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의사협회 신현영 대변인
36세에 불과한 대한의사협회 신현영 대변인. 요즘 잘 나간다. 올해만 해도 의협 대변인이란 공식 타이틀 외에 취직과 임신, 강사 활동까지 3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가 의협에서 주관한 의사의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이 지난 10월 세계의사회 결의문으로 채택이 되더니 젊은 의사 네트워크(JDN, Junior Doctors Network)에서 뿌려둔 씨앗도 최근 결실을 맺었다.
JDN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전공의 처우 개선을 공론화한 지 4년. 세계의사회가 또 다시 JDN이 제안한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겹경사도 만났다.
환호성을 지를만 한데도 손사래를 친다. 전공의특별법 통과라는 민감한 과제가 남아있어 아직 웃기엔 이르다는 게 그의 판단.
신현영 의협 대변인을 만나 잇단 세계의사회 속에서 국내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우연에서 시작된 인연…JDN에서의 첫 발은
2010년 세계의사회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전공의협의회 복지이사의 자격으로 세계의사회에 참석할 당시만 해도 세계의사회 속의 신현영은 그저 수 많은 참석자들 중 한명에 불과했다.
첫 참석 당일 세계의 젊은 의사들이 JDN을 구성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 역시 젊은 의사인데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짧은 고민도 없이 가입 신청서를 꺼내들었다. 20명으로 시작한 JDN. 창간멤버로 첫 발을 내딛었다.
중책이 내려졌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거쳐 퍼블리케이션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계의사회 홈페이지 안에 JDN 섹션 신설과 뉴스레터 발간 업무를 맡았다.
공식 회의 석상에 설 때마다 한국의 수련 환경 등 젊은 의사들의 현황을 보고했다. 반응은 하나같이 '놀랍다'거나 '불가능하다'로 요약됐다.
"주당 100시간을 일한다는 말을 하면 대부분 '불가능하다(Impossible)'는 반응이 제일 먼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을 말했을 뿐인데 마치 열혈 일벌레 여성으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한국의 상황이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돼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임원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의 활동.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세가 읽혔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놀랄만한' 근로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씩 붙었다. 매년 회의 때 대전협이 만든 전공의 수련 환경 리포트를 제출하며 JDN이 결의문을 만들도록 채찍질을 했다.
공감을 얻자 일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JDN이 제출한 보고서는 4년만에 세계의사회의 결의문으로 채택됐다. 결의문의 내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의사로서의 근로생활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의사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근로조건으로 인해 환자 및 의사가 위험에 처해서는 안되며, 궁극적으로는 최적의 근로여건을 수립하는데 있어 전공의는 파트너이자 리더로서 참여해야 한다.
해당 결의문의 채택에도 신현영 대변인은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 전공의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에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JDN의 제안서가 세계의사회에서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선물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전공의특별법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세계의사들이 국회에 메세지를 보낸 것이 아닌가. 전공의특별법이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 의사들의 고민이 세계의사들의 고민
JDN의 경험은 의협에서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른 바 세계의 물을 먹어본 경험 덕분에 세계의사회를 활용할 여유도 생겼다는 소리다.
신현영 대변인이 주관한 의사의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각종 방송사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의사의 비윤리적 활동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공익단체의 자율정화 의지를 높게 평가해줬다. 마음 속으로 국내에서도 먹히는데 세계에서도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만 의사의 방송 출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내 가이드라인이 세계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올해 4월 국제협력팀을 소집했다. 가이드라인을 번역해 세계의사회로 보내자 반응이 왔다.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쓴소리였지만 전체적인 톤은 긍정적이었다.
9월 내용을 다듬어 다시 보냈다. 그리고 불과 한달 후 세계의사회가 가이드라인을 정식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이번 채택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 남짓. 우리나라가 제안한 결의문이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의 의사들이 공감하는 내용은 세계의사들의 공통 관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의협이 가진 공익단체로서의 역할이 결국 의사와 환자의 신뢰 회복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이런 역할을 보여줘야만 궁극적으로 의협이 자율정화에 근간이 되는 자체 징계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다음에는 사이비의료에 대한 척결 방안을 구체화하고 싶다."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만든 김에 검증되지 않은 의술들이 매스미디어에 노출, 환자를 현혹하는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셈.
어려운 점은 없을까. 그의 마지막 당부는 다음과 같다.
