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위해 의료계와 상생의길 열어야<5-完 >

조형철
발행날짜: 2003-07-25 06:26:19
  • 공단 본연 임무만 충실...의료계 입장 이해 필요

|특별기획|재정통합이룬 공단 이것이 문제다

이달부터 재정 통합을 이룸으로써 명실상부한 단일공단으로 출범한 건강보험공단. 한해 16조 이상 지출되는 건강보험재정을 집행하는 이 거대한 기관은 통합과 함께 새로운 보험자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자료제출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단은 통합 후 지금까지 관리 운영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며 국민과 의료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공단의 실태를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글싣는 순서>>>---------------------
<제1부>감사원 특감 이후
<제2부>허술한 건강보험증 발급 및 관리
<제3부>진료비 지급 제때 이루어지나
<제4부>누구를 위한 보험자역할 강화인가
<재5부>관련 단체들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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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야
의료계는 재정통합을 이룬 공단의 운영실태에 대해 월권과 방만한 운영을 일삼고 있다며 보험재정 낭비를 중단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건보재정 통합 후 업무전반에 전산연계시스템이 본격화되고 가입자의 자격변동과 관리부분이 단일화 됨에 따라 업무 부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1만454명에 달하는 인력과 그 운영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의료계는 지적했다.

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공단이 보험재정 통합을 이룬 후 잉여인력에 대한 운영비가 보험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소중에 하나라는 비판에 따라 공단이 인력감축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공단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다른 업무를 개발, 확대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업무영역의 일환으로 요양기관 현지 실사권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보험재정 감시자의 역활이 아닌 의료계를 파탄내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단은 실사권을 논의하기 이전에 심사평가원의 지급오더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단의 본연의 임무를 초월한 실사권을 언급하는 것은 의료계의 반발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개원가에 따르면 심사평가원이라는 정부의 공식 위탁기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을 무시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공단이 실사권을 요구하는 것은 의료계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양재동 한 개원의는 "전산심사와 더불어 처방전, 영수증, 그리고 의료사고와 삭감에 의사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데 공단이 거기에 실사권이라는 혹을 하나 더 붙여준다면 의사라는 직업은 3D 업종에 새로이 포함될 것"이라며 "의료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무조건 적인 탄압은 의료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진료의지를 꺽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사당동 L 내과의원은 "심평원의 삭감과 실사에 이어 공단의 실사까지 이중고를 겪게된다면 진료환경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붕어빵식 진료를 강요받으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실사와 조사에 대비해야 하는 민초의사들은 의욕상실과 더불어 정신적인 공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서비스 강화 필요...가입자 불만 많아
건강보험공단이 재정통합된 이후 가입자들은 통합으로 인해 업무에 대한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국민을 위한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 용인시의 J씨(남, 28)는 "보험료를 3만원 정도 미납했는데 장기체납이라며 월급을 압류하겠다는 공단의 전화를 받고 크게 놀랐다"며 "사채업자도 아닌 국가기관에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가입자 이모씨는 공단의 모순점으로 선택의 여지가 국민에게 없는 점과 가입자가 낸 보험금으로 운영되는 공단의 서비스 횡포 등을 꼽았다.

그는 "보험은 세금이 아니므로 법 운운하는것은 국민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진다"며 "형편이 안되면 탈퇴의 선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득기준을 적용해 과세하는 것은 이미 국세청에서 한 일을 이중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돈을 일궈내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며 "서민들에게 의료보험비 안낸다고 차압운운하는것은 공단의 월권이라고 본다"고 그는 역설했다.

서울시 서초구 K씨(여, 35)는 "어느날 갑자기 보험료가 180만원이 미납되었다는 고지를 받았다"며 "미납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런 통보에 큰 금액으로 불어난 미납급을 내기 위해 정말 힘들었다"면서 미납사실에 대한 통보를 더욱 확실히 해주길 바랬다.

충남 천안의 Y씨(여, 27)는 "전화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 뭐 좀 물어볼라 치면 한숨을 푹 쉰다음 대답해주고 바쁜 듯 행동한다"며 "공무원이라고 상급자같이 행동하고 민원인을 아랫사람 다루듯 하는 것은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가입자는 "건강보험공단의 행실을 보고 있자니 정말 누구를 위하여 돈을 걷는지, 또 보험료의 의미도 모르겠다"며 "돈을 낸 사람은 혜택을 주고, 돈을 내지 못한사람은 헤택을 받는것은 고사하고 위법 운운하면서 인간적인 무시까지 당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가입자 권익보호하는 보험자로서 역활 강화
시민단체들은 의료보험 통합으로 단일보험자가 성립되고 공단의 조직이 전면적으로 개편됨에 따라 과거의 연합회나 조합 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단 역활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해 주최한 '통합 이후 보험자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연구'에서는 보험 가입자들이 단순히 납부자에서 돈을 기여한 피보험자로서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하였다며 공단 운영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김대훈 간사는 "현재 공단이 가입자의 권리보장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요양기관 현지 실사권 행사 등 재정 감시자로서 적극적인 역활을 확대하고 국민들에게 이러한 측면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참여연대의 문혜진 팀장은 "현재 공단은 보험자로서의 역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가입자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며 "가입자들에 보험자로서 신뢰를 줄 수 있는 업무능력과 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 팀장은 "공단이 가입자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통합이후 본격적인 전산연계시스템 도입과 인력이 확보된 상태에서 단순한 친절을 넘어 가입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차원이 되야한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이어 공단은 국민의 보험료 지출권한을 위임받은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가입자들에 대한 서비스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보험누수를 막는 재정감시자의 역활과 가입자 입장에서 무엇이 과연 유리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건강 위해 의료계와 상생의 길 열어야
의협 김성오 의무이사는 "어떠한 건강보험 정책이던지 의료 서비스 공급자를 빼놓고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책시행 전 공청회를 통해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오 이사는 "공단이 국민건강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하며 진정한 통합의 길로 가기 위해 운영비를 국고에서 지원받는 방법을 검토해 인력과 운영비를 효율적으로 책정, 생산성과 서비스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단은 의료계와 불필요한 갈등구조를 탈피하고 의료계와 환자와의 신뢰회복을 위해 보험료 환급금 지급시 삭감이유를 환자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의사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공단의 한 관계자는 "인력의 한계가 있겠지만 환자에 환급전 이를 해당 요양기관에 통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며 "의료계와 환자의 신뢰회복을 위해 공단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단이 99년부터 단계적으로 인력감축을 해왔던 부분을 애써 축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급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의료계 인사를 자주 만나 현안을 논의 하겠다"고 밝혔다.


진정한 국민건강 실현을 위한 공단으로..
의료계 한 관계자는 "민간보험의 존재와 더불어 보험 가입자들과 시민단체의 요구가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단은 공공보험 재정 관리자로서 자체관리를 절감하는 노력과 함께 감시자로서의 역활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서비스 공급자인 의료계가 가입자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와 공급자에게 절감을 요구하기 이전에 공단부터 보험가입자의 재정을 아낄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공급자와 가입자의 갈등을 평행선 상에 놓고 대립 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고 가입자를 사이에 둔 갈등관계를 극복해 국민건강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공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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