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미지 메이크업 필요한 때"

조형철
발행날짜: 2003-10-27 06:14:16
  • 증권 최고수 '시골의사' 박경철(외과전문의)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 사이버애널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필명 '시골의사'는 누구일까?

그는 바로 외과전문의 박경철이다. 다음카페나 몇군데의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는 그를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평소 외모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 유명인사가 되버린 그에게 본업을 접고 증권가로 뛰어든 계기와 증권 최고수의 견해로 바라본 의료계에 대한 시각을 짚어본다.

본업을 뒤로 하고 증권가에 뛰어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대학시절에 엘빈토플러가 쓴 "제 3의물결" 이란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메시지는 '미래사회는 지식이 권력이다'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지식사회,지식기반이라는 용어들이 쉽게 다가오지만 당시로서는 '패러다임' 이라는 개념자체가 정립되지 않았을 때로 한 탁월한 미래학자의 메시지는 당시 내게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다.

'직선쟁취'등 정치적 구호아래 민주대 반민주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우리는 권력이란 총칼이나, 검,경과 같은 무인의 몫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미래사회의 권력은 지식기반의 리더라는 주장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의학도로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지식사회의 주류가 될 수있는 길은 '의사로서의 길'에 매진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 스스로가 권력지향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추종자가아닌 시대의 중심 에너지에서 주류에 속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지한 생각을 거듭했고 당시 낙후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속성상 정통 경제학도가 아니면서 주류로 자리매김 할 수있는 것으로 주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당시 학생으로서는 거금인 5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이 이제 거의 20년 세월이다.


시골의사라는 닉네임이 매우 정겹게 느껴지는데...
증권가에 뛰어들며 주식으로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수련의 시절까지 긴 청춘을 바친 결과 얻은 직업을 버릴수는 없어 병행하기로 작정을 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묘한 위치(질시와 선망, 배척과 동경 따위)는 돈을 다루는 증권분석가의 길에서는 지나친 탐욕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이미지상의 강점(전문성, 신뢰)은 살리고 약점(탐욕적, 이기적)으로 부터는 자유로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시골의사라는 필명을 가졌다. 적당히 소박하면서 그러나 보따리 냄새는 나지않는 이미지, 그런 것이 필요했던 셈이다.


일을 하면서 의사라는 업이 도움이 된 적은 없었나
직업상 혹은 지식의 도움이라면 최소한 타인에게 기억되기 쉬웠다는 점 정도다. 주식이란 기본적으로 냉정해야하고 신중한 리스크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의업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의사들이라고 다 그런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직업군으로서는 수학, 철학등이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실무적으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증권가내에서 이야기지만..)
때문에 엔젤투자나 프리코스닥에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다른 의사들의 주식투자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주식투자란 기본적으로 잃는 게임이다. 노름에서 마지막에 판돈을 정리해보면 꼭 원금이 빈다. 즉 잃은 사람보다 번사람이 적다는 것인데 이유는 바로 하우스(도박장)비용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주식이 그러하다.

주가는 반드시 내리면 오르고 오르면 언젠가는 내린다. 때문에 수익을 현재화(적정시점에 벌면 그만두는 용기)하는 냉철함이 없다면 계좌의 평가이익은 그야말로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주식의 비율은 전체 재테크 포트폴리오에서 유연하게 늘렸다 줄였다 하는 안목과 냉정함이 중요하다.

그리고 선물 투자를 권하고 싶다.(단 옵션은 금기다) 사실 의사들은 지적능력이 탁월한 집단이다. 교조적인 교육체제에서 사고의 폭이 제한되었지만 그점이 오히려 선물에 적합하다. 선물시장은 좌고우면할 필요가없다. 시장 자체의 논리이고 대단히 정교하다.

특히 배움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선물을 배우라고 하고 싶다.


개원가의 경영난을 주식에 대한 철학으로 접근한다면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위는 수렴과 확산이이라는 룰에 기초한다. 이것은 헤겔이 주장한 변증법과도 맥을 같이하는것이지만 이러한 변증법적 역사관이 아니더라도 주식시장에서는 macd, bollinger band. parabolic 등 수렴과 확산을 이용한 투자가 기본이다.

