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둘레 90cm이상이면 모두 내장지방일까

발행날짜: 2016-05-20 12:47:15
  • 오상우 교수, 비만 예방·관리 AtoZ 제시…정부도 적극 나서야

'허리둘레 90cm이상이면 모두 내장지방일까' '내장지방을 줄이는 방법은 뭘까'

비만관리 전도사로 알려진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내장지방은 당장 눈에 띄는 질병은 아니지만 철저하게 관리해야한다고 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내장지방이 생기는 것도 쉽지만 줄이기 쉽다는 점이다.

다음은 오상우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내장비만 기준을 허리둘레 90cm로 보면 되나.

A: 내장지방량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CT 등 장비를 동원해야한다. 하지만 매번 CT촬영을 할 순 없으니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남성은 85cm이상일 때 여성은 80cm이상일때 위험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기준대로라면 내장비만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 거의 절반수준에 달한다.

그래서 건강관리군과 중중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어 내장비만 기준을 90cm로 잡는 것이다.

Q: 내장지방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유가 뭔가.

A: 남성호르몬은 노화의 과정에서 20대 후반부터 근육양이 떨어지고 기초대사율도 저하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장지방이 더 잘생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야근과 회식이 잦은 사회적 특성도 일부 작용한다. 다수의 직장인이 운동할 여력이 없지 않은가. 기업 및 학교에서 운동시설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Q: 그래도 내장지방은 빼기도 쉽다고 하던데.

A: 맞는 말이다. 내장지방은 몸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몸은 에너지를 쓸때 내장지방부터 쓰니까 운동 및 식이요법을 하면 뱃살부터 빠지는 것이다.

만약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음에도 뱃살이 안빠지고 얼굴, 팔다리가 먼저 빠진다면 식이요법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제대로 된 비만치료를 받고 있으면 허리둘레가 먼저 감소하는지 봐야한다.

논외로 덧붙이자면 사실 건강상으로는 내장지방보다 지방간이 치명적이다. 내장지방이 쌓여 넘치면 간에도 지방이 끼면서 결국 지방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Q: 말 나온김에 내장지방이 많으면 질병위험도 높아지는 게 맞나.

A: 물론 '내장지방=질병'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당뇨나 고혈압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한예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1/3까지 막혀도 체감하는 증상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건강하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다시말해 바로 질병을 유발하진 않지만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한국은 유독 비만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비만=자기관리가 안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은 곤란하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적 환경도 이런 분위기는 일부 작용한다고 본다.

Q: 원론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면, 복부비만의 원인은 뭔가.

A: 씁쓸한 얘기를 해야겠다. 최근 환경적으로 자동차에 보급되고 햄버거 등 패스트푸트가 늘고, 치킨 등 배달음식이 활성화 되면서 10대부터 고도비만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

주목할 것은 성인이 된 이후 고도비만이 되는 것과 달리 어릴 적부터 고도비만에 이른 경우는 치료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저소득층·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비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등 값싼 음식으로 대체한 결과라고 본다.

Q: 맞다. 최근 저소득층, 농어촌지역의 소아비만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치료는 어떻게 해야하나.

A: 비만과 함께 고혈압,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운동 및 식이요법이외 치료를 시작해야한다. 비만을 질병으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하는 시점은 비만에 따른 합병증 여부라고 본다.

Q: 비만 환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떠한가.

A: 아쉬움 점이 많다. 일단 비만에 대한 인식이 낮아 예산 지원 우선순위에 밀린다. 약도 보험이 안되 고가여서 처방도 어렵다.

의료적 지원 이외에도 사회적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유럽의 경우 1년에 2만~3만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면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운동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본인이 돈을 지불해 헬스클럽을 가야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청소년들 문제는 더 심각하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 체육시간을 늘렸다. 이유는 학교폭력을 막겠다는 이유였다.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Q: 말 나온 김에 청소년 비만을 해결하려면 학교 급식 질 관리와 함께 교내 매점 내 탄산음료 금지 등이 필요할 것 같다.

A: 맞다. 사실 수년 전, 서울시와 '건강매점' 사업을 실시해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을 거둔 바 있다.

건강매점이란, 매점에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비치해 음료수 및 과자를 대체할 간식을 제공한 것.

'과연 아이들이 과자와 음료수를 대신해 과일을 사 먹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무색하게도 학생들의 반응을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일시적 이벤트로 끝나야 했다.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당'이 없어선 안되기 때문에 군것질을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있어야한다. 가령, 과일을 각 학교 매점에 의무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식으로.

미국을 보면 영부인인 미셜 오바마가 직접 나서 학교 급식에 햄버거를 빼고 건강한 식단을 갖추고 과일을 넣었다. 처음에는 맛이 없다던 아이들의 입맛도 조금씩 바꿔놨고, 소아비만 문제를 일부 해결하고 있다. 한국도 일개 부서가 아닌 대통령급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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