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
건강보험 재정을 관장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을 가능한 많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공리주의적 논리를 바탕으로 한 포괄수가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행 행위별수가제도로 과잉진료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포괄수가제도를 시행하면 국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사는 양심진료를 할 수 있으며, 정부는 건보재정 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미사여구로 포장된 포괄수가제의 내용을 의료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만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바로 시행하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째, 포괄수가제의 전제조건인 의료서비스의 표준화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며, 둘째, 정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표준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규격화된 의료서비스로 비용을 줄이면서 의료의 질은 더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자기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시범사업 기간 80%의 의료기관이 참여하여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요구가 있는 환자들이 포괄수가 시범사업과 무관한 의료기관으로 옮겨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가상 운영 시스템으로 시뮬리에이션해 본 결과, 중소형 병원들보다 중증 환자들이 많은 대형 병원들이 제일 타격이 클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정책으로 생색은 정부가 내고, 발생되는 책임과 재정적 부담은 모두 의료기관에게 미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쉽게 표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선적으로 포괄수가제 시행에 포함된 맹장염을 예로 살펴보자.
맹장염을 의심하고 개복술을 시행 받은 환자의 대략 20%는 수술후 조직검사에서 맹장염이 아닌 오진(위양성)인 것으로 판명된다.
미국의 경우 오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기 위하여, 2006년 기준으로 85%에서 CT촬영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맹장염의 오진율이 24%에서 3%로 감소했다는 자료가 보고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개복술 대신 흉터가 작게 남는 고가의 복강경 수술을 선호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수술 후 부작용으로 예상보다 더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의 포괄수가제에서는 맹장수술에서 CT촬영은 비용 산정에 고려조차 되지 않고 있지 않다. 맹장염 환자가 오진을 우려하여 CT촬영을 요구하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 복강경수술이나 수술후 합병증에 대해서는 정부가 추가 보상을 언급하고 있으나,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모든 의료인들을 동일한 범주에 넣어 국가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 또한 문제이다.
대형병원은 완쾌된 환자를 퇴원시키려 해도 나가지 않고 버티는 환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의사에게 요구하여 급여기준에 포함되지 못한 고가의 신약을 처방받은 뒤,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하여 비용전액을 병원에게 전가하고 환불을 받아가는 일 또한 드물지 않다.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항상 의료공급자의 잘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소비자나 정책당국자도 유사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해당사자간에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어야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다.
포괄수가제가 신의료기술의 발달과 고령화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용 문제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인들도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포괄수가제의 장점 뿐 아니라 불편한 점도 감수해야 함을 제대로 알려야한다.
행위별수가제도이든 포괄수가제도이든 어느 제도도 완벽한 제도일 수는 없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작성되었던 시대에는 의료는 의사-환자간의 관계였다.
건강보험제도가 생기면서 재정을 관장하는 정부가 참여하게 되었고, 이제는 의사-환자 관계의 기본 틀까지 정부가 결정하려고 하고 있다. 참여하는 구성원이 누려야 할 권리와 짊어져야 할 의무를 공평하게 나누어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쪽의 이익에 치우친 제도는 결국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행위별수가제도로 과잉진료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포괄수가제도를 시행하면 국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사는 양심진료를 할 수 있으며, 정부는 건보재정 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미사여구로 포장된 포괄수가제의 내용을 의료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만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바로 시행하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째, 포괄수가제의 전제조건인 의료서비스의 표준화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며, 둘째, 정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표준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규격화된 의료서비스로 비용을 줄이면서 의료의 질은 더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자기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시범사업 기간 80%의 의료기관이 참여하여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요구가 있는 환자들이 포괄수가 시범사업과 무관한 의료기관으로 옮겨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가상 운영 시스템으로 시뮬리에이션해 본 결과, 중소형 병원들보다 중증 환자들이 많은 대형 병원들이 제일 타격이 클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정책으로 생색은 정부가 내고, 발생되는 책임과 재정적 부담은 모두 의료기관에게 미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쉽게 표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선적으로 포괄수가제 시행에 포함된 맹장염을 예로 살펴보자.
맹장염을 의심하고 개복술을 시행 받은 환자의 대략 20%는 수술후 조직검사에서 맹장염이 아닌 오진(위양성)인 것으로 판명된다.
미국의 경우 오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기 위하여, 2006년 기준으로 85%에서 CT촬영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맹장염의 오진율이 24%에서 3%로 감소했다는 자료가 보고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개복술 대신 흉터가 작게 남는 고가의 복강경 수술을 선호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수술 후 부작용으로 예상보다 더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의 포괄수가제에서는 맹장수술에서 CT촬영은 비용 산정에 고려조차 되지 않고 있지 않다. 맹장염 환자가 오진을 우려하여 CT촬영을 요구하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 복강경수술이나 수술후 합병증에 대해서는 정부가 추가 보상을 언급하고 있으나,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모든 의료인들을 동일한 범주에 넣어 국가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 또한 문제이다.
대형병원은 완쾌된 환자를 퇴원시키려 해도 나가지 않고 버티는 환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의사에게 요구하여 급여기준에 포함되지 못한 고가의 신약을 처방받은 뒤,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하여 비용전액을 병원에게 전가하고 환불을 받아가는 일 또한 드물지 않다.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항상 의료공급자의 잘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소비자나 정책당국자도 유사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해당사자간에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어야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다.
포괄수가제가 신의료기술의 발달과 고령화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용 문제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인들도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포괄수가제의 장점 뿐 아니라 불편한 점도 감수해야 함을 제대로 알려야한다.
행위별수가제도이든 포괄수가제도이든 어느 제도도 완벽한 제도일 수는 없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작성되었던 시대에는 의료는 의사-환자간의 관계였다.
건강보험제도가 생기면서 재정을 관장하는 정부가 참여하게 되었고, 이제는 의사-환자 관계의 기본 틀까지 정부가 결정하려고 하고 있다. 참여하는 구성원이 누려야 할 권리와 짊어져야 할 의무를 공평하게 나누어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쪽의 이익에 치우친 제도는 결국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