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대한 상향지원 효과 전무…전공의 무관심 방증
전공의-정부 동상이몽 지속…의료 공백 장기화 불가피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지원율 1.4%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마무리했다. 전국 수련병원 126곳은 총 7645명의 정원을 배정했지만 지원자는 104명뿐이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의정갈등이 깊은 만큼 많은 이번 전공의 모집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원율 1%는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결과다.
정부는 황급히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8월 중 추가모집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으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메디칼타임즈가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분석하며 현재 전공의들의 상황 및 향후 의료계 영향 등을 전망해 봤다.
■ "지원율 1% 예상 뛰어 넘어, 정부 예상한 상향 지원 없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총 10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인턴 지원자는 13명, 레지던트 지원자는 91명이다.
총지원자 104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명은 서울의 빅5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빅5병원 전공의 지원자를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5명, 세브란스병원 6명, 삼성서울병원 20명, 가톨릭중앙의료원 14명, 서울아산병원 0명 등이다.
다만 가톨릭의료원은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산하 8곳의 전공의를 일괄 모집하기 때문에 서울성모병원만의 지원자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련병원은 지원자 '0명'으로 이번 모집을 마감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번 전공의 지원율이 예상보다도 저조했다고 입을 모으며, 향후 의료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고 전망했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교수는 "하반기 모집에 지원율이 낮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1%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연내 의료공백 해소는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의료계는 이번 전공의 모집 결과 정부가 기대한 상향 지원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들의 복귀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고 전망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 A씨는 "이번 모집에 복귀한 인원 대부분은 기존에 수련하던 전공의들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모집에 한해 지역 제한을 폐지하는 등 다양한 특례를 제공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빅5병원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전체 지원율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예상한 상향 지원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이나 환경 등을 넘어 수련 자체에 마음이 떴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 "8월 추가 모집, 무슨 의미죠?...개원가 눈 돌리는 전공의들"
이에 복지부는 최대한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에 복귀할 수 있도록 8월 중 전공의 추가모집을 진행하겠다고 즉각 발표했다.
정부는 하반기 모집 특례를 발표하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더 이상의 특혜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지원율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의료계 정상운영을 최우선에 두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입장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신속히 추가모집 일정을 조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아무런 상황 변화 없이 또다시 전공의를 모집한다고 해도 결과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교수 A씨는 "전공의들은 2월부터 병원을 떠나며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동문서답하듯 계속해서 복귀만 종용하고 있으니 답답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의료계를 넘어 전 국민의 생각이었다"라며 "무리하게 모집을 추진해 지원율 1%라는 결과를 보고도 또다시 추가모집을 진행하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행정력 낭비"라고 꼬집었다.
지방의 한 수련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 또한 "8월 추가모집이라는 정부의 대책은 현재 전공의들 상황을 고려하면 괴리가 있다"며 "추가모집을 진행해도 지원자는 더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1년차 전공의가 복귀해도 문제"라며 "상급년차가 빈 상황에서 이들이 돌아와도 제대로 된 교육을 진행할 수 없는데 무작정 복귀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이미 국내 의료계에 관심을 버리고 개원가 및 해외 등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의사협회가 주최하는 사직 전공의 대상 실무 연수 강의 신청에 2시간 만에 200명이 몰려 조기 마감됐다.
한 사직 전공의는 "향후 수차례 추가모집을 진행해도 이변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전공의 대부분은 다른 미래를 구상하며 새로운 판을 짜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발표를 무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전문의 중심병원' 밀어붙이지만, 의료계 "불가능한 꿈"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 거부 의사가 재확인되며, 향후 대학병원들은 1년 이상 전공의 없이 대학병원을 운영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 속 정부는 전공의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전문의 중심병원' 개편에 집중하며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이 담긴 1차 의료개혁 방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의 중심병원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병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아도 비상진료체계를 보완하며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병원'이 자리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 기조실장은 "전문의 중심병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공의들의 뒷받침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다"며 "전공의 이탈 후 고강도 업무 등에 지쳐 교수들도 하나둘 떠나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문의 중심병원이 구축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 또한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라며 "PA 간호사 등을 통해 전공의 빈자리를 대체한다 해도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의료개혁을 꿈꾸든 전공의 복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 이탈 후 전문의 연봉을 기존의 1.5배까지 올려도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2월 이후 많은 병원이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에 빠지고 있는 상황 속 무리한 시도로 병원계에 더 큰 혼란을 주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