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관 수가 버젓이 지급…물 먹은 병리학회

안창욱
발행날짜: 2010-12-14 12:12:21
  • 검사 인증유예 불구 급여 인정…복지부·심평원 딴소리

대한병리학회(이사장 서정욱)가 검사 정도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병리진단 수탁기관에 대해 인증 보류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버젓이 수가를 지급해 검사의 질 제고의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검체검사를 위탁할 경우 <검체검사위탁기준>에 따라 진료비 심사 및 비용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어 시장 혼탁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병리학회는 지난 6월 의료기관으로부터 병리진단검사를 대행하고 있는 수탁검사기관 2곳에 대해 20일 인증 보류 판정을 내리고, 이를 심평원에 통보했다.

<검체검사위탁기준>에 따르면 의료기관으로부터 인체에서 채취한 가검물에 대한 검사를 수탁받은 기관은 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나 관련 학회로부터 정도관리 인증을 받아야 한다.

병리진단 정도관리 인증을 하고 있는 병리학회는 올해 처음으로 검사수탁기관 2곳에 대해 인증보류 결정을 통보했다. 이중 한 곳은 최근 타사로 합병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병리학회가 인증보류한 사실을 심평원에 통보했지만 나머지 한 곳은 인증보류 기간에도 수탁검사를 해 왔고, 수가까지 지급받았다는 점이다.

<검체검사위탁기준>을 보면 심평원장은 요양급여비용을 심사, 평가할 때 관련 협회 또는 학회와 공동으로 정도관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율 시정통보나 요양급여비용 심사,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14일 “정도관리를 학회에 위임하는 것과 급여 불인정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도관리에서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증보류 기간 직접 수탁검사를 하지 않고 재위탁했기 때문에 검사를 위탁한 의료기관에 해당 급여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심평원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검체검사를 위탁하도록 한 것은 정도관리 인증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정도관리 인증을 통과하지 않은 수탁기관에 급여비용이 지급됐다면 문제가 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현재의 위탁검사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정도관리에서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급여를 청구하는데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복지부, 심평원 모두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검체검사위탁기준>에 따르면 심평원은 수탁기관에서 통보한 검체검사 공급내역과 위탁기관의 위탁검사 청구내역을 대조 심사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런 절차를 거쳐 검사를 위탁한 의료기관에는 위탁검사관리료(검사료의 10%)를, 수탁기관에는 검사료를 직접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시스템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지 오래다.

수탁기관과 위탁기관이 대조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심평원에 각각 제출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검사료와 위탁검사관리료는 검사를 위탁한 의료기관에 일괄 지급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검사를 의뢰한 의료기관과 수탁기관은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고, 을은 갑에게 검사료의 50% 가량을 리베이트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진단검사의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부실 수탁기관에 검사료를 지급하지 않으려면 검사를 의뢰하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대조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협조가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도관리 인증을 받지 못한 수탁기관이 급여 불이익을 받으려면 수탁기관이 직접 급여비를 청구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체검사위탁기준>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복지부와 심평원 모두 수수방관만 해 온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도관리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시범 케이스’로 인증유예 결정을 내린 병리학회만 물을 먹었다.

병리학회 관계자는 “정도관리 인증 유예 기관은 급여비용이 지급되지 않아야 하는데, 심평원이 적당하게 심사하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진료비를 청구할 때 어느 기관에서 검사를 했는지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런 게 일치하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차명진료도 가능해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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