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의 사기성 작품(영유아 건강검진)

안용항
발행날짜: 2007-10-23 09:51:17
  • 안용항 의료와 사회포럼 정책위원

공단으로부터 팩스 한 장을 받았다. 그 내용은 영유아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하려고 하는데 4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영유아검진 프로그램이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병의원이 되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영유아검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교육 참가 신청을 했다.

교육 일자가 토요일과 일요일 중 택일 이었어나 토요일에 미리 잡힌 약속 때문에 일요일에 하는 수원아주대학을 선택했다.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이 본인이 사는 동네와 비교적 멀리 있어서 서둘러 출발을 했어나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아주대학 강당이 400석 정도라고 했어나 않을 자리가 없어서 계단에 않아서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사태로 인해서 행사를 담당하는 공단직원들도 약간 당황한듯했다. 아무튼 7개의 강의가 시작되었고 불편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열심히 들었다. 이러한 진지함은 강제적 저수가 정책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부둥치는 모습으로 생각되었다.

영유아검진 프로그램의 전체적 목적은 나라 전체의 영유아의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건강증진을 위한 환자 교육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러한 목적들만 생각하면 바람직한 프로그램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강의가 진행되면 될수록 몇 가지 두려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가 의료보험공단에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의 발육상태 즉 키, 몸무게, 머리 둘레 등을 비롯하여 선천성 질병 여부, 심지어 정신적 문제들 즉 인지장애의 가능성 등이 기록된다는 것이다. 발가벗겨진 내 모습이 공단 컴퓨터에 기록된다고 하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만약 어떤 나쁜 사람이 내 자료를 보고 나의 보여주기 싫은 약점으로 나를 괴롭힌다면... 공단이 모든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 상태를 보관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어쩌면 장차 이러한 자료가 쌓인다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열등인간을 어릴 때부터 선별해버릴 가능성은 없을까? 나쁜 독재적 정치가가 정치에 이것을 이용한다면......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또 한 가지 머리에 떠오르는 두려움은 환자보호자와의 마찰우려였다. 이 검진 프로그램은 정밀한 검사라기보다는 선별검사의 개념과 일반적 건강교육의 개념이 강한 것이지만 만약 어떤 의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선천적 질병을 찾아내지 못하다가 나중에 뚜렷이 증상이 나타날 무렵의 다른 의사가 그것을 진단한 경우 처음 검진한 의사에게 영아의 일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재판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하니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영유아검진이 가벼운 선별검사 정도이므로 검진에서 모든 선천적 질병이 걸러질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영유아 검진이 모든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환자나 판사들이 생각할 경우 의사와 환자간의 영유의 검진에 대한 이러한 생각 차이로 발생하는 충돌은 불가피 한 것이다. 이른 경우 발생하는 충돌이 법정에서 의사의 일부 책임 판결로 되는 순간 그 영아의 일평생을 책임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움추려들게 했다.

마지막 7강의에서 공단에서 나온 강사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1-6강의는 의학적 강의였다면 7강의는 실질적 비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영아들의 검진비용은 15천원 정도 되었고 유아들의 검진비용은 22천원 정도 되었다. 공단 강사는 “영유아검진 받는 날의 다른 진료비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공단의 유권해석입니다.”라는 내용을 듣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엄마들의 입장에 서보자. 공단에서 영유아검진을 받으라고 편지가 왔다. 그래서 검진을 받으러 간다면 순수하게 검진만 받으러 갈 리가 없다. 보통 다른 질병을 치료받으면서 검진을 받을 것이다. 검진 환자가 질병치료를 요구하는데 거절하면 진료거부에 해당 될 것이고 환자는 진료 거부하는 의사들을 비윤리적인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결국 환자와 의사간의 갈등이 벌어 질 수밖에 없고 진료거부로 확정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진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공단은 진료비용만큼 벌게 되는 것이다. 영아 검진 비용이 15천원이라지만 진료비용만큼 빼면 영아 검진비용은 수천원에 불과 한 것이다.

그 순간 강사의 입에서 나오는 ‘선생님’ 소리가 ‘미련한 곰팅이들’을 부르는 소리로 들렸다. 이러한 공단의 사기에 알고도 놀아나야 하는가? 국민을 향한 생색은 공단이 내고 자신들의 새로운 일자리도 더 마련되겠지만 멋진 춤은 미련한 곰(의사)들이 선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의사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거대한 공단의 이러한 조용한 폭력과 사기성이 보이는 지능적 정책에 저항할 방도가 없는 가를 생각해야 한다. 거대한 공단이 싫어면 검진하지 말라는 협박 아닌 협박에 가냘픈 의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다. 거대 공단의 유권해석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 것인가? 그냥 미련하게 춤이나 추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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