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 우려속 출범…무과실 분담 2016년 재검토

이창진
발행날짜: 2012-04-08 12:00:46
  • 의료분쟁조정제 8일 시행…대불금 모든 의료기관 강제징수

의료계의 우려 속에 의료사고에 대비한 의료분쟁중재원이 공식 출범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분쟁조정제도를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는 23년만에 입법화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의 발효에 따른 것이다.

제18대 국회에서 최영희, 심재철, 박은수 의원의 법안 및 청원 제출을 거쳐 본회의 통과 후 지난해 4월 7일 공포됐다.

◆중재원 추진 배경

그동안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소송기간 장기화(1심 평균 26.3개월), 비용과다, 전문적 지식 부족 등으로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의사의 경우도 소송에 따른 경제적 부담 뿐 아니라 환자의 시위와 농성 등으로 진료환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의료사고 발생시 소정의 수수료 부담으로 의료중재원에 조정, 신청하면 90일(최대 120일) 이내 조정결정·중재 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조정절차 및 신청대상

의료분쟁 조정·중재 신청은 환자와 의사 모두 할 수 있고 피신청인이 참여 의사를 밝혀야 조정·중재 절차가 개시된다.

절차가 개시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인과관계 및 과실 유수 등에 대한 전문적, 객관적 조사를 통해 감정을 실시한다. 감정부는 의사 2명, 법조인 2명(검사 포함), 소비자 권익위원 1명 등 5명이다.

이어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공정한 심리를 통해 손해배상액 산정 및 조정결정·중재 판정을 내린다. 조정부는 법조인 2명(판사 포함)과 의사 1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 대학교수 1명 등으로 구성하고 있다.

신청대상은 2012년 4월 8일 이후 발생한 의료사고를 대상으로 한다.

의료사고 범위는 병의원과 한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에서 발생하는 진단과 검사, 치료, 처방, 조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환자도 적용 대상이다.

의료분쟁조정제도 이용절차 모식도.
다만, 4월 8일 이전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는 한국소비자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으며, 의료중재원은 정보제공 및 상담 역할도 담당한다.

◆대불제도와 무과실 보상 등 제도의 특징

환자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이 지체될 경우, 의료중재원에서 우선 환자에게 지급하고 추후 의료기관에 구상하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실시된다.

초기 재원 마련은 건보공단에서 요양기관에 지급되는 돈 일부를 원천징수해 중재원에서 넘겨주는 방식이다.

의료기관별 상급종합병원 600만원, 종합병원 100만원, 병원 10만원, 의원급 3만원 등 종별 분담금이 원천 징수된다.

산부인과와 갈등을 빚고 있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1년 후(2013년 4월 8일) 적용된다.

뇌성마비 및 분만과정 산모 또는 신생아 사망 등 분만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는 3천만원 한도에서 보상한다.

보상금 재원은 국가와 분만 의료기관이 7대 3 비율로 분담하며, 적립된 재원으로 의료중쟁원에서 직접 환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분담비율은 제도 시행 3년 후(2016년 4월 8일) 적정성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진다.

사전브리핑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는 김원종 보건의료정책관과 신현호 변호사.(사진 왼쪽부터)
복지부는 다만,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산부인과 발전협의체를 구성해 분만 진료환경 개선에 대한 현안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의사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형사처벌특례제' 역시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

◆무과실 보상금 분담 등 제도 안착 불투명

의료인이 범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해 조정이 성립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다만,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중과실 및 중상해는 특례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제도 안착에 난관이 예상된다.

산부인과는 분만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 분담의 부당성을, 의사협회도 법 조항 개선을 요구하며 비상임 위원 명단 미제출 및 의료기관의 조정 거부 등을 지속하고 있어 반쪽짜리 중재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환규 의협회장 당선자도 의료분쟁법의 사문화를 주장하고 있어 중재원과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한편, 의료중재원은 오는 16일 오전 임채민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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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자료 거부시, 과태료와 면허정지"
Q:대불제도의 초기 재원 마련 방안과 의료기관 분담액은.

=1년에 약 7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재원의 절반인 35억 정도를 의료기관 개설자로부터 징수해서 운영해볼까 한다. 상급종합병원은 600만원, 종합병원 100만원, 병원 10만원, 의원급 3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Q:산부인과발전협의체 논의 내용과 방향은.

=산부인과 단체로부터 의견을 받고 있다. 현재 808개 분만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나 앞으로 축소될 우려가 있어 새로운 것을 짓는 것보다 지금 시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의 안건에는 중재원의 조정, 중재 절차 외에도 수가 문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견수렴을 거쳐 6개월 내 종합적으로 정리해 발표하겠다.

Q:의료기관에서 자료제출 등 조사 비협조시 제재방안은.

=자료협조 거부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과 면허정지 처분 등이 병행되지 않을까 싶다. 중재원이 소액사건 위주로 될 개연성이 있어 1억원 이상의 고액사건 조정을 위해서는 감정위원과 조정위원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피신청인인 의료기관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때 패널티를 줘야 하지 않나.

=헌법에 재판받을 권리가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다. 원고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거꾸로 재판을 안받을 권리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조정에 강제로 응하게 하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크다.

Q:의료분쟁법에 의료기관내 의료사고 예방위원회 구성이 명시되어 있는데 의무사항인가.

=종합병원 이상에 해당되며, 의무사항이긴 하나 벌칙조항이 없다. 향후 병원 평가시 예방위원회 유무에 따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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