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에서 꼭 필요한 것 한가지는? 청진기-2년차, 1년차 체외심폐순환기-3년차 감과 판단력-1년차 컴퓨터-2년차 목욕장비-3년차 치프">

빠른 판단과 결정이 ER 경쟁력

구영진
발행날짜: 2004-11-24 06:30:51
  • 경희대학교 응급의학과 의국

시즌 11에 돌입한 미국의 인기 드라마 ER을 알고 있는가?

에미상을 여러 번 받은 'ER'은 병원 응급실에서 박봉과 과로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레지던트들의 실감나는 삶이 담겨있는 드라마다.

ER-Emergency Room
의국 탐방이 있던 날 아침, 머릿속에 드라마 'ER'을 살짝 떠올리며 오늘의 주인공인 경희대 응급의학과 의국에 도착했다.

전담 직원이 한명 있는 의국 문을 열자 회의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책장에 의학관련 서적, 응급실 일지, 응급센터 입원 환자 명단 등이 보인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는 총 12명, 계산도 쉽게 각 년차당 3명씩이다. 현재 4년차는 10월까지 근무하고 공부에 들어간 상태. 몇명은 협력병원에 가있다고.

의국 구성원은 3년차 조한진 치프를 비롯, 임성관, 박상혁 전공의, 2년차 정웅, 박성혁, 윤창준 전공의, 1년차 조현준, 이종석, 김홍원 전공의로 이루어져 있다.

경희대 응급의학과는 생긴지 8년된 과로 역사로 볼땐 신생과에 속한다.

하지만 "응급의학이 응급의료 시스템의 기반조성 고속도로 같은 것이어서 발전가능성이 높고, 현재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과"라고 3년차 조한진 치프가 전해준다.

경희대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의 특징 두번째, 전원 모두 경희대 출신이다.

응급의학과의 꽃 1년차, 24시 핑퐁 당직
자, 이쯤에서 경희대 응급의학과 의국원들의 생활을 알아보자.

일단 응급의학과의 하루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 보통 7시 30분 경 치프 회진, 8시 30분부터 스텝회진과 컨퍼런스가 진행된다.

그 사이 ER에서는 응급환자 진료, MRI 판독, 진단서 작성, 다른과 연계 치료와 처치, 입원 등의 과정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하루종일 응급환자와 줄다리기를 펼치다 보면 어느새 저녁 나절, 5시 30분 쯤 저녁을 먹고 오후 7시 30분경 저녁 회진이 시작된다고 한다.

의국에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나자 어제 종일 당직을 섰던 1년차가 OFF가 돼 집으로 향한다. 1년차의 경우 24시간 일하고 24시간을 휴식하는 삶이 반복된다.

ER은 짬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므로 체력을 몰아 소비하고 충전한단다. 왜 기자에겐 그때 '충전건전지'가 떠오르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1년차의 경우 거의 집에 가서 밥만먹고 쓰러져 자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하루 평균 경희대 응급의학과 ER을 찾는 환자는 대략 50~60명 정도이나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환자수에는 많은 차이를 보인단다.

이를테면 여름 휴가철이나 단풍놀이 철이면 어김없이 행락객 사건·사고 환자가 증가한다는 것.

게다가 응급실에는 유난히 술 먹고 난동을 피우는 사람도 많단다. 현재는 입구에 경비업체 직원들이 상시 대기를 해서 괜찮지만 '예전에는 레지던트들이 취객과 몸싸움을 벌이다 찰과상을 입거나 얻어맞는 경우도 흔했다'고 전한다.

2ㆍ3년차, 1년차 도와 ER내 흐름 조절
ER 안에서의 삶은 환자가 없을 때는 평온하고 조용한 일상이지만 환자가 급박하게 들어오면 다이나믹하고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변모된다.

"2~3년 전 월드컵이다 뭐다해서 70~80명의 환자가 밀려오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편한거죠." 레지던트 3년차의 말이다.

2년차와 3년차는 1년차와 함께 환자를 보거나 외과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한다.

기숙사 방이나 독서실 처럼 꾸며진 당직실에서 책을 보며 공부를 하기도 한다.

당직실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응급의학센터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생생하게 모니터 되므로 언제든지 ER로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 의국의 공식적 저널 컨퍼런스는 수요일과 금요일, 텍스트 리뷰는 1,2년차가 주로 담당하고, 저널 발표 및 소개는 3년차와 4년차가 맡게 된다.

