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일류 병원 한국시장 공략<2>

박진규
발행날짜: 2003-06-17 07:07:25
  • 10년전 시장조사 마쳐 …영리법인허용 관건

[집중기획] '파란눈' 의료진이 몰려온다

오는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료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의 대비는 느긋하기만 하다. 이는 정부가 지난 3월 31일 WTO에 1차 양허안을 제출하면서 보건의료와 시청각 시장을 제외한데다 복지부마져 개방저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개방은 필연적이며, 외국의 의료인력과 자본의 유입은 국내 의료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벌써 미국 존스홉킨스, MD앤더슨 등 대형병원들은 한국진출을 위해 국내 시장조사를 마치는 등 준비가 한창이고, 미국의 한 유명 피부과 체인은 올 2월 서울 강남 신사동에 피부건강관리 전문의원을 개설,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시장 개방 협상의 현황과 의료계의 위기의식, 자구노력 등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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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탄]DDA협상의 진행상황
[제2탄]국내 진출 해외 의료계 활동 현황
[제3탄]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
[제4탄]의료시장개방 "위기를 기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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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개발 어젠다(DDA)협상이 본궤도에 올라서면서 국내 의료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자본과 병원들의 움직임은 올 초반부터 부산했다.

의료계에서는 외국의 대형 병원들이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해 사전조사를 벌이고 제휴할 병원을 물색 중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1월에는 한국의 유명인사와 부호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는 존스홉킨스병원, 엠디 앤더슨 암센터 등 미국의 초대형병원들이 7월 지정되는 인천 경제자유규역에 입주하기 위해 인천시와 협의를 통해 국내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또 2월에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스킨 앤 스파’ 체인점이 강남구 신사동에서 영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이 병원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이익의 일부를 미국에 송금한다고 했다.

치과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OCA'라는 미국의 치열교정병원기업이 국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며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이 외국의 유명의료기관과 진료협약을 체결하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외국의 병원과 자본의 진입이 코앞에 닥치는 듯한 위기감이 의료계를 엄습했다.

그러나 지금 이같은 얘기들은 더이상 화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지난 3월31일 제1차 양허안 제출에서 보건의료분야가 제외된데다 외국에서 제출한 양허요청서에도 국내 의료시장과 관련된 요구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계를 긴장시켰던 mode3 즉 상업적 주재(외국 자본의 영리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가 양허요청서에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들갑스럽던 연초의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다.

정부 협상관계자들은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외국자본의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과 의료인력의 이동 부분이라면서 영리법인의 허용은 선진국에서, 의료인력의 이동은 개발도상국의 이해와 부합은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은 의료인력 이동의 허용을 우리측에 요구해 왔다. 중국은 중의학을 앞세워 우리나라 진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라로 한의계를 바짝 긴장케 한다.

현재 의료법은 국내 의료기관이나 시설에 대해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지만 비영리법인에 대한 투자부문으로 선을 긋고 있다. 이는 사실상 영리추구와 과실송금을 차단, 외국인에게는 접근금지를 알리는 '금줄'노릇을 톡톡히 했다.

의료서비스의 개방협상은 비영리법인 허용 여부와 국민건강보험법 등 현행 규제장벽이 어디까지 무너지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강도가 달라진다.

모든 의료기관의 강제요양기관 지정과 의료행위를 통제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장벽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안전지대에 있다.

그러나 당분간 이 장벽이 무너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복지부가 의료시장 개방에 소극적인데다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면 당장 발생하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기 떄문이다.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 되고 민간의료보험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외국 병원의 진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그러나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요양기관 강제지정 규정이 풀리고 수가가 제대로 책정되면 상황은 다르다”라고 했다.

"건강보험법이 건재한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국내의료시장은 그들에게 아무런 매력이 없다"라고 고려대 안덕선 교수도 거든다.

그러나 한국측 협상 대표인 외교통상부 민동석 심의관은 “우리는 협상을 한다. 협상에는 중점분야와 우선순위가 있다. 보건의료만 갖고 하는 것 아니다. 협상은 결국 주고 받기다”라며 “(우리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풀 것은 과감히 풀어주어야 한다”라며 외국의 요구를 사안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발을 뺀다.

결국 시장개방 협상 과정에서 의료시장 개방으로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다른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얻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면 영리법인이든, 건강보험법 개정이든간에 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만약 협상과정에서 외국인의 영리법인 개설이 허용된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어느나라보다 한국진출에 적극성을 띄고 있는 중국이 이같은 요구를 해올 경우 상황은 급변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려의대 이인성 교수는 “핸드폰이나 CDMA 시장을 얻기 위해서 마늘을 내준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보호막이 제거된 상황에서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병원들의 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이러면 허약한 국내 보건의료계는 심각한 홍역을 앓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협상결과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겠지만 병원, 클리닉, 분원설립, 자본 투자를 통한 진입을 시도할 것이다. 병원을 지어 유명한 간판 의사 1~2명을 한시적으로 파견하고 필리핀, 인도, 폴란드 등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노동력이 싼 나라의 의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방식이 바로 그런 예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외국 유명병원들(특히 미국)은 심장이식, 암치료 등 고도의 전문기술을 요하는 첨단 진료분야에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우리나라보다 한단계 앞선 의료기술과 최첨단 장비, 그리고 뛰어난 서비스를 무기로 삼는다.

국내 유명인이나 부호들을 타깃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이들은 해외 원정치료에 연간 1조억원을 쓰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우리나라 고급환자들을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잡기 위해 준비해 왔다.

성 사무총장은 “미국 병원계는 10년전부터 한국의 의료시장 규모와 의료수요에 대한 조사를 벌여 한국의 의료시장 규모등 내부사정에 대해 훤하게 꿰고 있다”면서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의료계는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더 큰 시장을 얻기 위해 보건의료시장을 미끼로 던질수 있다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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