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되는 부작용 막지 못했다면 과실치사"

발행날짜: 2008-04-07 07:43:25
  • 대구지법, 주의의무 위반 인정 "당연한 형사책임"

비록 고난위도 수술이라 하더라도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지 못해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사에게 형사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최근 백혈병 수술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환아의 부모가 의사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형사소송에서 의사의 과실치사를 인정했다.

6일 판결문에 따르면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 A씨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5세의 환아에게 항암치료를 위해 전신마취 후 카테터 및 케모포트를 우측 흉부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A씨는 주사바늘로 환아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을 찾는 과정에서 시술부위를 정확히 찾지 못하자 쇄골하 부위를 10여차례에 걸쳐 바늘로 찔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사바늘이 쇄골하 혈관과 흉막을 관통시켜 혈흉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같은 병원 흉부외과 의사가 흉관 삽관술 등 지혈조치를 시행했으나 결국 쇄골하 혈관 및 흉관 관통상에 의한 혈액량 감소성 쇼크로 환아는 사망했다.

재판부는 "백혈병 환자는 혈소판 수치가 낮아 수술을 위해서는 수혈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혈소판 수치를 올려야 했다"며 "이는 곧 지혈이 어려운 상태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는 환자의 혈관이나 흉막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또한 만약 쇄골하 중심정맥이 계속 발견되지 않을 경우 수술을 그만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바늘로 혈관을 찌른 것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또한 백혈병 환자의 특성상 만약 혈흉을 발견했다면 지속적인 출혈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다"하지만 A씨는 수술이 완료된 후 20분 이상이 지나서야 흉부외과에 연락해 결국 환자를 사망하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환자의 사망이 의사의 과실치사라는 것을 못박았다. 하지만 의사 또한 최선을 다했기에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과중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수술이 매우 어려웠으며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은 인정되나 과다출혈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없었는 상황이라 보기는 힘들다"며 "또한 수술 중 잘못된 결과가 예상되면 다른 대책을 강구했어야 함에도 막연히 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수술을 시행한 점을 고려하면 의사는 과실을 피할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의사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지만 환자에게 반드시 수술이 필요했다는 점과 의사가 대학병원 조교수로 성실히 진료업무를 수행해 온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징역 8개월의 형량을 줄여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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