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계약제 개선, 지금 시작할 때!

정석훈 연구원
발행날짜: 2012-10-22 06:26:24
  •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정석훈 책임연구원

운전을 하다보면 다양한 불법행위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되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선버스나 택시들의 경우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것은 허다하게 볼 수 있고, 자가용들도 불법 유턴, 꼬리물기 등 그 불법행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냥 그러려니 한다. 심지어 경찰도 그 불법행위들을 보고 제지하지 않는 것을 볼 때도 있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는 것일 게다. 좁은 도로, 쏟아지는 자동차, 부족한 노선버스, 지각하면 큰일 나는 직장인들 등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서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져서 우리나라의 도로는 사실상 법치의 기본조차도 무너져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른 아침 사람들을 꽉꽉 채운 만원버스들은 어느 정도 편의를 봐주는데 필자도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엄연히 도로교통법 등의 규칙이 있고 이를 어기면 잘못된 것임을 모두 알면서도 운영의 묘를 살린다고 그냥 넘어가다 보니 점차 무법천지가 되어버렸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았어야 했다.

내년의 환산지수를 결정하기 위한 수가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

몇몇 공급자대표 단체는 협상이 성사되었고 또 몇몇 공급자대표 단체는 협상이 결렬되었다. 대부분의 공급자 단체들은 수가협상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감사원이나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현행 수가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매년 똑같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는데도 달라지지 않는다. 공단도 공단 나름대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의료비, 가입자 단체들과 공급자 단체들의 아우성, 잘 늘어나지 않는 건보 재정 등 대폭적인 수가인상을 단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공단이 볼 때 현행 제도에 별로 잘못된 것이 없다.

유형별 공급자 대표와 협상 후 계약을 체결하는 아름다운 제도를 도입했으며, 협상 성사가 안 될 경우에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나름 합리적으로 골고루 모인 건정심이라는 기구에서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수가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관찰해 보면 정말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계약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한 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렬시 조정기전도 없으며, 건정심 위원들은 다수가 반-공급자 형국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협상이라기보다는 보험자가 제시한 수치를 받아 들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느껴질 것이며,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패널티와 각종 부대조건들을 일방적으로 받아야 하는 비합리적인 수가계약 체결인 것이다.

바뀌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원래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피한 이유들로 인해 관례화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공단은 다양한 이유와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공급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수가를 올려줄 수는 없고, 계약제는 유지해야겠고, 그러니 그냥 재정위원회의 불변 가이드라인을 받거나, 협상에 임하는 방법이나, 건정심의 위원 구성에 있어서 현행 방법으로 운영하는 수밖에 없는 입장일 수 있다.

매달려가는 만원버스의 승객들과, 박봉 및 높은 LPG 가격에 시달리는 택시의 편의를 봐주고 그냥 남들 다하는 불법 행위 나도 살짝 한다는 승용차 운전자들을 봐주다 보니 도로교통을 제대로 지키는 운전자는 뒤차에 욕을 먹고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는 교통문화가 자리 잡은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건보재정을 아끼고 국민의료비를 줄여야 하는 현실적 편의에 대한 정당성으로 인해 허울만 좋은 계약제가 운영되고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각자 살길을 나름대로 찾아나서야 하는 형국에 이르게 되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바로잡음의 시작은 분명 공단 등 당국에서 맡아야 한다.

첫째, 개선 논의의 장을 마련해주고, 둘째 열린 마음으로 제시되는 문제의 본질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면 공급자들도 병원경영 투명성 확보, 적정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의 노력을 경주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입자들도 보험료 인상에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현재 가입자들이 받는 서비스의 품질 대비 비용도 고려해보고, 사회보험의 개념에 입각한 나눔의 정신도 되새겨 보는 등 변화 및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변화의 시작은 공단 등 당국의 몫이라는 것이다. 공급자나 가입자는 현재 처해있는 여건상 시작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년엔 수가계약을 시기적으로 조금 앞당겨서 진행한다고 한다. 방금 수가계약을 위한 협상이 마무리 되었지만 바로 다음의 수사계약을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5년마다 한 번씩 있는 대통령선거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필자가 소속된 연구원의 공식 견해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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