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끝났고,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발행날짜: 2011-07-04 06:28:18
  • 특집아덴만 스타 이국종 교수 "한국 의료에 지쳤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창간 특집 동행취재|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뭐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쇼는 끝났고 관객들은 돌아갔습니다. 그게 전부고 그게 끝입니다."

7월의 첫 날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서 만난 이국종 교수(외상외과)의 첫 마디는 날카롭다 못해 칼끝처럼 다가왔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던 이국종 교수. 그 때의 열정과 흥분을 기대했던 기자의 잘못일까.

그는 "당신도 늦게나마 구경하러 왔느냐?"고 꾸짖기라도 하는 듯 오전 회진을 동행하는 내내 날이 선 말을 쏟아냈다.

"솔직히 석 선장 치료가 끝난 뒤 이리저리 많이도 끌려 다녔죠. 정치인부터 기자들까지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각종 자료를 준비해 목에 핏대가 서도록 중증외상센터 설립 필요성을 알렸지만 뭐가 변했습니까. 이젠 정말 지쳤어요."

보건복지부는 석 선장 사건을 계기로 100억~2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소규모 중증외상센터 20개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6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종전 계획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중증외상 의료체계 선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교수는 회진을 돌며 처치를 하는 중간중간 한국 의료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의 답변은 단호했다. 우선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외상센터를 짓는 게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6천억원도, 20개의 외상센터도 아니다"며 "단 하나라도 인력을 육성하고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당장 수술방에 들어갈 수 있는 전문의가 없는데 20개씩 센터를 지어서 무엇을 하겠느냐"면서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너나 할 것 없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니 뭐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문제가 비단 정책적인 부분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잘못된 환상에 빠져있다는 일침이다.

이 교수는 "정치인도, 공무원도, 국민도 헬기로 날아가 환자를 실어오고, 내가 메스를 대면 벌떡 일어나 인사하고 퇴원하는 줄 알고 있다"면서 "이런 것이 드라마,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말이나 되는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러니 자꾸 응급의료헬기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헬기를 아무리 띄워봐야 환자를 내릴 병원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로 갈꺼냐"고 개탄했다.

실제 이날 회진을 동행하며 만난 환자들 상당수가 아주대병원에 오기 전에 이미 6~7곳의 병원을 전전했다고 한다.

특히 한 환자는 서울의 유수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해 충남을 거쳐 다시 아주대병원으로 상경했다.

"여기 이 환자들을 보세요. 온 몸의 장기가 다 터졌는데 이 병원, 저 병원에서 다 문전박대 당하고 여기로 왔어요. 이 환자들에게 헬기가 필요할까요? 아니면 당장 지혈할 중증외상 전문의와 수술방이 필요할까요?"

이 교수는 기자와 동행하는 내내 단 한 층을 오르내리더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나중에 식사를 하며 이유를 물었다. 그는 "무릎 인대가 늘어나고 물이 차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중증외상센터 사무실에는 책상마다 갖가지 진통제가 늘어져 있었다. 그나마 조그맣게 딸린 휴게실 겸 식당 겸 창고는 서류로 가득차 앉을 자리조차 부족했지만 이마저도 반납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이것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중증외상 특성화센터의 현 주소다. 중증외상센터가 중증외상을 앓고 있는 꼴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매년 외상으로만 3만명 넘는 환자들이 사망하고 있다. 암, 심혈관질환과 함께 사망원인 세 손가락에 꼽힌다.

복지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6천억원을 투입해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지만 KDI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나마 100억∼200억원을 투자해 전국에 20개의 센터를 짓겠다는 방안도 응급의료기금이 소진되면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하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쟁터와 다름없어요. 곳곳에 피가 튀고 환자가 죽어나가죠. 하지만 우리는 이미 병력도, 총알도 예전에 바닥 났습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곳을 지킬 수 있을지 우리도 궁금해요."

아덴만 영웅을 살린 이국종 교수. 그가 한국의 의료 현실에 지쳐가는 이유다.

