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장종원
발행날짜: 2004-07-22 07:14:57
양한방병원의 합병결정으로 촉발된 동국대사태가 긴 어둠의 미로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이고 있다.

의대생들은 여전히 수업과 시험거부 중이며 최근 본과4학년 전원은 '본교 인턴 지원 거부'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재단의 묵묵부답이다. 재단이 결정한 사안인만큼 재단이 풀어야 하지만 불교재단인 만큼 스님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한 번 열리기 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재단을 바라보는 학생들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의료와 교육의 문제를 결정할 중요한 결정의 자리에 정작 의료인과 학교나 병원 관계자는 없다는 사실.

그래서 동국의대생들은 의무부총장제를 도입하라고 재단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리를 과연 재단이 들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말들이 많다.

개정안은 현재 학교별로 지정된 의사가 체질 검사를 담당하던 것을 앞으로는 초등학교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3년마다 건강검진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을 보는 보건 전문가들과 의료계 인사들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학생들에게 간기능 검사, 혈압검사, 심전도 검사 등 성인에게 해당되는 검진을 3년마다 받도록 하는 것은 보건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연세의대 신의진 교수 역시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취약한 신체적 건강 위주로 학교보건이 추진되었지만, 현 시점에서도 신체적 건강 위주로 추진하는 것은 지혜로운 판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회도 "개정안은 필수적인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 학교중심의 건강증진은 전혀 포괄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집단검진 검사가 아닌 의학적 타당성을 바탕으로 학생건강평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렇듯 앙숙인 시민단체와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마당에 교육부는 도대체 누구의 조언을 듣고 이러한 안을 만들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 개원의는 "교육부에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는 단언하건데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학생이 학교에 다닌다고 교육부가 전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 동국대사태와 학교보건법. 제대로된 의대교육과 국민건강을 원한다면 적어도 직접 당사자인 의료인과 의료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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