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급여기준 변경, 신중에 신중을

이석준
발행날짜: 2011-04-04 06:42:17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당뇨약 급여기준 변경을 위한 입법예고를 했다.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은 오는 15일까지 받기로 했다.

개정안을 보면, 기존 성분명으로 나뉜 급여 기준은 삭제되고, 특정 성분에 대한 급여 일반 원칙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경구용 당뇨약 단독요법이 급여를 받으려면 메트포민을 써야한다.

단, 메트포민이 잘 듣지 않거나 부작용 등으로 사용할 수 없으면, 설포닐우레아 투약도 보험이 적용된다. 이 경우 의사 소견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두 가지 약제를 병용하는 2제 요법도 메트포민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둘 중 저렴한 1종의 약값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병용시에도 웬만하면 메트포민을 처방하라는 소리다.

이와함께 서방형 메트포민은 함량에 가격 제한선을 뒀다. 약제 상한가가 높아 이 금액을 초과하면 환자가 차액을 내야한다.

500mg은 94원, 750mg은 118원, 1000mg은 141원이 그 제한선이다.

종합해보면, 웬만하면 싼 메트포민을 쓰라는 얘기다.

이 같은 개정안이 나오자, 의료계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뇨라는 질환이 환자마다 특수성이 많다는 점에서 재정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졸속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하물며 당화혈색소(HbA1C) 기준에 따라 급여되는 약을 정해 놓자 "당조절을 하지 말고 10% 이상으로 유지하면, 처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한 개원의는 "당뇨치료를 너무 쉽게 본 거 같다. 메트포민이 당뇨치료의 대표약이긴 하지만, 너무 보험 재정을 아끼려는데 초점을 맞춘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개원의는 "당뇨환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합병증이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보험 유무로 약 처방이 제한받는다면 오히려 병을 키워 건보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의견 수렴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5일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고시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이번 당뇨약 급여 기준에 대한 개정안이 재정 절감을 주된 목적이라면, 복지부는 하루빨리 그 생각을 버려야 마땅하다.

당뇨는 고혈압 등 합병증이 동반하는 변수 많은 질병인 만큼, 오히려 재정 아끼려다 또 다른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재정 절감 정책은 또 다른 악순환을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전문가인 의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견 수렴 기간에 귀를 활짝 열고, 들리는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하는 이유다. 복지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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