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원인 그대로 두고 병원 희생만 강요"

발행날짜: 2011-01-15 06:47:38
  • 대구시 응급의료 강화방안 두고 대학병원들 반발

최근 소아 환자 사망과 뇌출혈 환자 대응 문제로 집중 포화를 맞은 대구광역시가 재발 방지를 위한 응급의료 강화방안을 마련했지만 지역 대학병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 병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구광역시는 14일 지역 대학병원들과 대책 회의를 열고 지역 응급의료 강화를 위한 대책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에는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기능 강화방안은 물론, 1339 응급의료센터의 효율성 제고안이 포함됐다.

대책안에 따르면 앞으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입구에는 중증과 경증환자를 분류할 수 있는 환자 분류실이 신설된다.

또한 내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전문의가 24시간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게 되며 소아 전용 응급실도 설치된다.

아울러 관내 대학병원에 뇌혈관, 심혈관, 중증외상 등 특성화 응급센터를 설립해 응급상황에 효율적으로 대비하도록 했다.

대구시는 이번 종합대책안이 지역 응급의료서비스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범일 시장은 "다시는 지역내에서 병원을 오가다가 시민의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시민 중심의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내 대학병원들은 이러한 대책안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답답한 마음을 내보이고 있다.

턱없이 낮은 응급의료 수가 아래서 이렇게 응급실을 운영한다면 병원 운영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24시간 당직을 서며 응급실을 지킨다면 당연히 의료의 질은 올라간다"며 "하지만 대다수 병원들이 이를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응급의료 수가가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대책안처럼 내과,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교수들이 모두 응급실을 지키려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며 "병원이 자선단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B대학병원 관계자도 "대책안의 취지와 의미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것은 물론, 시설과 장비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근본원인은 외면한 채 병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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