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모임서 사태심각성 인식..."집회 너무 급작스러워"
6일 오후 집단 휴진을 앞두고 서울시의사회 산하 상당수의 각구의사회는 5일 반상회를 일제히 열었다. 이날 반상회에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최근 의료법 개정과 관련한 현안에 귀기울이면서 의견을 개진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이날 반상회가 열린 관악구의사회 5반과 강남구의사회 3반 모임을 직접 참석해 회원들의 의견을 들었다.오후 1시, 짧은 점심시간을 쪼개 신림동 근처의 한 식당에 모인 관악구의사회 5반의 개원의들은 오랫만에 만난 반가움도 잠시 궐기대회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면서 사뭇 진지해졌다.
올해 67세의 한 개원의는 "10년에 한번씩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 나는 그거 하기전에 그만 둬야지 뭐". 후배 의사들은 힘들겠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모임 내내 한숨을 내뱉다가 의료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 설명하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모임에는 5반 회원 32명 중 19명이 참석해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관악구의사회는 개원의와 간호조무사 등 직원 이외에도 가족까지 참여해 궐기대회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자리에 참석한 관악구의사회 권길성 회장은 "관악구의사회 전체 회원 280여명 중 의사회원과 직원, 가족까지 합해 200여명 가까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권 회장이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자 한 개원의는 "듣고 보니 의료계는 대의적인 명분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복지부와 시민단체의 주도하에 끌려다니고 있는 형국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에 동의하며 "지금 막 떠나려는 기차를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일부 개원의는 이 조차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추운날씨에 밖으로 나가는 것은 힘들지만 현재 상황을 볼 때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 그땐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아야한다"며 투쟁에 박차를 가할 것을 강조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불참 회원에 대해 벌금 등 처벌 조항을 마련하자"며 "의약분업 때도 참여율 70%에 그친 개원가에서 당시 보다 관심이 떨어지는 이번 궐기대회에 과연 얼마나 참여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개원의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궐기대회 일정이 잡혔다. 의협은 이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뭐했느냐"는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듣고 있던 한 개원의가 "당시 장동익 회장은 불신임안이 상정돼 있을 때였다. 결국 의료계가 하나로 뭉치지 못한 게 현재에 이르게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자 순간 침묵이 흘렀다.
"막 떠나려는 기차 잡으려 안간힘 쓰고 있다"
같은날 압구정역의 모 음식점에서 개최된 강남구의사회 3반 모임은 참여인원은 적었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열띤 의견 개진과 토론이 진행됐다.
신문에서 오늘 처음 의료법 개정 내용을 보고 부랴부랴 참석했다는 개원의도, 예약환자를 잠시 제쳐두고 온 개원의까지 참석자들은 의료법 개정논의가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상황에 의아해했다.
한 개원의는 "왠만하면 안 올텐데, 오늘은 꼭 와야했다. 어떻게 제대로된 공청회 한번 하지 않고 법을 추진할 수가 있느냐"면서 "이 법은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까지 만들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형외과 전문의 박모 원장은 "지금까지 조용하다가 왜 이제와서 회원들을 모이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면서 "의협은 지금까지 뭐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과전문의 권모 원장은 "아마도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긍정적으로 보고, 이번 기회에 의료계가 담합 한번 해보자고"고 의견을 냈다.
이들은 6일 집회와 관련, 예약환자가 많은 강남구 병원 특성상 집회가 너무 서둘러 잡힌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가급적 참석하고 부득이하는 경우에는 직원을 보내되, 11일 궐기대회는 꼭 참석하겠다고 의지를 모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영진 강남구의사회장은 "사실은 미리 막았어야 한다. 우리 힘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면서 "상위 기관의 역할이 미흡하다고 느낄지라도 회원의 역할을 다하자"고 참여를 당부했다.
김 회장은 "각 전문가로서 의료법 개정안에 내용을 검토하고 의사회에 메일을 보내고, 그 의견을 다시 의협에 보내는 노력을 하자"면서 "6일 집회를 강제할 수 없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개원의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소모임, 반상회 등을 더 활성화해 의료계가 단합할 계기로 만들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