경제행위만 그런것이 아니다. 사회현상도 마찬가지다. 박정희-전두환의 시대에 우측발을 디뎠다면 노태우.김영삼 시대에 정립의 과정을 향해 수렴을 해간것이고 김대중,노무현으로 인해 반정립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외람된 말이지만 이번에 민주당 집권을 강하게 예견했었다. 이것은 한편 진지함의 상실, 키치적 현상의 만연, 경박단소의 시대가 열린 것이고, 제도로서는 기존 권력체계를 구성하는 집단에게는 혹독한 시련으로 작용할 것이다.

검사들이 검사스럽게 된거나, 의사들이 풍전등화의 신세가 된거나, 재벌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구속되는 흐름들은 이러한 역사인식의 연장선에 있는것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분업이후 의원의 시대가 오고나서 반작용으로 병원의 시대가 올것이고 나중에 수렴할 것이지만 이 수렴의 방향은 의원과 병원이 같이 죽는 쪽으로 갈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죽기로 싸우면 이전투구일 뿐이다.

즉 시대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않다. 이것은 한개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에서의 공공성의 강화는 필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만의사들은 현명하다.(최소한 돈벌이에서는) 그러나 반대로 대부분의 의사들은 좋던 싫던 사적체제를 가장한 공적의료의 거대한 바운더리안으로 편입될 것이고 자신의 경제적 토대가 점차로 무장해제당하는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부분에 대해 각자가 소신이 필요하다. 의사로서의 소신과 원칙 그리고 보람에 헌신하느냐, 공적체제로의 편입을 거부하고 새로운 사적 영역을 구축하느냐의 문제이다.


현 의료정책에 대하여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단순히 의사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않고의 이분법적이고 좁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눈을 넓게보면 이것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의사보다 힘이쎈 검사나 판사도 수모를 당하고, 대법원장마져 하극상을 경험한다. 지금은 총성없는 혁명의 시대다.

이런 시점에서 어리석게도 우리는 정치적 선택을 했고, 그 선택마져 소위 올인을 함으로서 그나마 숨을 쉴수 있는 공간마져 잠식당했다. 안타깝고 기가막히다. 당시 지도부의 오판은 엄중한 과오를 범한 것이다. 정치적 선택은 올인이 아니다. 누가 역사를 예단하겠는가?

지금 의사들이 노력해야할 것은 이제 이미지의 시대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제 반모임이나 의쟁투를 열번을 결성해도 투쟁은 불가능하다. 시채가 일어서지 않는다. 정치적 역량도 축소될만큼 되었다. 일의 속성상 자주 만나게되는 기자들이나 정치인들과 만나 의사들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이야기를 해보면 기가 막힌다.

최소한 이미지의시대, 키치의 시대에는 이미지 전략만이 살길이다. 우리끼리 아무리 부당성을 주장해도 언론은 우리편이 아니다. 가장 고루하다는 국가기관 마져도 이미지 활용에서는 의사들보다 앞서있다.

최소한 파병이야기가 나오면 의협에서 열대풍토병 자문단을 구성해서 파견했어야 했고, 매미가 오고나면 대국민 수인성 전염병 수칙을 발표하고, 사스가 몰려오면 의협회관을 사스차단 본부로 선언하고 유수한 감염학자들이 하루에 한건식 언론에 사스관련 정보를 쏟아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의협에서 양식물고기를 분석해서 항생제와 중금속 오염을 발표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의사들이 살아 움직이는 집단이고 필요한 집단이며 전문가라는 이미지의 메이크업을 해야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자체행사나 벌이고 과천에 모여 마이크 소리높이면 어떤 이익이 생길것 같은가?

지금이라도 자존심 버리고 신당이나 현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고 언론을 이용하고 김홍신의원 같은 적과의 동침도 서슴치 않아야 하는 것이다.


동료의사들에게..
주제에 내가 감히 무슨말을 하겠는가, 개인적으로 그저 외도하는 동료의 모습을 차분히 지켜봐달라는 당부정도만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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