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카그렐러vs클로피도그렐, 심정지 타깃 "비온 뒤 갬"

원종혁
발행날짜: 2017-01-03 11:51:07
  • EUCLID 말초동맥질환서 '쓴맛'…심정지 PCI 환자 타깃 '효과 검증'

아스트라제네카의 항혈소판제 브릴린타(성분명 티카그렐러)가 클로피도그렐의 벽을 뛰어 넘은 분야는 따로 있었다.

클로피도그렐과의 '맞짱' 비교 결과, 말초동맥질환자의 심혈관 예방효과에선 우월성 입증에 고배를 마셨지만 심정지를 경험한 환자에 만큼은 승기를 잡은 것이다.

특히 심정지를 경험하고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환자가 이번 연구의 주요 타깃이 됐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메디칼센터 Marko Noc 박사팀이 진행한 해당 연구는 순환기학회지(Circulation) 2016년 12월 19일자 온라인판을 장식했다.

타깃이 된 환자엔 심정지 외에도 심부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저체온증 환자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심정지를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클로피도그렐 대비 티카그렐러의 강력하고 신속한 혈소판 억제효과를 확인한 첫 결과"라고 의미를 평했다.

심장학회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을 비교해 임상적 혜택을 따져본 PLATO 연구 이후 흥미로운 약리학적 결과를 보여준다"면서 "기존 연구에선 티카그렐러 투약군에서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로 출혈 위험이 늘었지만,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혈관에 기인한 사망률이 낮아져 차료 혜택이 확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심정지를 경험한, 특정 환자군을 타깃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만 하다"면서 "이들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과 다장기 기능부전에 취약한 이들"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는 공개 시점도 관건이다. 클로피도그렐과의 비교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티카그렐러 'EUCLID 임상'이 발표된지, 채 한 달이 못 돼서 발표된 것.

EUCLID 임상은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 예방전략을 클로피도그렐과 비교한 대규모 임상(1만 3000여 명 참여)으로 작년 11월 미국심장협회(AHA)에서 공개됐다.

여기서 티카그렐러90mg은 클로피도그렐75mg 대비 심혈관 사건 발생에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심정지 후 PCI 시행 환자 타깃, 티카그렐러 액상 '비위관 투약'

이번 연구는 임상에 참여한 대상자부터, 티카그렐러의 투약 방식에까지 유독 차별점을 보인다.

일단 목표 활성화 응고시간(ACT)을 250초~300초를 타깃으로 250mg~500mg의 아세틸살리실산과 미분획 헤파린(Unfractionated heparin, 이하 UFH)을 투약하고 즉각 PCI를 실시해 순환이 돌아온 환자가 연구의 대상이 됐다.

참가자들의 연령과 동반이환율, 내원전 소생술 여부, 임상적 특징 등을 고려해 티카그렐러 투약군 20명과 클로피도그렐 17명으로 무작위 분류했는데, 눈에 띄는 부분은 티카그렐러 정제의 투약 방식.

15mL~20mL의 증류수에 티카그렐러 정제를 녹여서 비위관(nasogastric tube)을 통해 주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먼저 티카그렐러는 180mg의 로딩도즈에서 시작해 매 12시간 티카그렐러90mg을 투약했고, 클로피도그렐은 600mg에서 시작해 하루에 클로피도그렐75mg과 아세틸살리실산 100mg을 매일 투약케 했다.

이들에서 혈소판의 기능 측정은 PCI 시행전과 P2Y12 억제제 첫 투약 후 및 2시간, 4시간, 12시간, 22시간, 48시간 이후 시점에서 측정됐다. 두 환자군에서 혈관수축제와 강심제, 대동맥내풍선펌프 사용 등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클로피도그렐 대비 혈소판 활성도 5배↓"

주지할 점은 티카그렐러가 혈소판응집 억제제로, 클로피도그렐과 달리 간에서 대사활성(metabolic activation)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두 개의 P2Y12 억제제를 비교한 결과는 어땠을까.

티카그렐러를 투약한 환자에선 혈소판 재활성화가 유의하게 줄었다. 즉,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이상반응(MACE) 발생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티카그렐러를 첫 투약하고 두 시간 이후, 그리고 48시간 동안 투약을 지속하는 내내 이러한 효과가 나타났다.

잔여활소판활성도를 나타내는 PRU(platelet reactivity units)의 12시간째 결과는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이 각각 11%, 53%로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또한 억제율 분포는 티카그렐러 5%, 클로피도그렐 87%였으며 혈소판기능검사는 티카그렐러 0%, 클로피도그렐은 20%로 확인됐다.

이러한 양상은 투약 48시간 후에도 유지됐다. 혈소판 활성도는 통계적 유의수준에 들지는 못했지만 클로피도그렐 35%에 비해 티카그렐러가 7%로 나타나 정확히 5배가 줄었다.

주저자인 Noc 박사는 "티카그렐러를 증류수에 녹여 비위관으로 주입한 해당 환자에서는 기존 P2Y12 억제제인 클로피도그렐보다 강력하고 빠른 혈소판 억제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당 환자 가운데 약 5~10%를 차지하는 스텐트 혈전증 고위험군에서 강력한 P2Y12 억제제인 티카그렐러의 유용성에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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