의국 전체 살림과 행사를 책임지고 있는 3년차 치프 조한진 전공의는 “응급의학과는 1년차 위주로 돌아가는 과”라며 "1년차는 힘들지만 수련 과정을 거쳐 동료이자 후학이 되고 2, 3년차 역시 반복되는 여러 응급상황과 환자치료를 통해 상황대처 순발력과 판단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ER, 갑자기 분주해지다
점심을 먹고 당직실에 돌아온 1시 30분 경, 이 닦을 여유도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삐삐가 울어댄다. ER에 환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전에 둘러본 ER은 환자 1명이 20여개가 넘는 텅빈 베드 한 켠을 차지한 모양새. 그 옆으로 손가락 부상을 입은 20살 가량은 젊은 여자 환자가 ER을 배회했었다.

서둘러 당직실에서 ER로 옮겨가니 응급환자가 이송 중이다. ER에 오는 환자는 베드에 실려오는 것이 특징. 방금 들어온 환자는 Lung Cancer 환자로 70세 가량의 노인이다.

올 9월 말쯤에 신체 왼쪽이 마비되며 뇌종양 말기 증세를 보이다 회복 후 퇴원했는데 오늘 다시 ER에 실려왔다고. 레지던트가 보호자에게 환자상태를 충분히 설명한다.

“경희의료원 응급의학과에는 지리적 특성상 대부분 노인 환자가 많다”고 2년차 박성혁 전공의가 알려준다.

1시 35분. 아무래도 방금 실려온 70세 가량의 환자 숨소리가 심상치 않다. ‘갸르릉’ 거리며 숨을 몰아쉬는데 고른 호흡이 힘든 상태로 보인다.

보호자가 결정을 내리고 침대에 커텐이 쳐지더니 인투베이션(intubation) 처치가 신속하게 시작된다.

1시 40분 타과에서 속속 신환이 도착한다. “신환입니다.”란 구호와 함께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간호사나 인턴, 레지던트 할 것 없이 베드로 뛰어간다.

각 환자마다 걱정스럽고 초조한 표정의 보호자들이 딸려 들어온다. 이 와중에 링겔 병을 손에 들고 화장실로 꿋꿋이 향하는 어린 환자도 보인다.

1시 45분 신환이 또 들어온다. 금새 ER 베드를 채운 환자가 6명으로 늘어나 있다. 이번 환자는 NS 환자인 모양이다.

1시 47분 또다시 도착한 다른 환자. 신체 오른쪽이 마비된 상태란다. 숨골 뇌경색이 발생한지 10일째 되었다나... 입원 처치가 결정되고 신속한 수속이 준비된다.

입원병실 문제로 수간호사, 인턴, 레지던트, 결국 치프 선생님까지 전화를 걸어댄다. 아니 입원실이 부족하단 말인가?

1시 55분 새 환자다. 주인공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67세 할머니. 얼굴은 피범벅, 코피를 흘리고 있는 듯하다. 침대 곁에 보호자인 듯한 파리한 안색의 젊은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다.

베드로 뛰어간 레지던트가 질문을 시작했다. “춥지는 않아요? 어디가 아프세요? 여기가 아파요? 배는 안 아프세요?”

텅비어 조용하고 적막하던 ER의 오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여기저기 정신없고 분주한데다 시끄럽고 활기찬 모습으로 변모했다.

응급실 중앙에 위치한 데스크도 레지던트 인턴 간호사 할 것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니 사람만 분주한 게 아니라 컴퓨터와 각종 기계들도 ‘윙’ 소리를 내며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환자들에게 각자 뛰어다니느라 바쁜 레지던트 1, 2, 3년차. 1년차는 검사결과를 확인 중이고 2년차는 환자 보호자들과 이야길 나누고 3년차는 각 환자 진료사이사이 환자코드 주요증상 등을 입력하는 중이다.

환자 RUSH 2회전 시작
이제 2시, 이번 신환은 베드가 아니라 보호자와 함께 교복을 입고 걸어 들어오는 남학생이다.

얼굴과 머리 곳곳에 상처가 보인다. 벨트로 친구에게 수차례 가격당한 상태라고,.. 우선 혈압을 재고 엑스레이를 찍고 누워서 안정을 취하도록 조치된다.

