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살릴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이재호
발행날짜: 2011-02-11 13:26:36
  •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전문위원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금년 중에 선택의원제를 도입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보건복지부는 새해 벽두부터 진수희 장관까지 직접 나서 동네의원은 경증환자 치료와 더불어 주변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를 전담의사나 단골의사 개념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면 환자로서는 의료비 부담도 경감하고 접근성도 올라갈 수 있게 된다며 선택의원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함으로서 현재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아 적시적소에 적정한 의료인에 의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을 재편해 의원급 의료기관이 gatekeeper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사들은 선택의원제는 용어만 다를 뿐 전담의사제와 똑같은 제도라고 주장하면서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이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동상이몽에 빠져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 진정으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통해 1차 의료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를 위한 해결책은 선택의원제가 아닌 영세한 동네의원 살리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영세한 동네의원을 살리고 아울러 의료전달체계도 확립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무너져가는 영세한 동네의원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동안 경증환자는 의원,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이라는 공식의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1차의료의 근간이 되는 동네의원 대부분은 고사상태에 빠져 있다.

매년 3천여명 이상의 신규 의사가 배출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개원한 젊은 개원의들은 경영난으로 인해 이자를 갚는데 허덕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점점 늘어나는 부채와 이자 부담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의사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일부 동네의원은 의료기관 존립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진료환자수가 감소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동네의원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대상업체로 선정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시설자금 지원 등을 통해 의료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1차의료 증진기금 마련 등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통해 경영난을 타개하고 이를 통해 살맛나는 진료환경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둘째, 유상의 권위 있는 진료의뢰서 발급 및 진료의뢰서에 사용기간을 명시하여 의료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형병원 선호현상이 유독 강한데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막지 못하고서는 제대로된 의료공급이 이루어질 수 없는 바, 외래 진료의뢰서를 1회 방문으로 제한하는 등 건강보험 진료의뢰 제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무상으로 발급하고 있는 진료의뢰서를 유상화하되 충실한 진료정보와 검사자료를 담아내도록 함으로서 중복진료를 줄이고 1차 의료기관의 추천 없이 3차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 전액을 본인부담금으로 처리하여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모든 일차의료기관이 지역거점병원과 gatekeeper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차 의료기관간의 긴밀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성도 있다.

셋째, 전문 1차의료 활성화를 통해 한국적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개원의 중 전문의의 비율이 약 80%에 달할 만큼 높아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일반과를 포함한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의 약 28%가 전문과목을 내걸지 않고 진료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원할 경우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개원의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개원하거나, 내과, 가정의학과, 외과, 소아과, 정형외과 개원의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개원하도록 하는 전문 1차의료 활성화 방안 도입을 통해 환자에게 원스톱 진료 실시를 통해 한국적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최일선에서 질병을 조기진단․조기치료 함으로서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의료접근성 보장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건 중 경증질환이 32.5%를 차지하고 있는 바 보건복지부는 ‘아랫돌 빼어 웃돌 괴기’ 에 불과한 선택의원제 도입을 논의하기 이전에 의료자원의 효율적 재분배를 통해 일차의료 활성화와 건강보험재정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동네의원의 진료의지를 꺽는 무차별적인 삭감,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과도한 행정처분, 보건소와 동네의원간의 진료경쟁, 건강관리협회 및 인구보건복지협회 등의 무차별적인 건강검진 및 저가예방접종 공세 등으로 인해 동네의원이 더욱 몰락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생태계의 질서 회복을 통해 고사상태에 빠져있는 동네의원을 구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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