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청구 내역 하나라도 근거없으면 처분 모두 취소"

발행날짜: 2020-02-13 12:29:35
  • 서울고등법원, 업무정지 처분 취소 불복한 복지부 항소 기각
    "부당청구 인정해도 정당한 청구 가능성 모두 배제해야 인정"

비급여 진료를 하고 급여로 청구한 부당청구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중 하나라도 부당청구 근거가 미약한 부분이 있다면 처분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적어도 의료인이 일관되게 부정하고 있는 부당청구 항목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부당청구라는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보건복지부가 부당청구로 의심한 항목에 대해 단 하나라도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면 처분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부당청구로 인한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한 1심 판결에 불복해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의 판시를 그대로 인용해 이를 기각했다.

13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가 A원장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현지조사에 착수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현지조사단은 비급여 진료를 하고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항목 등 1159만원여의 부당 청구 내역을 확인하고 53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원장은 일부 부당청구 내역이 있더라도 복지부가 주장하는 항목들이 모두 부당하게 청구된 것은 아니라며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정당하게 치료한 부분까지 포함돼 처분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러한 A원장의 주장을 인정했다. A원장이 부인하고 있는 내역에 대해 부당청구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현지조사에서 이뤄진 사실확인서를 봐도 A원장은 부당청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복지부가 주장하는 867건 중에 86건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이유로 복지부가 요구한 자필 서명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이후 복지부가 요구한 부당청구 사실 확인서에도 날인을 거부했으며 행정처분 사전 통지가 이뤄진 뒤에도 비급여 대상 자체가 아닌 환자가 포함돼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들 항목들에 대한 근거를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인이 일관되게 현지조사에서 적발된 부당청구 항목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를 부당청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재판부는 "진료차트를 보면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부합하는 치료를 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들이 있고 실제 수진자 조사에서도 일부 환자는 치료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답변했다"며 "복지부는 실제 치료가 이뤄졌다 해도 비급여 프로그램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일부 환자의 경우는 아예 비급여 항목 자체가 빠져있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특히 식욕 부진 등에 대한 치료가 비급여 진료 대상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데도 치료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며 "하지만 복지부가 제시한 명단에는 이러한 예방적 진료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이고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못박았다.

곧, 복지부가 부당청구라고 주장하고 A원장이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복지부가 비급여 진료라는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는 이상 정당한 청구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

2심 재판부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해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복지부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쟁점이 되고 있는 청구 내역 중에 적어도 일부는 정당한 청구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들 항목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는 만큼 이 처분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보고 취소할 수 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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