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진 "뉴비전 매력 미진하다"

이창진
발행날짜: 2006-12-19 07:26:13
  • 세계화 전략 ‘선택과 집중’ 부재...단순나열식 실효성 의문

세계화를 공표한 서울대병원 뉴비전이 교수조직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 집행부의 후속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대병원(원장 성상철)에 따르면, 상당수 교수들이 뉴비전의 원론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단순 나열식 비전체계 구성에 적잖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13일 뉴비전 선포식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로’라는 슬로건으로 “서울대병원은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 연구, 진료를 통하여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미션의 비전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시니어 교수는 “이번 비전 선포는 행정직 등 여러 직종에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교수들에게는 큰 매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며 “세계화 실현을 위해 의사들이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고병원을 자임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흉상을 제작해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몇 명이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반문하고 “단순한 해외저널의 논문게재가 아닌 인류 의학을 뒤집을 수 있는 창조적 연구에 모든 역량을 올인할 필요가 있다”며 선택과 집중에 의한 연구 극대화를 강조했다.

모 진료과장도 “서울대병원 의료를 세계화 시킨다는 취지는 좋으나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식의 비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시계탑이 제시한 뉴비전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교수들은 집행부와 관련 보직자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해 뉴비전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다른 진료과장은 “과거 비전 21이 어느정도 성과를 이룬 상태이나 급변화하는 현실에서 이를 지속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제하고 “집행부가 세계화를 목표로 모든 교직원이 하나되어 나가자는 이번 비전은 현 상황에서 가장 시의적절하고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며 시계탑의 경영전략을 높게 평가했다.

이와 관련 중견 교수는 “서울대병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교육, 연구, 진료에서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는 사고를 지니고 있다”며 “뻔한 비전은 관심도 없고 먹히지도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 행정직부터 교수직에 이르는 모든 직종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문화적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어린아이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단순한 주입식 교육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유하고 “거짓말이 왜 문제인지 이해력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방식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며 단순논리로 명시된 비전전략에 아쉬움을 피력했다.

서울대병원 뉴비전에 대한 교수들의 이같은 냉담한 반응이 매너리즘에 빠진 병원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성상철 원장의 경영복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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