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과잉공급…'보따리 장사' 양산<1>

박진규
발행날짜: 2004-04-06 06:32:48
  • 의대생 99.31%, 1.08회 응시로 면허취득

|기획|의료인력 과잉공급 이대로는 안된다
의사인력 과잉공급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의사가 넘치다보니 '醫-醫' 갈등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졸업 후 진료를 다변화하는 등 의사양성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처간 갈등과 각계의 반발을 우려해 미온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사인력 과잉공급의 실태와 대안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제1부|쏟아져 나오는 '새내기 의사'
|제2부|전문의도 과잉공급, 구조적 문제 있다
|제3부|갈수록 첨예화되는 '醫-醫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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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본연의 사명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아 … 의업의 존재 의미와 의사의 존엄성을 확립할 것을 인류와 국민 앞에 엄숙히 선언합니다." 최근 복지부와 의협이 공동 주최한 2004 의사면허 수여식을 통해 신규 의사 면허취득자 3,791명이 면허를 부여받고 의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한 개원의는 "시장은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의사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반갑지만은 않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의사인력의 과잉공급으로 의료계가 공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3년 후인 2007년부터는 적정 의사수 규모(OECD 150명, 미COGME 보고서 145~185명)를 초과할 것으로 우려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국민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의과대학의 정원을 감축해 나가는 추세며, 일본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적정 의사수로 150명을 산정,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98년 보사연 최은영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2005년에 157명(한의사 포함시 184명)으로 적정 수준에 도달하고 그 이후부터는 적정 의사수를 넘어서고 2012년부터는 공급이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복지부도 2007년부터 의사 과잉으로 인한 왜곡 진료 등 부작용이 본격화하고 2012년부터는 심각화 될 것이란 예측과 함께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원감축, 의대인정평가, 부실의대 처리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부처와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이 엇갈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간신히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입학정원의 약 10%인 351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은 일괄적으로 20~30%를 감축하지 않는 이상 힘들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유승흠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은 "정부의 정원 감축 계획은 올해 152명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10%를 감축한다는 것이어서 실제 면허 감소 효과는 10년 이후부터 나타나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신규의사 배출 규모는 선진국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2003년 현재 의대 입학정원은 3,251명이다. 이를 인구 10만 명당 입학정원으로 환산하면 7.0명(한의사 포함시 8.6명)으로 미국(6.5명), 캐나다(6.3명), 일본(6.2명)보다 높다.

인구대비 의대 수에서도 우리나라는 1,000만 명당 9.2개(한의대 포함시 11.7개)로 나타나 미국(5.7개), 일본(6.5개), 캐나다(6.0개), 영국(5.1개) 등 선진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 입학정원이 40~50명인 신설의대가 18개로 전체의 43%를 차지함으로써 분포상 문제도 드러내고 있다. 이들 신설의대는 특히 기초의학 교수요원의 부족과 임상실습병원 부재 등 기본교육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부실 교육의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국 의대 본과 재적생이 법정정원을 초과하며 의대 졸업생의 대부분이 의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보발위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현재 전국 의대 본과 재적생은 1만4,178명으로 법정정원의 114.65%를 차지했다. 이는 평균적으로 학년당 법정 입학정원의 476명을 초과한 것이다. 본과 휴학생은 총 재적의 2.92%, 의예과 학생을 포함한 휴학(3.39%)보다 낮다.

또 등록율도 매우 높아 총재적의 97.07%로 일반대학의 58.05%에 비해 매우 높았으며 평균 1.08회의 의사면허시험 응시를 통해 99.31%가 면허를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한 결과 법정정원의 112.21%가 졸업을 하고 110.44%가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셈이다.

유승흠 원장은 "의사인력 과잉 공급에 따라 일자리가 없어 노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으며 취직이 안 돼, 개업을 하고, 그러지도 못한 경우는 이리저리 떠돌며 보따리장사로 전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아까운 인재가 고급 실업자가 되는 것은 분명 경제학적으로 큰 손해며 이같은 현상이 방치될 경우 국내 의료체계에도 큰 혼란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이무상(비뇨기과) 교수는 "의사인력의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 정원감축과 부실의대 통폐합 등의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가 너무 많아 실현이 어렵다"며 "입학정원 감축, 다양한 진로 모색, 연수교육 강화 등 다원화된 방법으로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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