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세마글루타이드 비만·NASH 잡고 3관왕 노리나

발행날짜: 2021-03-02 05:45:59
  •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 앞세워 약물 재창출 임상 박차
    비만 분야 이미 게임체인저로 각광…NASH 3상 주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가 약물 재창출 임상에 잇따라 성공하며 비만과 비 알콜성 지방간염(NASH)까지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비만 분야에서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를 넘어서는 효과를 보이며 형보다 나은 아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다 치료제가 없는 NASH에서도 괄목할만한 임상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3관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약물 재창출 봇물…비만 분야 기대

사실 세마글루타이드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주사제라는 GLP-1 제제의 한계를 넘어 사상 첫 경구용 약물을 시도하면서부터다.

당뇨약으로 개발된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과 NASH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GLP-1제제가 강력한 항당뇨병 효과를 가졌지만 주사제라는 틀에 갖혀 순응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GLP-1의 새로운 구원 투수로 주목받은 것이다.

물론 GLP-1제제의 명성답게 효과도 충분했다. 당뇨병 약제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인 'PIONEER'와 'SUSTAIN' 시리즈에서 전통 강호인 DPP-4를 비롯해 SGLT-2 억제제, 경쟁 GLP-1 약제들을 압도하며 유효성을 증명한 것이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주사제 병용 GLP-1제제라는 타이틀에 경쟁 약물에 비한 강력한 효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온 셈.

실제로 PIONEER-2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병 시장의 강자 SGLT-2i 제제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과의 대조 임상에서 26주째 당화혈색소 감소율 1.3%를 기록하며 엠파글리플로진 0.9%를 넘어섰다.

SUSTAIN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임상은 카나글리플로진(인보카나)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한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 임상 시험.

이 임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52주째 당화혈색소 1.5%를 감소시켜 카나글로프로진 1.0%를 압도했다. 또한 2차 목표였던 당화혈색소 혈당 조절과 유지 측면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는 66.1%가 유지에 성공해 카나글리플로진 45.1%를 따돌렸다.

GLP-1 계열에서도 우위는 충분하게 점했다. 리라글루타이드와의 비교 임상에서 역시 30주째 당화혈색소 감소량이 1.7%로 리라글루타이드 1%에 비해 우월했던 이유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병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새로운 모험을 결정한다. 'PIONEER'와 'SUSTAIN' 임상 시리즈에서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가 나타난 것에 주목한 것이다.

비만 임상 3상서 15% 체중 감량 효과 입증…삭센다 세대 교체 예고

실제로 대규모 임상 시리즈 PIONEER-2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치료 52주째 무려 4.7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임상 3상에서 15%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SUSTAIN 임상도 마찬가지. 이 임상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는 52주째에 평균적으로 5kg 이상(-5.3kg, -5.1kg, -5.0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주목받았다.

노보노디스크가 빠르게 비만 약물로 재창출을 도모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비만과 당뇨가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데다 비만약 시장이 1조원대를 넘어서는 대형 마켓이라는 점에서 군침을 흘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임상적 근거였다. 체중 조절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시험들이 있었지만 이는 당뇨병에 대한 유효성을 밝히기 위한 임상으로, 가능성만 입증할 뿐 근거로 내세우긴 힘들었던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2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마침내 비먄을 타깃으로 하는 세마글루타이드의 3상 임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비만 약물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보이며 전문가들로부터 '게임체인저'라는 칭호을 얻었기 때문이다.

임상 결과(10.1056/NEJMoa2032183)를 보면 이에 대한 근거는 차고 넘친다. 일단 이번 임상은 16개국에서 1961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 맹검 대조군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목표인 68주째 체중 감량 효과를 분석하자 세마글루타이드는 무려 14.9%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대조군이 2.4%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1차 목표였던 체중 5% 이상 감소율도 월등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은 환자들 중 86.4%가 68주까지 5% 이상 체중이 감소된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체중이 10% 이상 감소한 상태로 유지된 환자들도 69.1%에 달했다.

이에 따라 노보노디스크는 이러한 임상 결과 등을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만 약물로 새롭게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또한 올해 상반기내에 유럽의약품청(EMA)에 이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러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리라글루타이드 즉 삭센다를 이을 대형 품목의 탄생을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사실상 삭센다와 세마글루타이드는 형과 아우의 관계다. 당뇨병 약으로 개발됐지만 비만 치료제로 더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유사하며 심지어 제조사도 같다.

국내 시장만 봐도 삭센다는 지난해만 368원의 매출(아이큐비아 집계 기준)을 올리며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큐시미아 등 경쟁 약물들이 바싹 뒤를 쫓고 있지만 그 차이는 아직 멀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출시되면 삭센다의 바통을 이어받는 동시에 신약 효과 등을 더해 비만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요법으로 삭센다 즉 리라글루타이드의 일 1회 요법보다 접근성 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비만학회 임원은 "지금까지 두자리수 체중 감소율을 보인 약은 단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임상 효과로만 본다면 압도적인 약물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게다가 당뇨 기전까지 커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삭센다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향정약 프레임에서도 벗어나 있다는 점도 기대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미 노보노 측에서도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를 위한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말 그대로 임상은 임상일 뿐 리얼월드데이터 등을 통해 한번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비만 넘어 NASH 시장 개척 순항…전문가 평가도 긍정적

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의 욕심은 비만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강력한 체중 조절 효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 적응증을 노리고 있는 것.

국내 전문가들이 세마글루타이드를 NASH 가이드라인에 올리며 기대를 갖고 있다.
비 알콜성 지방간염(NASH) 분야가 대표적인 경우다. 결국 비 알콜성 지방간염도 체중 감량이 중요한 임상적 지표라는 점에서 이 분야로의 약물 재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임상 결과도 기대할만한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간학회(AASLD)에서 공개된 2상 임상 결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전 세계 17개국에서 비 알콜성 지방간염 환자 320명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무작위 이중 맹검 대조군 임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최대 60% 가까이 NASH를 소실시켰다.

구체적으로 보면 0.1mg을 처방받은 환자는 1차 종료점인 72주째 40.4%의 환자가 비 알콜성 지방간염이 소실됐다.

0.2mg도 마찬가지로 35.6%가 소실되는 결과를 얻었고 0.4mg의 경우 무려 58.9%의 환자들이 악화 없이 비 알콜성 지방간염에서 벗어났다.

더욱이 당뇨병약으로 개발돼 비만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부가적 효과들도 분명했다.

환자들에게서 평균 12.5%의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며 당화혈색소도 1.5%나 감소시켰다. 당뇨병이 있는 비 알콜성 지방간염 환자나 비만과 비 알콜성 지방간염을 함께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유용한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임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국내 전문가들도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현재 비 알콜성 지방간염에 대한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감이 높은 상황.

대한간학회가 9년 만에 비 알콜성 지방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을 준비하면서 세마글루타이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간학회는 오는 5월 발표되는 가이드라인 개정판에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실상 최우선 권고했다. 아직 3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공식 가이드라인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매우 생소한 일. 그만큼 이 약물에 거는 기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대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가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바탕으로 비 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2상 임상에서 0.1mg의 용량만으로도 40% 소실률을 보인 것은 인정할만 하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세마글루타이드가 들어와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근거 중심의 가이드라인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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