"이제 한국은 동방의 작은 나라가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이 됐다. 이런 시점에서 의료계도 국제협력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제협력에는 외교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의사회에 한국이 어떻게 도움을 주고, 어떻게 세계의사회로부터 국내 현안에 대한 도움을 얻을지 상호 관계성에 대한 연구와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그가 의협에서 주관한 의사의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이 지난 10월 세계의사회 결의문으로 채택이 되더니 젊은 의사 네트워크(JDN, Junior Doctors Network)에서 뿌려둔 씨앗도 최근 결실을 맺었다.
JDN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전공의 처우 개선을 공론화한 지 4년. 세계의사회가 또 다시 JDN이 제안한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겹경사도 만났다.
환호성을 지를만 한데도 손사래를 친다. 전공의특별법 통과라는 민감한 과제가 남아있어 아직 웃기엔 이르다는 게 그의 판단.
신현영 의협 대변인을 만나 잇단 세계의사회 속에서 국내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우연에서 시작된 인연…JDN에서의 첫 발은
2010년 세계의사회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전공의협의회 복지이사의 자격으로 세계의사회에 참석할 당시만 해도 세계의사회 속의 신현영은 그저 수 많은 참석자들 중 한명에 불과했다.
첫 참석 당일 세계의 젊은 의사들이 JDN을 구성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 역시 젊은 의사인데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짧은 고민도 없이 가입 신청서를 꺼내들었다. 20명으로 시작한 JDN. 창간멤버로 첫 발을 내딛었다.
중책이 내려졌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거쳐 퍼블리케이션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계의사회 홈페이지 안에 JDN 섹션 신설과 뉴스레터 발간 업무를 맡았다.
공식 회의 석상에 설 때마다 한국의 수련 환경 등 젊은 의사들의 현황을 보고했다. 반응은 하나같이 '놀랍다'거나 '불가능하다'로 요약됐다.
"주당 100시간을 일한다는 말을 하면 대부분 '불가능하다(Impossible)'는 반응이 제일 먼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을 말했을 뿐인데 마치 열혈 일벌레 여성으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한국의 상황이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돼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임원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의 활동.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세가 읽혔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놀랄만한' 근로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씩 붙었다. 매년 회의 때 대전협이 만든 전공의 수련 환경 리포트를 제출하며 JDN이 결의문을 만들도록 채찍질을 했다.
공감을 얻자 일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JDN이 제출한 보고서는 4년만에 세계의사회의 결의문으로 채택됐다. 결의문의 내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의사로서의 근로생활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의사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근로조건으로 인해 환자 및 의사가 위험에 처해서는 안되며, 궁극적으로는 최적의 근로여건을 수립하는데 있어 전공의는 파트너이자 리더로서 참여해야 한다.
해당 결의문의 채택에도 신현영 대변인은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 전공의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에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JDN의 제안서가 세계의사회에서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선물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전공의특별법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세계의사들이 국회에 메세지를 보낸 것이 아닌가. 전공의특별법이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 의사들의 고민이 세계의사들의 고민
JDN의 경험은 의협에서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른 바 세계의 물을 먹어본 경험 덕분에 세계의사회를 활용할 여유도 생겼다는 소리다.
신현영 대변인이 주관한 의사의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각종 방송사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의사의 비윤리적 활동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공익단체의 자율정화 의지를 높게 평가해줬다. 마음 속으로 국내에서도 먹히는데 세계에서도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만 의사의 방송 출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내 가이드라인이 세계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올해 4월 국제협력팀을 소집했다. 가이드라인을 번역해 세계의사회로 보내자 반응이 왔다.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쓴소리였지만 전체적인 톤은 긍정적이었다.
9월 내용을 다듬어 다시 보냈다. 그리고 불과 한달 후 세계의사회가 가이드라인을 정식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이번 채택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 남짓. 우리나라가 제안한 결의문이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의 의사들이 공감하는 내용은 세계의사들의 공통 관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의협이 가진 공익단체로서의 역할이 결국 의사와 환자의 신뢰 회복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이런 역할을 보여줘야만 궁극적으로 의협이 자율정화에 근간이 되는 자체 징계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다음에는 사이비의료에 대한 척결 방안을 구체화하고 싶다."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만든 김에 검증되지 않은 의술들이 매스미디어에 노출, 환자를 현혹하는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셈.
어려운 점은 없을까. 그의 마지막 당부는 다음과 같다.
"이제 한국은 동방의 작은 나라가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이 됐다. 이런 시점에서 의료계도 국제협력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제협력에는 외교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의사회에 한국이 어떻게 도움을 주고, 어떻게 세계의사회로부터 국내 현안에 대한 도움을 얻을지 상호 관계성에 대한 연구와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