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의체 구성하고 의견수렴…진료과별 이해관계 충돌
"침체 가정의학과 돌파구" vs "내시경 검진의 진입 장벽 안 높다"
정부가 국가건강검진에서 내시경 시술 가능을 인증하는 단체에 '대한가정의학회' 추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과 3년제 등에 치여 설자리를 잃어가는 가정의학회는 새로운 돌파구라는 시각으로 적극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내과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가 하면, 외과는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이름을 올리려고 하고 있어 진료과별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가건강검진 기관 평가 내시경학 분야에서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인증의 자격을 주는 단체에 '대한가정의학회'를 추가하는 안을 만들어 의료계 의견을 수렴했다.
복지부는 건강검진기본법에 따라 검진기관에 대한 주기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내시경 분야 평가 항목 중 위 및 대장 내시경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지도하 내시경 수련을 받은 전문의이거나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시술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 일정 수준의 관련 연수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나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의 내시경 인증의 인증서를 근거서류로 제출해야 한다.연수교육도 이들 학회의 연수교육만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여기에 가정의학회를 추가한다는 것.
의료계는 진료과목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가정의학과는 당연히 환영의 입장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한 임원은 "내과 3년제 등으로 가정의학과는 사실 위기라고 할 수 있다"라며 "가정의학과 개원의 중 위나 대장내시경을 하는 의사의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학회 차원에서 내시경 자격 인증을 운영한다면 가정의학과에 활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는 가정의학과뿐만 아니라 내시경관련 외과분과학회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외과학회는 "위와 대장 내시경은 각각 매년 300만건 이상씩 시행되고 있는 보편적인 술기다. 어느 특정과에서만 행할 수 있는 술기가 아니다"라며 "내시경 술기는 외과 전공의 교육과정에도 포함돼 있으며 3년차 술기 교육 프로그램에 있어 특정 시간을 이수해야 외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과 학회뿐만 아니라 분과 학회 중 대한대장항문학회, 대한내시경로봇학회, 대한위장관외과학회, 대한외과의사회는 내시경이 도입된 이래로 연수교육은 물론 학술대회에 내시경 분야를 포함시켜 회원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특정과, 특정 학회만 인정하고 있는 것은 전문진료과 사이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고 일반인에게도 왜곡된 정보가 제공될 개연성이 있다"라며 "무엇보다도 특정과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가정의학과와 외과학회는 내시경 인증 인정 단체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난색을 표했다. 해당 학회는 내시경 인증의 제도를 운영하며 내시경 전문의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를 이미 수행하고 있는 상황.
내과의사회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해 타과 의사들을 배척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기준에 충족하는 사람에게 인증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라며 "가정의학과 전문의 내시경 인증의도 300명 이상 된다. 내시경 검진의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또 "내시경학 분야 전문학회가 아닌 가정의학회에 인증 자격을 부여한다면 복지부가 지향하는 암 검진의 질 관리 유지는 실패할 것"이라며 "내시경학 분야 질관리 측면에서 인증의 범위 확대에 관한 사항은 5주기 평가 전에 유관단체가 모여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진료과 사이 의견 차이를 보이자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공단 주도로 구성한 '검진기관 평가 내시경학 분야 관련 협의체'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협은 "그동안 협의체는 단 한 번만 회의를 열었다"라며 "5주기 검진기관 평가지침을 개정하기 전 심도 있는 자료를 갖고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