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의료중심국가를 위한 전략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12-15 16:21:18
  • 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원장

동북아 의료중심국가의 목표와 가능성

동북아 의료중심국가의 정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 필요하다. 또한 동북아 의료중심국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 목표와 기대 효과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예를 들어 인근 중국과 일본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내국인의 해외 진료를 줄이며, 우리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유도하며, 의료 및 관련 산업을 주요 전략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는 등의 구체적 목표와 그 효과를 계량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의와 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전략과 실행 계획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동북아 의료중심국가는 단순히 의료계 종사자들의 소망이나 의료계의 발전에만 국한된 목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 전체에 큰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은, 우리나라를 동북아 의료중심국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성공 가능 요인들이 많이 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 편리하고 잘 갖추어진 교통·수송 인프라, 전반적으로 높은 의료기술 수준, 우수한 자질의 의료인력, 잘 갖추어진 의료제공체계, 높은 수준의 의료 관련 산업(제약, 생명공학, 의료장비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의료수가 수준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성공의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요소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직된 규제 위주의 의료정책, 의료기관들이 경쟁 환경에 노출된 경험 부족, 국제적인 수준에 못 미치는 서비스 수준, 인근 국가들과의 문화적 차이와 아직도 외국인에 배타적인 문화, 의료인력의 미흡한 외국어 구사력 등 언어적 장벽, 의료기관간 질적 수준의 차이가 크다는 점, 우리나라 의료기관과 한국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부정적 인식 등이다.

동북아 의료중심국가 추진이 막연한 꿈이나 구호가 아니고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하고,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도록 정부, 의료계, 관련 산업, 학계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거시적인 차원에서 우리 의료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마스터플랜의 수립이 필요하며 관련 당사자들 간의 역할 분담과 체계적인 추진도 필요하다. 의료 관련 정책과 제도의 차원에서도 동북아 의료중심국가의 추진을 지원하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오늘 논의의 세부 주제인 의료시장 개방 전략, 병원의 영리법인 인정, 민간건강보험 활성화 방안의 논의도 이를 위해 중요한 환경 조성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러한 외부 환경 조성과 함께 의료산업의 핵심인 우리 병원들의 변화와 발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의료시장의 개방 전략

병원협회를 비롯해서 병원 경영자들의 상당수는 의료시장의 개방은 피하기 어려운 대세이며, 부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점에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들보다 앞장서서 빠른 속도로, 전면적으로 의료시장을 개방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며, 급격한 시장개방으로 인한 우리 의료계의 혼란과 충격은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경제특구 내 외국 병원의 유치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원칙적으로 특구 내 병원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옳지 않으며, 특혜 제공에 의한 병원의 유치는 전체 국익 차원에서도 실익이 없을 것이다. 특구 내 병원이 동북아 의료중심국가의 실현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외국 유명 병원의 유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의료계의 발전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의료산업 발전의 주동력원이 될 수는 없으며 어디까지나 특구 내 병원은 경제 특구 활성화라는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우선 충실해야 한다. 동북아 의료중심국가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우리 의료산업 전반에 대한 진흥 정책과 중장기 발전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의료시장의 개방은 일방적인 우리 시장의 개방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경쟁력을 가진 우리 의료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소규모 의료기관의 진출이 힘겹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기반으로 대형 의료기관이나 의료 관련 산업들의 다양한 진출도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진출은 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현지 시장 조사를 포함한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준비와 현지화 계획이 필요하다.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민간건강보험 도입 방안

병원의 영리법인 인정 문제에 대해서 병원계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양한 의료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 경쟁 환경의 조성, 의료기관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 의료산업에 대한 자본 투자 유인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영리 법인 인정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영리 법인 인정이 곧 의료의 공익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공공 의료의 직접적인 위축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실제 영리 법인을 인정해도 높은 투명성을 비롯해서 영리 법인에 대한 여러 가지 사회적 압력, 경쟁 속에서의 높은 효율성과 수익성 유지 등 현실적으로 생존이 쉽지 않은 탓에 많은 영리 의료기관의 출현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한 영리 법인의 인정과 무관하게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의 기능 강화는 의료 시장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것이다. 영리 법인이 아닌, 의료의 공익성을 중시하는 비영리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민간 병원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지원, 특히 병원 건립과 증축 등 자본투자 비용과 주요 의료장비 도입, 의료인력의 교육훈련비 등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노령인구의 급속한 증가, 날로 높아지는 의료 욕구 등으로 인해 국민의료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며, 이를 정부와 공보험의 재정만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지금도 우리 국민들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민간건강보험이 실제로 의료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의료보장체제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민간건강보험이 공보험을 대체하거나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공보험의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한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생명보험회사들이 기존의 정액형 보험이 아니라 실손형 건강보험상품을 발매하게 되면, 병원이 민간건강보험과 직접적인 연계를 맺게 되고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의료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민간건강보험의 활성화가 병원에 미치게 될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의료 이용자, 의료기관, 보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 기존의 공보험 위주로 된 의료보장 재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 효율적 시스템의 구축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동북아의료중심국가와 병원의 변화

지금까지 우리나라 병원들은 국외 환자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내 의료수요의 충족만으로도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의료제공자의 급격한 증가와 어려운 의료경영 환경으로 인하여 수익성이 높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본격적인 경쟁 시장 환경에 노출된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할 만한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으나 아시아의 의료허브를 내세우는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며, 질적인 수준, 그중 진료 수준에서는 이웃한 일본보다 높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심지어는 중국과의 격차도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진료 외적인 서비스에서는 국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제도나 정책의 보완이나 개선만으로 외국인 환자의 적극적인 유치나 내국인의 해외 진료 억제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우리 의료계 전반의 질적 수준 향상과 개선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의료기관들이 스스로 변화하려는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