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도(三田渡)의 굴욕(屈辱)을 아십니까?

발행날짜: 2020-09-28 05:45:50
  • 박상준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

삼전도(三田渡)의 굴욕(屈辱)을 아십니까? 힘없는 조선의 군주가 청나라 황제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9번이나 땅에 찧은 굴욕적인 역사입니다.

정부의 부당한 의료 정책에 맞선 의료계 투쟁에서 의과대학 학생이 투쟁의 기치로 내건 '국가고시 거부'가 의료계의 투쟁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이 무색하게 오히려 이들의 목의 죄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을 핑계로 손을 내민 정부와 협상에 응한 대한의사협회를 우려스럽게 바라보았던 이유는 자칫, 정부의 술수에 휘말려 잘못된 협상이나 합의로 의사와 의료의 미래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의사 집단 모두가 정부에 머리를 찧고 반성하는 삼전도 굴욕이 재현될까 두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예상이 정확하게 현실화하였습니다. 투쟁은 어쭙잖은 합의로 막을 내렸고, 덩그러니 내팽개쳐진 학생들의 국가고시 응시는 투쟁을 이기고도 사죄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국민으로, 의사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나선 투쟁에서 승리했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마주한 이들의 박탈감과 허탈함 그리고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요? 이들 앞에 남을 것은 정부가 강요한 굴욕. 강요당한 굴욕의 학생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의대생의 국가시험 응시 거부는 일방적인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로서 마땅히 구제의 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대한의사협회는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 "더불어민주당 및 정부와의 합의는 대생과 전공의 등 학생과 의사회원에 대한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된 것", "이와 같은 전제가 훼손될 때에는 합의 역시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라고 했지만 정부는 사과 없는 의과대학 학생의 국가고시 응시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의과대학 학생은 우리 의사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이자 주체자입니다. 이런 이들이 굴욕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투쟁에 이기고도 볼모로 잡힌 의과대학 학생의 ‘국가고시 거부’가 또다시 꺼져가는 투쟁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명심해야 합니다. 아울러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의사협회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이 권리가 완전하게 회복되도록 의료계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도 의료공백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하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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