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빌딩 과잉 공급 후유증 '심각'

주경준
발행날짜: 2004-11-12 07:25:43
신규 분양·임대율 저조...공실률 지속 증가

과잉 공급 문제가 제기돼 오던 메디컬빌딩이 저조한 분양율과 공실률 증가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에 신축 건물은 중추가 되는 과목인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에 대해서는 분양가 10~30%인하, 임대시 1년 무료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며 의원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기존의 메디컬빌딩 상당수도 불황에다 개원열풍이 수그러든 현 상황에서 공실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메디컬빌딩의 현황에 대해 살펴본다.
인기를 구가했던 상동지역 메디칼빌딩
개원열풍 성장한 메디칼빌딩의 위기

90년대 강남권을 중심으로 의원이 중간층을 점유하는 형태의 테마빌딩으로써 메디컬빌딩이 선을 보인 후 개원열풍과 함께 2000년말 부터 본격적인 건설 붐이 일어났다.

이후 약 2년간 분업·개원열풍과 함께 폭발적인 물량이 공급됐으며 분양업체 스스로나 병의원 컨설팅업체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의 메디컬빌딩이 들어섰다.

이같은 메디컬빌딩의 붐이 형성된 이유는 개원열풍과 건설경기 호황 등의 요인외에도 의원 유치에 따른 보다 안정적 수익률과 1층에 약국을 유치함으로써 추가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메디컬빌딩 자체가 의료법 등에 전혀 근거가 없는 건축업자간의 통상적인 용어라는 점에서 최소 4개과 이상 입점하고 건물내 의료기관이 50%이상일 경우로 가정할 경우 서울지역만 200곳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급격한 메디칼빌딩의 증가는 개원 붐이 사라진 상황에서 공실률 증가와 분양율 감소등 극심한 불황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건물주의 선호 1순위는 병원-학원
분양실패·공실률 증가로 신음

“치과·한의원은 들어왔지만...” 분양 관계자의 이야기 그대로 경기도 파주 금촌의 한 메디컬빌딩은 ‘병의원 특별분양’ 현수막을 내 걸린채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3~4층이 텅 비어있다.

개원정보에 가장 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치과와 한의원. 실질적으로 개원이외 진출루트가 많지않은 만큼 목좋은 신축건물에 가장 먼저 입점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어 지금도 분양·임대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게 분양사무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1층 약국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메디컬빌딩의 핵심이 되는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의 유치는 쉽지만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또 분양을 완료했다고 밝힌 서울 K메디컬빌딩은 준공이후에도 1층 약국외 아직 6개층중 절반 정도의 임대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축 메디컬빌딩 대부분 비슷한 실정으로 원 분양가에서 20~30%정도를 깍아주는 이면계약조건 등을 제시하면서 분양물량을 소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임대조건도 관리비 면제 또는 5년계약시 1년 임대료 면제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단 이들 할인율은 대부분 1층 약국 부담으로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건물의 경우도 시작부터 10~20%의 공실률 부담을 떠안고 있거나 핵심과인 내과·소아과 등이 빠져나가면서 다시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영등포 소재 K빌딩은 아예 지난해 ‘메디컬’이란 이름을 삭제하고 미용실·피부관리실 등으로 의원입지를 채우고 안과·치과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지역내 확산이 예상되는 클리닉존 형태
옥석 가려지는 메디컬빌딩의 변화

압구정동에 ‘제이비미소’의 분양성공은 언론에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재료. 최근 불황에도 불구 지역특성에 맞게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포함 9개과가 입점이 확정됐다.

메디컬빌딩은 최근 복합클리닉몰 등의 형태로 의원과 약국을 중심으로 하던 모델을 벗어나 휘트니스센터, 스포츠용품점, 웰빙스토어, 아로마테라피점 등 건강관련 아이템을 추가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합정, 강남, 남양주 평내 등지에 ‘웰빙’을 표방하고 포스트 메디컬빌딩을 제시하는 건물들이 분양을 개시했지만 변화의 성공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컨설팅 업계관계자는 “제이비미소의 경우 메디컬빌딩의 변화로 보기보다는 입지에 맞는 정확한 분양계획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며 “전반적으로는 과잉공급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게 정확한 진단일 것”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간 건물주가 안정적 수익률 또는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입지에 관계없이 메디컬이라는 명칭을 선호했다” 며 “최근은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시점으로 봐야 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도심지역내 메디칼빌딩과 달리 주거지역의 경우 빌딩형태보다는 4~5개과가 소규모로 모여 있는 형태의 클리닉 존의 발전가능성을 보다 높게 점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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