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로 재시동 기대감↑반면 의료기관들 '냉담'
근본적 대책은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 전액 부담 현실화
이달(9월) 전공의가 대거 복귀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다기관 협력수련 시범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속도가 붙을지 의문이다.
대한내과학회 등 학회 차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채울 수 없는 수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정작 전공의를 받아야할 1, 2차 의료기관들은 현실적인 문제로 시큰둥한 표정이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2025년 다기관 협력수련 시범사업' 접수를 시작했지만 수련병원 3곳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당시 의정사태임을 고려하더라도 전국 수련병원 중 3곳은 극히 적은 수치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복귀를 기점으로 시범사업에 대해 적극 안내하며 참여 의료기관 접수에 나섰지만 얼마나 반향이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정부가 이번 사업사업을 추진한 배경은 의료계 내부의 요구 때문. 실제로 다수의 학회는 3차 의료기관 이외 1, 2차 의료기관으로 파견 수련을 통해 수련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한다. 수련책임기관(상급종합병원)에는 네트워크별로 프로그램 개발비를 최대 4000만원, 전공의 파견수당으로 월 최대 50만원(권역 외는 추가 50만원)을 지원한다.
수련협력기관에는 협력수련 담당 전문의 수당으로 월 최대 200만원, 운영비용으로 연 최대 2000만원을 제공한다. 우수 네트워크로 선정되면 4000만원 내외의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된다.
전공의는 수련협력기관별로 1개월 단위로 파견되며, 1인당 수련연도별 6개월 이내에서 협력수련을 받는다. 필수의료 8개 과목과 인턴 중 3개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
시범사업에 대해 대한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이사는 "대학병원에서는 중증환자 위주로 수련이 이뤄지는데, 실제 개원 후에는 경증환자나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환경에서의 수련 경험이 전공의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과계열의 경우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충수돌기절제술(맹장수술), 담낭절제술, 탈장교정술 등 기본 술기는 대학병원보다는 2차 병원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다"고 했다.
전공의가 3-4년 수련받으면서 필요한 역량이 대학병원에서만 채워지지 않는다면 1~2차에 가서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전공의 파견을 받아 수련을 담당할 의료기관의 욕구가 낮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공의 수련에 예산을 투입한 것은 환영하지만 최근 전공의 근무시간 규정이 바뀐 것을 고려, 인건비가 급등한 것을 고려하면 예산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경상북도 한 종합병원장은 다기관 협력수련 참여를 검토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는 "병원 임직원들과 진지하게 논의한 결과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부가 전공의 인건비를 책임지면 몰라도 비용을 지출하면서 수련까지 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해당 종합병원은 빅4병원과 모자병원 관계로 인턴 6명 수련을 받았지만 최근 위와 같은 이유로 3명으로 줄였을 정도.
그는 "의정사태를 겪으면서 전공의 대신 진료지원인력을 투입,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일선 중소병원들도 이 같은 이유에서 전공의 수련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전공의는 더이상 '근로자'가 아닌 '피교육자'로 인식이 바뀌면서 일선 의료기관들도 과거 '한명이라도 더 받자'는 입장에서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로 바뀌는 모양새다.
의료계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정부의 전공의 수련비용 전액 부담을 꼽았다.
지방의 한 종합병원장은 "이 문제의 최종 해법은 교육을 국가가 담당하는 것"이라며 "월급을 국가가 줘야 문제가 해결된다. 수련을 국가가 담당하고 병원이 위탁받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이사 또한 "정부가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전부 지불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라며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재정 지원 체계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전공의 급여를 정부에서 상당 부분 지급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100%는 어렵더라도 국가에서 50%, 병원에서 50% 이런 식으로라도 해야 한다는 제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