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
설 연휴기간에 응급의료정보센터 홈페이지가 4시간 동안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을 연 외래와 약국을 알기 위한 119 신고가 폭주하고, 10여분 이상 대기해야 통화할 수 있었다.
감기나 배탈 같은 경증 환자들의 불만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사건원인은 접속 증가로 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다음 명절이 오기 전에 서버 용량이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번 '작은' 소동을 잊어갈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문제는 재발할 것이고,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동안, 커져갈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원인과 대책은 따로 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중증 환자들이다. 설 명절에는 종합병원의 의료인력도 줄어든다. 경증 환자가 외래와 약국이 아닌 응급실에 몰려들면, 중증 환자를 위한 의료자원이 고갈된다.
119 신고증가에 의한 접수지연은 구급차 출동지연을 초래한다. 이것이 이번 소동의 본질이다. 병원전 심정지, 중증 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환자의 진료가 지연되었다.
그러나 분과 초가 아쉬운 이런 환자들은 그들의 생명이 위협받은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응급'이라는 용어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급한 환자는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119에 신고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급하지 않은' 응급환자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세워두고 있다. '비응급' 전화번호는 희소한 사회자원인 응급실과 구급차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수단이다. 전화번호가 분리되어야 신고접수자가 사안을 파악하기 쉽고 불요불급한 구급차 출동을 줄일 수 있다.
영국에는 구급차를 부르는 999 이외에 111이라는 '비응급' 상담전화에서 외래와 약국을 알려준다.
미국에는 911 이외에 311이 있고, 일본은 119 이외에 #7119를 만들었다. 영연방 국가들과 대부분의 유럽국가도 같은 방식이다.
'비응급' 전화번호가 주이고 홈 페이지는 보조도구일 뿐이다. 우리나라 경찰도 112 이외에 182라는 '비응급' 신고전화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1339라는 '비응급' 신고전화가 119에 통합되어 버리고, 보조도구인 홈페이지만 남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한 경증 환자들은 구급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1339 전화번호가 존재했더라면, 중증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119 신고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는 홈페이지 마비를 초래한 시민들이 아니다. 홈페이지 서버용량의 증가도 근본대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