일로부터 의무기록 조사 시점까지 6개월 이상이면 사망 가능성이 있지만 심평원과 공단의 협조를 얻지 못해 더 이상 추적조사를 못했다”면서 “추적조사가 가능했다면 이들 중 사망자가 새로 발견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기술했다.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망률, 수술부적합, 수술 유해사례가 많았는데, 의무기록을 100% 추적할 수 있었다면 더 심각한 보고서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NECA가 복지부에 카바수술 잠정 중단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명근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보고서 검토의견>을 통해 이런 주장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송 교수는 “아산병원 환자 명단 311명 중 27명만 임의로 선택한 것은 부당하며, 건국대병원에서 수술한 환자 372명 중 수술 조기사망자가 6명(1.6%), 추적사망자가 6명(1.6%)이어서 전체 수술사망률은 3.2%"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국내 4개 대학병원의 대동맥판막치환술의 1년 사망률이 1.4%라는 NECA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는 추정 조기사망 성적을 정당한 자료로 오인해 무리하게 넣었다”고 맞섰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NECA가 카바수술의 심각한 유해사례가 202명에서 346건 발생했다는 보고와 관련, 어처구니 없는 통계라고 일축했다.

판정을 위해 보고자들이 제시한 가이드에 전혀 언급이 없는 심초음파만의 잔존 폐쇄부전증과 잔존 협착증 241건을 포함시켰고, 수술후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환자에 대해서도 맞지 않는 잣대를 적용해 유해사례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카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검증"

송 교수는 추적소실자 44명에 대해서는 “6개월 이상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을 사망자로 의심하는 것은 카바에 대한 지식과 경험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판막치환술 후에는 1~3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해 혈액응고검사를 하고 항응고제인 와파린 용량을 조절해야 하지만 카바수술은 정규적인 병원 방문이 6개월에서 1년이어서 추적소실자 44명 중 대부분이 여기에 속할 것이 자명하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NECA는 수술 부적합자가 52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판단을 한 사람 중 단 한명도 카바를 보거나 설명을 듣거나 경험한 사람이 없다”면서 “카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수술 적응증을 판단하는 게 과연 진실일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고성민 교수, 흉부외과 신제균 교수, 지현근 교수, 심장내과 황흥곤 교수 등이 자체 분석한 결과 이들 모두 수술 적합 대상으로 재확인됐다는 게 송 교수의 입장이다.

송 교수는 “NECA 보고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작성한 보고서라 할 수 없으며 이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송 교수는 건국대병원이 의무기록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아 상당수 환자의 수술 적합성 판단을 유보했다고 보고서에 명시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실무위와 NECA는 올해 2월 권한 밖인 수술 중단을 결의하고, 이를 복지부 승인도 받기 전에 일간지에 알렸다”면서 “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보장, 중립적 실무위원 선정을 하지 않는 한 협조할 수 없다는 기피 및 제척 신청을 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NECA와 실무위원회 기피 및 제척 신청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NECA의 어떤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NECA와 송 교수가 전향적 연구계획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엇박자를 낸 결과 카바수술에 대한 검증 결과에 대한 양 측의 대립은 불가피했고, 그 사이 수백명의 환자들은 개인적 판단에 따라 생명을 걸고 수술대에 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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