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날에 베이고, 구급차로 진료비 명세서 날랐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2-08-03 06:30:45
  • Back to the 의료계④보험급여심사의 과거와 현재

[메디칼타임즈=]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빨간 볼펜, 손목아대, 스피드, 골무, 그리고 족보…

30여년전 보험급여 심사 담당 업무를 하는 사람이 꼭 갖춰야 했던 물건들이다.

1977년 직장의료보험 시행 이후부터 80년대까지 진료비 청구방법은 의료기관이 명세서를 출력해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직접 접수하는 방식이었다. 심사비 지급은 접수 후 30일 내에 이뤄져야 했다.

모든 것이 전산화 돼 있는 지금과는 달리 이 때는 청구 명세서 접수부터 심사, 검산, 계산, 자료 입력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이뤄졌다.

심사부 진료비 심사 모습(1979)
2만여개의 의료기관에서 들어온 명세서가 쌓여있던 현장은 B4크기의 종이에서 나온 먼지로 뿌옇기만 했다.

8명이 한 조를 이룬 심사업무 담당자들은 엄지손가락에 골무를 끼거나, 종이가 잘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피드 크림을 옆에 두고 할당된 명세서를 빠른속도로 넘기며 붉은색 볼펜으로 잘못 청구된 급여를 표시했다.

사무실은 시끌시끌하다. 사람이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혹시나 틀릴까봐 다른 조원들과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잘못 청구된 심사내용을 큰소리로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빠질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은 바로 '족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실 김재선 실장은 "83년1월, 처음으로 심사업무를 하게됐다. 당시에는 수시로 바뀌는 약가, 심사기준을 다 외워야 했다. 심사기준이 나오면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족보를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참고했다"고 회상했다.

종이 먼지 때문에 결막염, 비염 등 직업병 생겨

서면청구서 전산 입력(1979)
심평원 심사실 심사3부 김정자 부장은 웃지 못할 당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의원급은 명세서 양이 우편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심사건수가 1000건이 넘는 대형병원은 병원 소유 구급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명세서 접수일이 빠를수록 지급일도 빠르다. 의료기관들이 앞다퉈서 먼저 접수하려고 했다. 구급차를 동원한 것도 조금 더 빨리 접수를 하기 위한 움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구 명세서를 보관하던 캐비닛이 종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직원들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하루종일 종이와 씨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병도 생겼다.

김 부장은 "미세먼지가 많아서 먼지로 인한 비염, 결막염 등이 많이 생겼다. 종이를 들여다 본다고 시력도 나빠졌다"고 말했다.

심사4부 이수자 부장도 "종이를 빠르게 넘기다가 손을 베여서 피가 묻어나기도 했다. 종이를 빠르게 넘겨야 했기 때문에 손목을 보호할 수 있는 아대는 필수였다"고 거들었다.

심사업무 전산화 시대 개막, EDI 도입

전산화 된 심사실 모습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IT 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진료비 청구방법도 전산화되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디스켓 청구에 대한 개발에 들어가 1994년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1996년에는 디스켓 청구의 전국확대와 함께 전자문서교환(EDI) 방식이 등장했다. EDI는 1999년 7월 조산소를 제외한 전 요양기관으로 확대됐다. 심사비 지급도 15일로 앞당겨졌다.

2011년 6월 현재 전체 요양기관의 99%가 전자청구를 하고 있다. 심평원은 이보다 한발 더 나가 자체적으로 '진료비청구 포털시스템'을 구축해 의료기관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김재선 실장은 "심사청구 업무가 복잡하고 난이도가 있기 때문에 전산 프로그램 구현이 어렵다고, 해내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의료기관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인력적 한계가 있었다. 80년대만해도 약 2만개이던 의료기관이 지금은 8만곳을 넘어섰다. 전산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산화로 수시로 바뀌는 약가를 일일이 외우지 않아도 되고, 족보도 필요없다.

이수자 부장은 "전산시스템이 자동으로 심사조정, 검산, 계산을 다해주기 때문에 가격착오의 위험이 줄었다. 지금은 의학적 기준을 유의깊게 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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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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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였군 2012.08.03 15:26:35

    공단직원이 들어오긴 하는 구나
    저밑에 글 올린것 보니

    이 기사 보고 자랑 스러웠나 보군
    지난일 자랑스럽게 기술하고 자빠졌네

    의협에서 포괄수가제와 관련해서 공단직원들 글 올리고
    댓글 단다고 하더니만..

    오늘 보니 여기도 공단 직원넘이 설치네



    ===================================================

    그때의 치열함이 너무도 생생....



