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3년 후의 ‘분업 동맹’

박종훈
발행날짜: 2003-07-20 16:36:14
  • 박종훈 서울기독병원 진료부원장

정부관료들은 흔히 의약분업은 성공적으로 안착을 했다는 표현을 쓴다. 얼핏 보기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기는 하나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언젠가 터 질지 모르는 튀어 오리기 직전의 휴화산의 형태로 의약분업이 근근이 연명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료계의 일관된 견해는 의약분업이란 준비되지 못하고 어설펐던 정치논리에 무책임한 관료들의 행태가 더불어 지고 여기에 진정 시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도 꼼꼼히 따져 볼만한 능력도 안 되는 시민단체의 오만과 자신들 조차도 제대로 정화해내지 못하면서 전문가 길들이기에는 혈안이 된 언론의 어설픈 정의론이 맞물려서 그야말로 거대한 분업동맹이라는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의료인들을 몰아 넣어서 개혁의 대상인양 매도하고 척결하면 이 나라 의료가 반듯하게 설 것이라 생각했던 총체적인 실패작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정착이 되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의료계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들끓고 있는 것일까? 왜 아직도 의료인들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화두에 매달려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일까?

왜 관료들은 그렇게 정착되었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보완을 해야 한다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기상천외한 발상들을 내놓고 있는 정의(?)로움을 그리고 철저한 직업의식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전투를 벌였던 당사자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들여다 보면서 변화된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
정치권, 관료,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으로 어우러졌던 그 동맹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애초부터 정치권은 시행령에 사인을 한 직후 이 바닥에서 퇴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의 교시가 내려진 상황에서 결정과정 까지만 따라갔던 그들은 결정과 함께 모든 책임과 일부의 권한을 관료들에게 맡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애초부터 정치적인 거대한 계획 없이 오로지 대통령 공약 사업이라는 명분 한가지 만으로 줄기차게 고집했던 그들이기에 하기사 지속적인 서포터로서의 의무는 시작서부터 계획에 없던 사안이었을테니 빠져 나갔다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모든 열쇠가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만이 가능한 일들이 산적한데도 불구하고 이미 대부들은 떠나버리고 지금은 속칭 ‘나와바리’라고 불리는 지역을 관리하는 똘마니들에게 위탁하고 보스들은 떠나듯이 힘없고 결정권과는 거리가 먼 관료들만 남고 결정권자들은 도대체 누가 해당자인지를 알기도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관료들은 의약분업이라는 것이 애초에 무슨 이념적 동기에서 시행된 지에 대한 식견도 없는 상태에서 관료들이 늘 그래왔듯이 이 틀 안에서 무언가를 계속 이루어내야만 하는 의무감 때문에 남아서 뒷치닥거리 하느라 기상천외한 일들만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통제를 통해 길들이기에 맛이 들린 관료들에게 의료계는 그 동안의 한풀이 대상이라도 되듯 아주 즐거운 놀이 대상으로 전락된 듯한 느낌만이 든다.

하여간 총을 던져주고 끝까지 사수하라는 명령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마구 쏘아대는 학도병마냥 총을 쏘아대는 관료만 남은 것이다. 지도부는 어디 있겠다는 말 한마디 안 남기고 안전지대로 사라져 버린 그런 꼴이 된 것이다.

언론은 어찌되었는가? 그들은 수년 전 파업의 중간점부터 여론의 향방에 따라 슬그머니 자신들의 위치를 조금씩 옮기더니 이제는 일부 언론은 약간의 의료계 편까지 들어주는 유화 제스츄어를 쓸 정도로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문제가 발생되면 어느 쪽으로 손을 들을 것인가 예의 주시만 하고 있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으면서 일단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시민단체는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쳤다고 생각하면서도 애써 그들의 명예를 손상 당하기 싫은 이유 때문인지 아직도 이미 다 지나가버린 식상한 논리인 의료인들의 부도덕성과 시민들의 알권리 내지는 국민건강이라는 다소 애매한 화두만을 고집하면서 역시 어정쩡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즉 침묵을 지키다가 자신들이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이 될 때에만 한번 슬그머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객원연주자 같은 역할만 하고 있는 상태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의약분업을 위해 똘똘 뭉쳤던 분업동맹의 당사자들 가운데 남은 것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그 자리에 있어야 했기에 끌려나왔던 이 나라의 철밥통들인 관료들만이 남아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이 제도의 연명을 위해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일과성 정책들만을 터뜨리면서 아직도 의료계 죽이기가 모든 해결의 열쇠인양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다 떠낫다.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피곤하고 돈만 더 들어가게 된 억울한 국민들과 난생 처음으로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도 당해서 한을 품고 있는 의료인들 그리고 총알받이로 등장해서 아직도 그냥 총만 쏴대고 있는 관료만이 남은 것이다.

현재의 총체적인 의료개혁의 실패는 언젠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것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여간 이 사회는 의료 문제에 한해서는 입을 꽉 다물고 아무도 살그머니 다시 열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들여다보면 물어 버릴것 같은 뱀이라도 들어있는 자루마냥 의료정책에 관한 한 정치인도,언론도 그리고 시만단체도 구체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청난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이 문제를 사회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오로지 의사들만이 고민하고 분노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과 의료는 분배의 원칙 평등의 원칙만으로 전문가 집단을 배제한 채로 이끌어 가려다가는 본래의 취지를 잃는다는 것은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가 알터인데도 아니 교육을 그런 식으로 1여년 전에 이해찬이라는 사람이 말아먹어서 회복불능의 이상한 교육으로 만들어 놓은 경험이 있으면서도 이제 의료마저 망가뜨리려는 이 현상을 왜 의료인들만이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일 뿐이다.

바보들로만 만들어 놓는 것이 평균적이고 균등한 교육이고 왜곡된 의료, 저질의 의료혜택을 균등하게 받는 것이 보편 타당한 미래지향적 의료란 말인가? 그것이 저들이 말하는 공공의료를 지향하는 사회주의적 미래의료란 말인가?

대안은 있는가? 의사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갈수록 뭉치지 못하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의사단체들을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아니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똑똑한 이들이 모여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우리는 안돼, 더 당해봐야 해 라는 자조적인 당위성까지도 슬그머니 등장한다.

개탄하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나는 우후죽순 격이라 할지라도 이곳 저곳에서 자생적으로 이 나라 의료를 걱정하는 모임들이 탄생되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는 것에 대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것은 분열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본다. 늘상 같은 목소리에 일관된 행동만을 보인다면 과연 그 조직이 살아있는 희망적인 조직이라고 볼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적들은 분열 되기만했지 미래를 위해 다시 뭉칠 가능성도 없이 서로를 잇고 있는 끈을 놓은 지 오래다. 그리고 그들도 이제는 아는 것 같다. 문제가 있었던 정책이었다는 것을…. 다만 책임지기 싫고 귀찮을 뿐이기에 덮어두려 할 뿐이다.

의료계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공부하고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들을 하는 성숙된 분위기로 접어든 듯하다.

물론 한켠에서는 아직도 파업에 대한 즉자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급진적인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시대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 우리만의 생각에 빠져서 사회를 구원하겠다는 일방적인 논리로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쓸 경우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서 많은 회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기에 극단적인 방법에 호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의료계가 진일보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의료인들의 주장이 옳았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의료는 의료인들의 손에 의해 계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에는 적절한 논리와 의료인들의 일반 사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내가 필요하다. 이제 의료인들은 의료인 속에서가 아니라 대중 속에서 가장합리적인 의료개혁의 청사진을 내 놓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다시는 어설픈 정치논리로 이 나라 의료가 망가지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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