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비급여 논란 확산..의사-환자간 불신 증폭 우려
[초점] 여의도 성모병원 부당진료비 환급백혈병 환우회가 가톨릭대 성모병원이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불법 과다 청구했다고 폭로하면서 임의 비급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백혈병 환우회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진료비 불법 과다청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임의 비급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의료기관과 환자간 불신이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으로 인해 의료기관과 환자간 불신이 증폭되고, 진료비 확인 민원이 폭주할 소지도 적지 않아 타 의료기관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환우회 "병원, 과다청구"VS 성모 "법과 현실의 모순"
백혈병 환우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모병원이 지난 1년간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불법적으로 과다 청구하다 심평원으로부터 환급결정을 받은 사례를 고발했다.
백혈병 환우회가 환자 20명의 진료비가 정확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한 결과 모든 환자들이 비급여, 선택진료비 총액의 40~60%를 환급 받아야 한다는 통보 받았으며, 환자당 환급 금액이 1400만원~4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환급결정 사유는 △보험적용 진료비를 비급여로 징수한 게 72% △식약청 허가사항 이외 사용한 약제비를 비급여 징수한 게 18% △선택진료비 비신청자에 대한 청구가 7% △수가에 포함된 처지, 재료대 중복 청구가 3%를 각각 차지했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은 이 같은 문제점이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으로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학기 진료부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의 요양급여기준으로 백혈병과 중증혈액질환을 치료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백혈병 환우회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급여진료비의 비급여 청구와 관련, 급여로 등재된 약제라 하더라도 허가사항 범위 내에서는 투여할 수 있지만 불가피하게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심평원으로부터 100% 삭감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원가를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과거 전액 본인부담이던 약제를 급여로 등재하면서 급여범위를 일부 확대하긴 했지만 투여일수나 투여량 등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급여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약을 투여해야 하는 환자의 치료를 포기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성모병원 이종욱(혈액내과) 교수 역시 “백혈병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그람 음성균작용제를 투여하고, 그래도 안되면 그람 양성균제를 투여하는 게 교과서적 치료인데 요양급여기준에는 균 배양검사후 항균제를 추가 투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장 그람 양성균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보험적용을 받으려고 몇 일씩 균 배양 결과를 기다린다면 이것이 넌센스”라고 덧붙였다.
요양급여기준 합리적 개정 시급
사실 임의 비급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호중(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제출한 ‘진료비용 확인신청’ 자료를 인용,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환불한 금액이 2003년 2억7200만원에서 2005년 14억8100만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윤 의원은 이를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로 규정했지만 대형병원들은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으로 인해 정당한 진료를 하고도 환자가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진료비까지 환불해주고, 의료기관은 매도되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성모병원이 환자로부터 부당하게 진료비를 청구했는지를 가리는 것 못지않게 현실과 충돌하는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는 완화 내지 전면 개정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번 성모병원의 임의 비급여 문제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다른 의료기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KBS가 ‘MRI 촬영도 모르면 바가지’라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심평원에는 2개월간 진료비 확인요청 민원이 2천여건 접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암을 포함한 고액 중증질환자들의 진료비 확인 민원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들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기 진료부원장은 “환자가 심평원에 임의 비급여에 대해 민원을 내면 병원으로서는 진료비를 환급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와 의료기관간 불신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 환자들은 불가피하게 비급여한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겠다고 동의해놓고도 진료비 확인요청제도를 악용해 퇴원후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기다가 환자들은 병원을 의심하고, 의사들은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진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