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2003년 파동을 기억하라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2-01-09 06:00:43
보건복지부가 외과, 산부인과 등에서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중인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올해 7월부터 점차 의무적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비급여·비보험 항목을 급여화해 진료량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지불하는 수가제도다. 복지부는 이 포괄수가제도가 전체 의료기관에 당연적용되면 입원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경감되고, 의료진의 불필요한 검사·처치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괄수가는 수정체, 편도 및 아데노이드, 충수·서혜 및 대퇴부탈장·항문, 자궁·제왕절개분만수술에 대해 20002년부터 희망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3회에 걸쳐 총 8개 질병군에 대해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복지부는 2003년에도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을 시도한 바 있다. 복지부는 그해 7월 11월부터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8월에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모든 요양기관에 의무화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의협뿐만 아니라 병협, 대학병원, 학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포괄수가제 관련 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4개과 전공의들은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복지부 당시 김화중 장관은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방침을 발표한 지 두달만에 백기를 들고, 적용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지금과 그 당시 상황을 보면 닮은 점이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미래위원회가 포괄수가제 단계적인 확대를 권고했고, 병협이 수가계약 부대조건으로 '2012년에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논의해 확대키로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포괄수가제 단계적 확대와 당연적용은 엄연히 다른 사안이다. 또한 당시에도 복지부는 병협으로부터 포괄수가제 조건부 수용을 이끌어냈지만 '밀약설'이 제기되면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2003년 포괄수가제를 힘으로 밀어붙이다 의료계의 반발에 부딛혀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 7개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해 행위별수가를 적용하지 않고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진료비 지불방식의 큰 변화를 의미하고, 의료계는 이를 총액예산제 등을 도입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생각하고 있다. 적정수가를 보장하기보다 의사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한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은 엄청난 저항에 부딛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복지부는 먼저 적정수가 보장방안을 제시한 후 의료계와 진지하게 대화하는 게 우선이다. 당연적용 시점을 못 박아놓고 따라오라는 것은 2003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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