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여 대화의 기술을 익히자

박종훈
발행날짜: 2003-11-10 06:18:47
  • 박종훈 정형외과 전문의

의과 대학 교육 과정중에 문과적인 부분이 취약한 것이 원인인지 아니면 원래 성향들이 그런 사람들이 의과대학을 들어오고 교육 받다 보니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말을 잘 하는 의사들이 무척 드물다는 것이다.

말을 잘 한다 함은 말이 많은 것과는 구별이 되어야 할 것으로 예컨데 이런 것이다. 의료관련 공청회다 세미나다 해서 종종 가보면 질의 응답을 하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의 의사 선생님들이 청중들과 패널들을 괴롭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대부분 질문이 길고 자신의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본인은 정확히 알고나 하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두서가 없고 장황하기가 이를데 없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청회 등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들에 대한 신문 이나 방송에서의 인터뷰에서도 나타나고 심지어 진료 현장에서도 접하게되며 의외인것은 의료계에서 널리 알려진 분들이라고 하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의 분들이 대중들 앞에서 의사전달의 취약함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모 세미나 장에서 연자에게 바른 의료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들을 향해서 조언을 해 달라하니 두 가지를 주문하는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민들이 납득 할 수 있는 논리 개발에 중점을 두며 단기적인 문제들에 일희일비 하지는 마라는 말과 함께 말을 잘 하는 훈련을 쌓으라고 한다.

아무리 재료가 좋다 할 지라도 누가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음식의 맛갈스러움이 달라 지듯이 올바른 논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발표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효과가 다름은 누구나가 익히 아는 바인데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그 점을 중시 여기는 것을 보면서 ‘아 그런것이 문제구나’ 하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진찰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흔히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의사들이 자신의 병에 대하여 정확한 진단을 못 내리더라고 말하거나 또는 제대로 설명을 들은 바 없다라고 하소연 하는 것을 접하는 경험을 심심치 않게 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다른 의사 선생님이 설명한 것과 내가 설명한 것이 동일한 내용인데도 무척 다르게 받아 들이면서 진단이 다르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있다. 한 사안을 놓고 인터넷 상에서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데 제삼자가 보면 그 말이 그 말이고 서로가 비슷한 논리를 펼치는 것 같은데 즉 상대의 표현이 자신을 공박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적대적으로 대하고 쉬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서 욕지거리들을 하며 결국 전국적인 망신을 서로에게 입히고 끝을 맺는 것을 보게 된다.

‘언어상 그리고 남과의 대화상의 문제가 의외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구나’는 생각을 갖게한다. 왜 이럴까?

의사들은 간결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그래왔고 졸업 후 트레이닝 과정에서도 업무상 의료인들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우선이기에 원어를 사용하고 정확한 표현을 하게 끔 훈련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의사들로 하여금 원어를 우리말로 표현해야만 하는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사이에서 의사전달의 왜곡을 낳고 나아가서는 비 의료인들과 의료 분야를 토론하는 자리에서 상대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우리식의 사고로서 우리식으로 표현’을 하다 보니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간의 대화처럼 동문서답만 하다가 끝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했던가….

찾는 환자가 끊임이 없는 의사 선생님들의 경우 달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그 이외에 많은 요인이 있고 또 환자가 많음이 결코 의료수준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님은 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의사들의 평가는 어떻다 하더라도 최소한 환자들은 설명을 잘 하는 의사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보건 의료적인 지식이 해박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토론의 자리에서 비 의료인들에게 의료인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 시키며 의료인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만드는 분들도 보게 된다.

개인간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손 치더라도 의사들이여. 투쟁의 논리를 개발하고 투지를 불 태우는 이면에 대화술을 익히라 권하고 싶다.

하나를 알면서도 열을 아는 것처럼 표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열을 알면서도 하나를 아는 것 처럼 밖에 표현을 못 한다면 문제가 아니겠는가? 최소한 열을 알면 열을 아는 것처럼은 표현할 줄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의료인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위하고 일반 국민들을 위함이지 결코 의료인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고 이해를 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한 이야기들을 수치나 도표로 설명할 것인가? 그러한 이야기들을 법과 이치의 논리로만 설득할 것인가?

국민들이 무지해서 그래서 우리의 진의를 몰라주고 정부는 우리를 왜곡하려고만 든다라는 식으로 언제까지나 남 탓만 할 것인가.

의료인들이 자신들의 진의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대화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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