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도 견뎠는데 김영란법이 대수겠나"

발행날짜: 2015-03-04 12:00:59
  • 의료계, 사회적 논란에도 반응 싸늘…제약사·협회는 촉각

|초점 =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의료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처벌 수위가 더 높은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중인데다 개원의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그러나 협회와 제약업계, 공무원들은 촉각을 기울이며 추이를 살피는 모습이다.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의료계 반응 시큰둥

국회는 지난 4일 본회의를 열고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다수 의견으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종사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이 대상이며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과거 형법과 특정범죄 가중법에 의해 직무와 관련된 뇌물 수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확대해 대가성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종사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은 물론, 그 배우자도 금품을 받으면 곧바로 형사 처벌되며 남편이나 아내가 금품을 받은 것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이 또한 처벌을 받게 된다.

현재 학교법인 부속병원, 즉 대학병원 의사들은 모두 사립학교 교원인 만큼 모두 김영란법의 대상이 된다.

환자를 포함해 제약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경우 김영란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매년 회계연도마다 누적 금액이 300만원을 넘기면 이 또한 김영란법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즉 일주일에 10만원 가량 식사나 술자리를 갖더라도 처벌된다는 의미. 법안이 통과되자 비상식적이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논란에도 의료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 리베이트 쌍벌제가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A대학병원 임상 교수는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도 의사들이 줄줄이 걸려들고 있는데 김영란법이 무슨 대수겠느냐"며 "내용을 보니 처벌 수위도 쌍벌제가 훨씬 높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짜피 제약사 등에게 금품을 받으면 김영란법이 아니라 쌍벌제로 처벌되지 않겠냐"며 "교수들에게는 큰 의미없는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법안이 사립학교 교원으로 대상을 한정하면서 대학 부속병원 교수 외에 일부 협력병원 의사들과 개원의들은 아예 무관심한 모습이다.

B내과 의원 원장은 "뉴스로 김영란법을 접했는데 크게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며 "의사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촉각 곤두세우는 의료 단체 "더치페이 해야 하나"

다만 의료계 각 단체들과 제약업계는 촉각을 기울이며 법안의 의미와 파장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다. 특히 대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의료계 단체 관계자는 "입법에 대한 자문은 물론, 급여 기준 등에 대한 상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사도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물 한잔 떠놓고 얘기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예외 대상을 만든다고는 하는데 실제 그동안 법을 적용하는 것을 보면 예외 조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었냐"며 "맘먹고 걸려고 하면 죄다 잡혀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사들도 촉각을 기울인채 법안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다. 가뜩이나 위축된 업계가 더 힘들어질까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C제약사 관계자는 "판촉 활동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법안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봐야겠지만 제악 업계가 더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은 인정하지만 누적 금액까지 따져 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앞으로 제약사와 청사에서 봐야할 것 같다"며 "밥을 먹더라도 복지부에서 내던지 더치페이를 하던지 해야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그렇다고 만나주지 않으면 불통이라고 비판이 나올텐데 정말 난감하다"며 "법안 적용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들은 법안을 둘러싼 논란에 귀를 기울이며 법안의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병원 단체 관계자는 "대관업무에 엄청난 영향은 불가피할 것 같다"며 "다만 아직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는데다 예외 조항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는 만큼 우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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