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청구' 표현, 정당한가?

강요한
발행날짜: 2011-09-05 06:23:54
  • 병원법무담당자협의회 강요한 회장

많은 사람들은 흔히 공공재라고 하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직원들에게 요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재 요금을 '국가가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재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찾아 질병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진료비에 대해 많은 의문과 불만을 갖는다. 또 진료를 받는 기간 동안 본인의 예상진료비를 질병 치료의 경과 및 결과 만큼이나 궁금해 한다.

환자는 병의 치료경과에 대해 확실한 결과를 약속하는 의료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진료비 예상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의료현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의료인은 환자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나쁜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환자보다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인에게 더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의료인이 환자보다 훨씬 더 많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의료인의 긍정적인 확신이 환자의 진료결과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나쁜 결과가 나타나면 그에 대한 모든 비난을 의료인이 감수해야 한다.

행위별수가체계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한 의료행위가 각각 진료비로 산정된다. 진료비의 총액이 환자에게 의료인이 얼마나 많은 의료행위를 제공하였는지를 나타내는 결과물인 것. 그렇다고 진료비 총액이 적은 환자는 의료인이 진료를 무성의하게 했다는 것은 아니다.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료의 전 과정을 정확하게 확신 할 수 없을 때, 마찬가지로 진료비도 정확하게 확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의료비에 대한 정형화 및 획일화는 당연한 것처럼 되어지는 것 같다.

최근 의료비를 심사하는 기관에서 부당청구의료기관 명단과 금액, 건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진료를 제공하지도 않고 의료비를 징수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진료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진료비를 정형화된 제도에 들어맞게 못했기 때문에 부당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실제로 제공하지도 않은 의료비를 청구해 받았다면 이는 환불 절차보다 더 가혹한 제재가 의료기관에 가해졌을 것이다.

부당진료비 청구가 많은 의료기관은 일반인의 인식에 중병을 치료할 때의 선호도와 일치하는 것 같다. 의사가 환자에게 많은 관심과 배려로 보다 많은 의료행위를 제공하고도 이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의료현장에 근무하는 많은 의료인은 사회적 제도에 관심이 없다. 단지 환자의 질병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그들의 관심이다.

바로 우리는 이런 의료인의 습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료인의 결정 때문에 환자에게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자신의 질병에 대한 부담감, 스트레스와 의료인의 진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어느 것이 더 심하다고 비교할 수 없다.

사회적 제도 때문에 의료인이 환자의 생명과 최적의 진료를 포기하는 것이 정당화 되어서는 안된다.

의료인들이 환자의 개별적인 질병 양상과 진행과정에 대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아쉽다. 버스나 전철과 같이 국가에서 통제하고 있는 의료비를 '부당청구'라는 단어를 사용해 언론에 발표하는 것이 안타깝다. 의료비를 지불하는 환자의 불신이 커지는 것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이 건강보험의 요양급여기준을 따르지 않고 환자에게 제공한 의료행위에 근거해 산정된 진료비는 의료인이 환자에게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증거이다.

환자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심사기관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환자측이 이에 대하여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였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는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료인은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의료인의 최상의 진료에 대한 보험급여도 최상으로 제공돼야 한다.

국민 중 자신의 병을 치료 하는 의사에게 적정한 진료와 표준화된 진료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최선의 진료를 원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은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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