    작성자 서산대사 조회 36 2012. 08. 03. 11:30

    그 옛날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종전 종이로 서면청구하고 수기로 일일이 체크하면서 심사해온 방식을 바꾸기 위한 진료비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수가, 약가, 재료대 등 방대한 량의 코드표준화작업, 시스템분석설계, 전산프로그램밍 작업을 위한 T/F(CR 반)팀장을 맡아 죽어라고 일했던 추억이 너무도 생생하네요... 그때 시범사업을 이끌던, 일이라면 죽을 듯 살 듯 물불을 가리지 않던 분들(이임*, 정병*, 육효* 이지* 이옥* 최동* 박미* 신봉* 계미* 등등등 17명 정예요원)은 지금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잘 살고 계시는지...
    특히, 최규*연구위원님과 의협의 권오*박사님, 복지부 이종* 실장님, 질병관리본부 전병*본부장님, 미래를 내다보는 그분들의 혜안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거란 단상이내요...
    시스템 개발 당시, 대다수 주변 많은 분들이 의구심의 눈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사업의 성공이 과연 가능할까? 전산화가 되면 많은 인력이 구조조정된다, 구체적인 의료정보 청구데이터가 의료보험연합회에 축적되면 의료계는 죽는다... 등등... 참 많은 곡절과 설득의 과정이 있었지요...
    지금의 전산화 시스템을 사용하시는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그런 내용들을 잘 아시지 는 못할 겁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28년 건강보험 근무 과정 중에 가장 치열한 역사의 시간들이 었으닌까요... 감회가 넘 새롭내요...

  • 국민 2012.08.03 14:34:33

    100% 전산화 달성하자 !!
    100% 전산화 달성해서
    심평원 공무원놈들 싹다 구조조정 해야한다 !!
    1년에 보험공단. 심평원 인건비로만 수천억이 나가는건 뭐냐!

  • 앗싸라비아 2012.08.03 12:16:43

    격세지감이로구나
    허허. 사진도 흑백이구. 감회가 새롭구려 쩝쩝

  • 서산대사 2012.08.03 11:30:28

    그때의 치열함이 너무도 생생....
    그 옛날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종전 종이로 서면청구하고 수기로 일일이 체크하면서 심사해온 방식을 바꾸기 위한 진료비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수가, 약가, 재료대 등 방대한 량의 코드표준화작업, 시스템분석설계, 전산프로그램밍 작업을 위한 T/F(CR 반)팀장을 맡아 죽어라고 일했던 추억이 너무도 생생하네요... 그때 시범사업을 이끌던, 일이라면 죽을 듯 살 듯 물불을 가리지 않던 분들(이임*, 정병*, 육효* 이지* 이옥* 최동* 박미* 신봉* 계미* 등등등 17명 정예요원)은 지금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잘 살고 계시는지...
    특히, 최규*연구위원님과 의협의 권오*박사님, 복지부 이종* 실장님, 질병관리본부 전병*본부장님, 미래를 내다보는 그분들의 혜안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거란 단상이내요...
    시스템 개발 당시, 대다수 주변 많은 분들이 의구심의 눈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사업의 성공이 과연 가능할까? 전산화가 되면 많은 인력이 구조조정된다, 구체적인 의료정보 청구데이터가 의료보험연합회에 축적되면 의료계는 죽는다... 등등... 참 많은 곡절과 설득의 과정이 있었지요...
    지금의 전산화 시스템을 사용하시는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그런 내용들을 잘 아시지 는 못할 겁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28년 건강보험 근무 과정 중에 가장 치열한 역사의 시간들이 었으닌까요... 감회가 넘 새롭내요...

  • 전산심사 2012.08.03 10:20:35

    전산심사로 인해서
    일정한 옵션상태넣고 키보드 하나만 눌러도 되는 시절이지


    예를 들어
    7월1일 고혈압 환자 병명 넣고 처방 나간 환자가

    7월29일 같은 달에 미쳐 고혈압 병명을 빼놓고 처방 청구 들어가면...

    전산심사상... 7월29일건은 전부 다 삭감 조치 되어 돌아온다는거다. 이런 것좀 고쳐라 제발

    같은 달인데도 삭감해놓고는 이의 있으면 이의신청해라(배째라라는)식이다 일선에서 환자진료가 주 업무인 동네의원 원장들이 언제 행정적인 것에 매달리겠냐..

    네들이 한번 더 챙기거나
    전산심사상 이런 문제를 고치면 되는데.... 고칠 맘이 없는거지?

    그러면서 옛날야기나 하고 자빠졌으니..

  • 아옛날이여 2012.08.03 08:46:25

    전산화가 다 좋은 것은 아니여...
    그 때가 의사들의 최고 전성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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