2시 5분 또 신환이다. 정말 환자들 Rush다. 이 정도면 공격수준이 아닐까?

2시 7분 새로운 찰과상 환자가 ER에 도착했다. 곧바로 처치준비가 시작되고 드레싱과 주사가 준비된다.

2시 10분 오토바이 사고 환자 보호자인 딸이 도착했다. 환자 곁에 있던 그 파리한 얼굴의 청년은 가해자였나 보다.

‘엄마 왜 이래? 얼굴이 왜 피범벅이 되서 부었어. 아, 이 피좀봐, 왜 이렇게 됐어? 아니 제 어머니가 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딸의 뾰족한 목소리가 ER 천장으로 솟아오른다.

응급실 내부를 한번 둘러보자 순식간에 ER환자가 12명으로 늘어나 있다. 게다가 각 환자당 보호자도 1~2명씩 딸려있어 베드만 있던 광할한(?) 응급실이 가득 차있다.

40분여 사이에 이렇게 응급실 풍경이 달라지다니... 당직실로 향한 기자를 조한진 치프가 맞이하며 말을 건다.

“응급실 표정 좀 보셨나요? 그게 진짜 응급실 모습이에요. 많이 바쁘죠? 한가할 땐 괜찮지만 1년차가 다 소화하기엔 벅차지면 2년차들이 도와주게 되죠. 전 여기서 병실문제 등을 파악해서 처리하구요.”라고 덧붙인다.

ER에서 일하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들의 진료복은 하얀 가운이 아니라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계절에 상관없이 반팔이다.

‘피가 튀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란다. “어 이상타, 레지던트 1년차 선생님은 왜 하얀 가운을 입었죠”? 했더니, “추위를 탈 경우 방한용으로 사용된다”나 뭐래나.

ER은 ON과 OFF가 확실한 곳
응급의학과의 특징이자 응급의학과의 가장(?) 좋은 점은 “내가 Off 일때 병원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점이라고”

‘심지어 OFF 일 때는 병원 쪽으로 고개도 향하지 않는다’고 농담까지 던진다.

이번 의국탐방에서 기자가 파악한 경의대학교 응급의학과의 특징이자 힘은 첫 번째가 합리적인 의국 분위기다.

치프나 한 구성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의국원 한명 한명이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와 자기 멋대로가 아닌 일체감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수술이 많은 외과파트와 더불어 의사계의 3D 업종에 속하건만 구성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기만 하다.

그래서 말그대로 ‘환자 RUSH'가 닥쳐도 차분히 자기 분야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두 번째는 방사선과 의사가 스텝교수로 응급의학과에 항상 상주하고 있다는 사실. 1,2년차 의국원들도 몇 명 손에 꼽았지만 응급의학과에 방사선과 교수가 상주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환자 처치에서도 빠른 해석과 판단력을 보여주고, 전공의 수련과정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초음파 장비를 사용한 확인 및 처치가 응급센터 내에서 바로 이뤄지는 점 역시 경희대 응급의학과의 힘 중에 하나로 보인다.

병의원마다 몸집불리기에 한창인 요즘, 정부방침 부응용이 아니라 진정 응급환자를 위한 레지던트가 있는 ER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음을 이번 탐방을 통해 알 수 있어 유쾌했다.

게다가 의국원들 모두 '정확하고 빠른 판단과 결정이 ER의 핵심 경쟁력'이라면서 "그런 역량강화를 위해 각자 노력해야지요”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마음가짐부터 멋진 경희대 응급의학과 의국원들 모두에게 '파이팅~!'

뽀나스 1
오행시 결전 1
-가가 마려워도 참고
-한 볼일이 있어도 또 참고
-지의 한국인처럼
-(?)문에 온 힘을 집중하고
-과감히 일어나 신환을 맞이하며 하루를 보낸다.

오행시 결전 2
-급환자라고 소리치며 들어오는 분들의 대부분은 진짜 별로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가 지 하인인 양 불러대는 분들의 대부분은 진짜 별로
-문의 높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과 허풍이 넘치는 응급실은 인생의 작은 축소판인가 보다.

뽀나스 2
Q>응급의학과에서 꼭 필요한 것 한가지는?
청진기-2년차, 1년차
체외심폐순환기-3년차
감과 판단력-1년차
컴퓨터-2년차
목욕장비-3년차 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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