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적 양심으로 싸워라

박진규
발행날짜: 2005-03-21 06:23:32
의료계와 한의계의 감기치료 포스터를 둘러싼 싸움이 갈수록 일파만파로 확산되면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개원한의사협회의회의 '감기치료는 한방으로'란 포스터가 도화선 역할을 한 이번 갈등은 결국 맞고발 사태까지 불러오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실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은 언제가는 터지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었다. 매년 의료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나누어가질 '파이'는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의 충돌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의료계는 한의사가 CT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환자를 진단하고, 더 나아가 감기 등을 한방으로 치료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명백한 영역침범이며 스스로 한의학의 뿌리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 속에 만연하고 있는 한방에 대한 맹신을 뿌리뽑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한의계는 한의과대학에서 충분한 능력을 습득했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문제될 게 없으며, 감기는 오래전부터 한방에서 치료해왔던 분야이니 만큼 문제삼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감기등 대중질환에 대한 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의료계와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싸움은 쉽게 종결되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진행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의료계가 범대위를 출범을 계기로 한의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이고 한의계도 여기에 강력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한의계가 국민건강을 위해서란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한결같이 '국민들이 내편에 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과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못하다.

"또 싸운다" "양약으로 감기를 치료하던 한약으로 감기를 치료하던 병만 잘 나으면 된다"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니겠냐"며 냉소를 던진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다툼을 자제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에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가슴보다는 논리로, 전문가적 양심으로 싸워야 한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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