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서저리' 난치성 정신질환 수술 성공

안창욱
발행날짜: 2011-02-22 20:41:48
  • 서울아산 이정교 교수팀, 정신분열병 공격적 성향 완치

공격적이고 난폭한 성향이 강해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의 행동이 잦아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던 20대 한 남성이 정신질환의 수술적 치료인 '싸이코서저리'로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으면서 공격적 성향이 강해 가장 높은 단계의 약물 치료로도 전혀 조절되지 않았던 구모(남·27) 씨.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이정교 교수팀과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이태경·정은기 박사팀은 구 씨의 강박성 및 공격성 감소를 위해 지난 달 20일 '싸이코서저리'를 시행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구씨는 수술 후 예후 관찰 기간인 한달이 지난 현재 정상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정교 교수팀은 전극을 부착한 바늘을 뇌의 신경섬유의 일부에 넣어 고주파전류를 흐르게 해 목표 부위를 파괴하는 수술인 ‘뇌정위적 양측 전방 피막절개술’을 시행했다.

이 같은 정신질환 환자를 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하는 것을 ‘싸이코서저리(psychosurgery)’ 라고 한다.

구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중학교 입학 후 공격적인 행동, 환청, 환시로 입원 치료 후 2002년부터는 국립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술 전 구씨는 국립서울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며, 1월 19일 수술을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입원 직 후 구씨는 입원안내문을 찢고, 몸에 있는 주사바늘을 빼 버리고, 옷을 벗는 등의 통제되지 못하는 행동으로 의료진을 놀라게 했었다.

하지만 수술 후 공격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집중하며 물어보는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고 병동에서 간단한 운동도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술 당일 구씨는 수술실에서 전신 마취를 시행한 후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머리에 프레임을 장착했다. 마취상태를 유지하면서 MRI와 CT 촬영을 마치고 다시 수술실로 돌아와 촬영된 영상을 이용해 전극을 부착한 바늘을 정확하게 뇌의 신경섬유의 일부에 넣어 고주파전류를 흐르게 하여 목표부위를 파괴함으로써 수술을 마쳤다.

최근 ‘싸이코서저리’는 CT, MRI와 같은 정밀한 진단기구들이 발달함에 따라 기존보다 개발된 수술방법으로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강박 증상과 일부 공격성 등의 증상을 가진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에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정교 교수는 "도파민 이상 분비는 정신과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번 수술은 이러한 도파민이 이동하는 변연계 연결통로의 일부분을 제거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심한 강박 증상과 공격성과 같은 양성증상의 정신질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수술 다음날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을 찾은 구씨의 정신과 주치의인 국립서울병원 이태경 박사는 “환자의 공격성이 많이 줄었고, 강박적 행동의 감소로 집중력은 하루사이에 증가했다. 국제정신과학회 기준에 따라 수술 다음날부터 정신과 약물의 용량은 절반으로 줄였다”라며 만족해했다.

실제 환자는 총 5가지의 약물 중 2가지는 중단했으며 나머지 약 중 일부도 용량을 많이 줄여 투약했다.

수술 후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한 구씨는 지난달 26일 다시 국립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태경 박사는 구씨가 국립서울병원으로 옮긴 후 2주간 환자의 상태를 평가했다. 평가도구는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양성 및 음성 증후군 척도(PANSS : positive and negative symptoms scale)를 이용했다.

PANSS는 공격적인 행동, 환각, 망상과 같은 정상인에게 볼 수 없는 양성증상과 무표정, 의욕 없음과 같은 정상보다 감소된 상태의 음상증상, 일반적인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일반정신병리 이 세 가지를 점수로 측정하는 도구이다. 이 도구로 측정한 점수가 낮을수록 백분율이 낮을수록 좋은 결과이다.

그 결과 수술 전인 1월 10일 구씨의 양성증후군 평가결과는 34점(99%-매우 높음)에서 2월 8일에는 20점(60%-보통)으로 감소했다.

즉, 구씨는 양성증후군 평가에서 약 40% 정도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범위도 매우 높음에서 보통으로 낮아져, 수술 후 양성증상의 두드러진 호전을 보였다.

이정교 교수는 “이번 ‘싸이코서저리’ 수술은 아직도 약물로 조절되지 못해 일상생활이 힘든 공격적 성향, 심한 강박행동과 같은 양성증상을 가진 정신과 환자들에게 앞으로 새로운 치료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