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체계 개선, 정부 개편부터"…복지부 "쉽지 않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5-08-19 05:34:02
  • 복지부 주최 방역체계 개편 공청회…학자들 "정부 감염관리 라인 붕괴"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 주관 첫 공청회가 열렸다.

의료전문가들은 허술한 방역체계를 질타했고, 보건행정 학자들은 보건부 독립 불가론을, 보건복지부는 감염 관련 의료기관 규제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주최로 18일 서울 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관련 공청회'에선 메르스 사태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

패널토의에서 건양대의료원 박창일 의료원장(병원협회)은 "평택성모병원 병동 환자만 관리했어도 나라 전체가 이 난리를 안 쳤을 것"이라면서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시스템에서 절대 전문가가 생길 수 없다"며 전문가 양성 필요성을 제언했다.

박창일 원장은 "방역당국이 의료기관을 파트너로 생각해야지, 갑을 관계로 생각해선 안 된다. 메르스 의심환자 객담을 채취해 보내면 결과를 얻는데 너무 힘들었다"며 "상식이 안 통했다"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이번 메르스 사태는 감염병 질환과 큰 전쟁이었다. 인명피해와 국민 불안, 경제적 피해 등이 발생했다"며 "의료이용체계와 의료문화, 응급실 의료체계, 보건부 독립과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감염관리기금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이지영 회장은 "감염관리 간호사 경력이 2년도 못된다. 업무 부담과 조건이 안 맞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인센티브와 수가 보상 등으로 병원에서 고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김태형 학술이사(순천향의대 교수)는 "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선 안 된다. 병원을 지원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감염병 진단과 환자 격리는 현장 전문가들이 하고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며 복지부 내 감염병 전담부서 신설을 제언했다.

"방역 핵심라인 붕괴됐다…컨트롤타워 뭐 했나“

날선 비판과 대안은 기초의학과 보건행정학 교수들로부터 쏟아졌다.

성균관의대 정해관 교수(대한예방의학회 학술위원장)는 "과거 신종플루와 이번 메르스 두 달간 싸움이나 결과는 달랐다"면서 "신종플루는 질본장이 사태를 지휘한 반면, 메르스는 초기부터 차관과 장관, 총리에게 지휘권이 이양됐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방역 핵심 라인인 감염병관리과와 감염병센터 직속라인이 붕괴됐다"며 "중앙정부 핵심라인이 뭘 했는지, 컨트롤타워로서 성공했는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듯, 이번에 잃은 소 값이 최소 10조원이 달할 것"이라면서 "수 천 억원을 투입해 조직을 강화해야 재발 시 수 조원의 편익을 바라볼 수 있다"며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촉구했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한국보건행정학회 집행이사)는 "의료제도를 안다면 보건부 독립은 맞지 않다. 보건부는 국가 예산으로 하는 나라에만 존재한다"며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와 질병관리본부의 청 격상은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형선 교수는 "방역체계에 왜 전문가인 의사들이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2003년 의대 정원 동결 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의사들이 필요한 곳에 가기 어려워졌다"면서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수입이 줄어든다는 의사들이 반대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태와 유사, 정부 조직개편으로 문제해결 어색한 처방“

한성대 조직학 전공 이창원 교수(한국조직학회 자문위원)는 "세월호 사태와 유사하게 결국 메르스 사태도 정부 조직개편으로 문제해결하려 한다. 이는 어색한 처방이다"라며 "암 환자를 정형외과 수술로 치료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인 복지부는 감염관리 개선방안을 제시하며 질본의 청 승격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공청회는 의료기관과 복지부,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회의실을 가득 매웠다.
권준욱 공공의료정책관은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전문가(의료진)들의 헌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방역에 실패한 입장에서 송구하다"며 "죄를 지은 사람이 질본 격상이나 복수차관 등을 말하면 승진 잔치를 벌인다고 국민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욱 정책관은 "우선, 상시 운영되는 긴급 상황실을 만들어야한다.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메르스 첫 의심 환자를 신고했을 때 상황실을 타고 (보고가)정책결정권자에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감염대책 방안으로 ▲감염관리실 설치대상 병원 단계적 확대 ▲상급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음압병실 설치 의무화 ▲권역응급센터 음압병실 설치 의무화, 비응급환자 본인부담 대폭 인상 ▲표준진료의뢰 서식 명문화 ▲상급종합병원 예외경로 축소 등을 제시했다.

권 정책관은 "감염내과 전문의가 달랑 191명 있다. 역학조사관 양성을 무조건 빨리 해야한다. 음압병실과 음압수술실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홍콩발 독감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치스럽고 먼 얘기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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