병·의원 기사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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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교정책 2011.07.18 08:56:29

    역시나 였군요
    언론에 반짝하더니 역시 말뿐인 의료 정책 입니다...
    비의료인들이 정책을 하면은 의료계의 자문을 구한다던지, 모르면 정책을 입안하지 말어야지요.. 그리고 봉급도 받지 말고요..
    불합리한 정책이 얼마의 예산이 낭비되는지 감사원은 뭐하는 조직입니까??

  • 국민이자 환자 2011.07.07 19:33:18

    뭐라 할 말이 없음
    ......미안한 마음 밖에......

  • 슬픈현실 2011.07.05 14:18:08

    전문가가 무시당하고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이기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돌아가는것이
    단 한가지라도 있다면...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지요

    신념만 가지고는 살수없도록 만들어진 대한민국에서
    \"신념\"하나로 어렵게 살소계신 이국종 교수님 같은 의사들이
    현재 이나라의 죽어가는 의료를 그나마 명맥유지 시키고 있습니다

  • 후배 2011.07.05 00:00:14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학생때부터도 그랬지만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저는 본교를 떠났지만 그 곳에서 고생고생하시는 선배를 보니 참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 미친년 2011.07.04 15:13:47

    아직도 메스컴에서 바른말을 하는 교수가있구나...
    전부다 썩어빠져가지고, 유명세나 탈려고 아첨이나 하는것들이 현주소이거늘...

  • 골병 2011.07.04 14:31:42

    골병 든 이국종 교수님
    무릎 인대가 늘어나고 물이 차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무릎 인대가 늘어나고 물이 차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장기적으로 보아 당분간은 쉬시는게 좋겠습니다.

  • 좌파들의 2011.07.04 10:50:35

    대국민 사기극결과
    주변의 지인들 중 응급환자 혹은 중환자가 발생했을 때 소위 big 4라는 대학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1년 365일 항상 자리가 없다
    참으로 불행한 진실이다. 서민에게는 위급하고 아플때 그림의 떡이 big 4병원 응급실이고 중환자실이다. 왜? 운영할수록 수백억씩 적자인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항상 만원이라도 누가 증축하겠나?

  • Jspark 2011.07.04 10:11:28

    이 기사, 트윗합시다
    이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큰 이슈로 만들지 못하면 이번에도 묻힐겁니다. 홀로 싸우고 계시는 선생님을 보니 너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만 드네요-

  • Jspark 2011.07.04 10:11:14

    이 기사, 트윗합시다
    이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큰 이슈로 만들지 못하면 이번에도 묻힐겁니다. 홀로 싸우고 계시는 선생님을 보니 너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만 드네요-

  • ㄻㄴㅇㄻㄴㅇㄹ 2011.07.04 08:08:17

    김태현 간호사의 한입으로 두말하기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태현 정책국장은 \"응급피임약은 사후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하는데, 이 기간에는 의사들이 임신 여부를 진단할 수도 없고 진료해 줄 것이 없다\"며 \"여성 자신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낙태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응급피임약뿐인데, 굳이 처방을 받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가까운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시스에 나온 경실련 김태현씨가 주장한 한입으로 두말하기의 사례이다.

    뉴시스에서 경실련 김태현씨는 국민들이 선택하자면서 뒷구멍으로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국민들이 선택하자면서 왜 약국판매를 주장하는 것인지. 이는 국어시간에 논리를 안배운 탓으로 볼수가 있고 간호사의 자질을 엿볼수가 잇다.

    선택이라 함은 두개 이상중에서 한가지를 골르는 것이다. 즉 병원도 허가를 내주고 약국도 허가를 내주는데 현 의약분업 체계하에서는 일반약 전환은 약국 재산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그 앞장에 경실련간호사 녹소연 간호사 약국 단체가 있다. 왜 한입으로 두말을 하나?

    심평원 식으로 하면 국물도 없다. 고가약물에 오남용약물에 항생제 남용에 간호사 약국들이 한국의료의 암종 교란체계 동식물로 국민들은 인지하고 있다. 어쩔껏이냐? 인터넷이 발달해서 시민단체로 위장한 간호사 약국 의사 재산 털기가 씨씨티비에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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