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벽지 전출' 무릅쓴 위험한 줄타기<1>

박진규
발행날짜: 2004-12-01 06:57:35
  • 의료인력 수급체계 빌미 제공...의료분쟁 무방비

|특별기획|아르바이트 하는 공중보건의들

경찰이 불법 야간진료 아르바이트를 한 공중보건의사들과 이들을 일선 병의원에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병원장을 적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만연하고 있는 불법행위를 자체 정화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공보의 야간진료 실태와 원인 문제점 대책등을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①공보의 '알바' 현주소
②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③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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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경찰청이 불법 야간당직 아르바이트를 한 공중보건의와 아르바이트를 알선한 의사를 적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디게이트등 의사 커뮤니티사이트에는 당직의사 모집 광고가 폭주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 소재 A병원은 최근 의사구인구직 전문 사이트에 주말 야간당직의 초빙 광고를 냈지만 여러날이 지난 현재까지 채용을 못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전화 문의는 간혹 있지만 선뜻 일하겠다고 나서는 의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요즘은 경찰 수사 여파로 야간당직의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찰 수사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공보의들이 발을 빼고 공중보건의협의회 차원에서도 불법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자는 자성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보의는 "부산경찰청의 수사를 계기로 공보의 아르바이트는 당분간 자취를 감추게 됐다"며 "그 여파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에 미쳐 응급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보건소등 각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과 공중보건의는 3000여명 가량이며 이중65%가 전문의 보드를 갖고 있을 정도로 고급 자원들이다. 이 가운데 응급실 당직, 야간진료, 대진등 이른바 '알바'를 뛰는 공보의는 소수다.

경찰 수사 당직의 수급에 영향
의료계에서 중소병원 야간당직의중 상당수가 전공의와 공중보건의사들로 충당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겸직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병원은 주변 동문병원에 야간당직의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군의관이 민간병원의 진료에 참여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현행 의료법은 병원들은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상 필요한 당직 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은 야간당직의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24시간 진료를 표방하는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인력난을 부채질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복지부가 전공의 겸직금지 조항을 내세워 야간당직 아르바이트 전공의들의 요양급여 청구행위를 금지한 것도 인력난을 가중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계 한 관계자는 "수련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아르바이트가 허용됐지만 건보재정 적자해소를 이유로 의료법 규정이 바뀌면서 당직의 구인난이 심각해졌다"며 "일반 의사들은 힘들고 의료분쟁의 위험까지 따르는 야간당직 업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야간당직 의사의 일당은 약 10시간 근무에 15~20만원선이 보통이다. 당직은 요일에 제한이 없지만 환자가 비교적 많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주말에 집중된다.

고되고 의료분쟁 위험 커 기피대상
하지만 야간당직도 어지간한 체력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렵다. 정상근무를 마치고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야간당직 아르바이트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또 타의료기관 당직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공중보건의가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행위등 공중보건업무 외 업무에 종사하다 적발될 경우 경고 및 5배수 기간 연장근무 처분을 받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2회 이상 적발되면 도서벽지의 보건기관으로 전출조치되며 복무 만료시까지 이동이 제한되는 중징계를 받게 된다.

또 의료분쟁의 소지가 크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안전장치가 없이 큰 피해를 입을 우려도 크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규정과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공중보건의들의 아르바이트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 관계자는 "일부 공중보건의들이 아르바이트에 나선는 것은 생활고가 직접적인 원인이다"며 "공중보건의 처우문제 등 현행 의료인력 수급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불법 아르바이트 행위는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보의협의회는 이번 부산지역 공중보건의 불법 아르바이트 문제에 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병·의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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