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나홀로 임상실습 무면허의료 해당"

이창진
발행날짜: 2008-09-23 06:47:57
  • 이경권 변호사, 법 근거마련 시급…"차트열람도 위법"

의대생의 임상실습 과정 중 환자를 진찰하거나 진료기록부를 열람했을 경우 적법한가.

법무법인 조율 이경권 변호사(의사)는 21일 발간된 의료정책연구소(소장 박은철) ‘의료정책포럼’에서 ‘의과대학생이 임상실습 중 흔히 부딪히게 되는 법적 문제점’ 글을 통해 의대생 실습의 정당성을 위한 근거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권 변호사가 예시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의과대학생 ‘갑’은 첫 실습과로 내과에 배정됐다. 내분비내과 아침 회진 때 교수님으로부터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환자를 배정받았다. 회진이 끝난 후 ‘갑’은 혼자 환자를 찾아갔다. 선배들이 요즈음 환자들은 의사도 아닌 학생들이 진찰을 하면 싫어한다고 하여 진짓 자신이 의사인 것처럼 하면서 문진을 하였다.

당뇨가 있다는 환자의 말을 듣고 합병증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청진, 촉진은 물론 말초신경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신경검사도 해 보았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하여 간호사의 허락을 받아 환자의 챠트를 읽어 보았다. 발표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내과 의국으로 가지고 가 필요한 부분을 복사한 후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이 경우, 의대생이 실시한 의료행위의 법적 정당성은 있는가.

현재 의료행위는 의료법 제2조에 규정된 의료인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만으로 한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경권 변호사는 “의학과 치의학, 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 학생은 전공분야와 관련되는 실습을 하기 위하여 지도교수의 지도·감독을 받은 경우 제한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의대생 실습의 의료행위 예외근거를 설명했다.

"환자 동의 받아도 형법상 양해 안된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사례에 명시된 ‘갑’이 지도교수의 지도·감독 아래 의료행위를 했다면 적법한 의료행위를 한 것이 되나 지도교수가 없을 때 진료를 하였으므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없는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지도교수의 지도·감독 범위를 넓게 해석할 경우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낮으나 가능한 좁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법적 충돌을 시사했다.

그는 “실습이 처음인 ‘갑’이 문진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제대로 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문진요령과 청진 및 촉진법, 신경검사방법을 가르쳐주고 제대로 하는지를 확인해야 올바른 지도·감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갑’의 의료행위를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이경권 변호사는 다만, “학생들의 무면허의료행위는 의료법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반드시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현실적인 처벌가능성이 낮다고 하여 이러한 법 상태를 그대로 두어도 무방하다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대생의 의료행위가 적법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변호사는 “만일 갑이 환자에게 의대생임을 밝히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 의료행위를 했더라도 일반 범죄의 대부분은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이므로 무면허의료행위를 조각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환자의 동의가 정상참작의 요소는 되겠지만 구성 요건 해당성을 조각시키는 형법상의 양해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며 의대생 실습을 위한 법적 개선책을 주문했다.

“실습학생 ID·비밀번호 제공…무단열람 위험 노출”


의대생의 진료기록부 열람의 법적 정당성은 있는가.

이경권 변호사는 “간호사의 허락을 받아 챠트를 보았더라도 ‘갑’은 정당한 열람권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무단으로 타인의 진료를 열람한 것이 된다”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으나 환자가 ‘갑’을 상대로 무단열람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실습 학생들에게 공통의 ID와 비밀번호를 제공하거나 교수 또는 전공의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줘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하고 “이 경우 각 환자의 기록 접근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모든 환자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경권 변호사는 “학생들에게 무단열람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기술적으로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법적으로 실습에 필요한 환자의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명문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료행위와 동일한 관련 법 개정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끝으로 “최근 임상실습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학생인턴 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령 정비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실습을 하는 의대생이 법령에 구애받지 않고 실습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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