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1개월, 공보의 복무기간에 훈련기간 불산입법 '합헌'

박양명
발행날짜: 2020-09-24 17:02:20
  • 헌재, 공보의 20여명이 제기한 헌법소원 각하 판결
    "소집해제부터 신규공보의 배치까지 1개월 의료공백 위험"

공중보건의사의 군사훈련기간이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공보의 20여명이 공보의 훈련 기간을 복무 기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현행 병역법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7대2 의견으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헌법소원 대상이 된 법 조항은 병역법 34조 3항으로 '공보의 군사교육 소집 기간은 복무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공보의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병역법 34조 3항.
헌재는 공보의의 신분을 병역법에 따르는 '보충역' 보다는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

임기제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고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의 보건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전문연구요원 보다 수행업무의 공익적 기여도가 매우 크고 직접적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공보의 군사교육 소집 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에 산입한다면 지역별로 공보의 소집해제일인 3월부터 다른 공보의가 통상 배치되는 4월까지 약 1개월간 필연적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보의는 진료 업무뿐 아니라 지역 보건사업 등 다방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라며 "일반적으로 한 지역에 배치되는 공보의 인원이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공보의 부재가 1개월씩 반복된다면 보건의료 취약지 의료 상황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충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개별 보충역마다 제도 도입 취지, 복무형태, 복무내용, 신분 등이 다르므로 군사교육소집 기간 산입 여부 같은 병역의무이행의 세부 내용이 모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34조 3항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공보의의 구체적인 복무에서 전문성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병역의무자의 업무전문성을 바탕으로 비군사적 복무에 종사한다는 점에서는 전체 병역의무체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지위가 같다"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현역병, 사회복무요원 등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3년의 다소 긴 복무기간 외에도 군사교육 소집기간까지 추가로 복무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병역의무이행의 형평성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군사교육 소집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해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공백 문제는 공보의를 재배치 또는 재조정하거나 순회진료 등의 방법으로 해소할 여지가 있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보충역으로 분류되는 공보의의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여기에 한 달 동안 이뤄지는 군사교육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즉 3년하고도 한 달은 더 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차원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등 수년 동안 여론 조성에 나섰다. 20대 국회에서는 공보의 군사훈련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에 산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공보의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성실히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군사훈련기간이 의무복무 기간에 산입되지 않고 있어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공보의의 목소리다.

공보의는 주요 비교대상인 군의관과는 다른 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공보의는 즉각 차출 돼 현장에 투입됐다.
헌법소원 당사자인 공보의, 변호인 "실망스럽다"

헌법소원을 주도한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약 1년 4개월만에 헌재 판결을 받아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 변호사는 "보충역에 해당하는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중 오직 공보의만 군사훈련기간을 군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있다"라며 "보충역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 취급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규정임이 명백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역병 및 사회복무요원 등의 복무기간이 단축되는 추세임에도 공보의는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1979년부터 40년 동안 아무런 변화 없이 37개월의 복무기간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국가 책임을 복무기간 연장이라는 공보의 개인의 희생으로 대신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수년간 37개월 복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온 대공협 역시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대공협 김형갑 회장은 "그동안 공보의들은 현역병, 보충역의 복무기간이 줄고 있음에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복무기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게 아니다"라며 "37개월에서 1개월마저도 인정 못해준다면 병역법에 맞게 복무기간 자체를 줄여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보의 1년차가 의료공백이 발생한다는 3월에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추후 군사훈련을 가면 그 시간 동안 발생하는 의료공백은 어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공보의는 주로 비교되는 군의관과는 직역이 아예 다르다.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터지면 즉각 투입된다. 이 부분이 인정되지 못해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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