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도입 차선이 아닌 차악

이창열
발행날짜: 2004-04-23 12:40:47
  • 의협 등 무익한 색깔론 덧칠로 쟁점 흐려

[특별기획] '뜨거운 감자' 민간보험 무엇이 문제인가<3>

의료공급자인 의사들은 정부의 저수가 및 통제의료정책에 따른 반발로 의료 수요자인 국민들은 낮은 급여 혜택으로 민간보험 상품에 각자 눈을 돌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이라는 빈사 상태의 산모가 정부의 저수가 저급여 정책으로 ‘민간보험’을 출산했으니 옥동자일지 심각한 미숙아일지 지켜볼 일이다. 민간보험을 놓고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와 공보험을 존립 근거로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첨예한 논쟁을 중심으로 민간보험 논의의 좌표를 그려본다.<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1부|의협 민간보험 도입에 사활 걸어
|2부|민간보험사 결코 녹녹치 않다
|3부|민간보험 논쟁…이념의 각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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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소장 이평수)는 22일 ‘민간보험 도입 방안 내부 검토 자료를 통해 “민간보험과 관련된 의협의 주장은 현 건강보험제도의 급여의 형평성과 재정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에 대한 반발이다”며 “이는 의료수요 확대와 건강보험제도의 선택형(책임보험)으로 변경하기 위한 여건조성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센터는 이어 “민영보험은 일정한 이윤과 모집 수당 등 보험료의 약 30%가 경비로 지출되는 반면 사회보험은 필수적인 관리운영비(2004년 4% 수준)을 제외한 국민들의 보험료가 국민의 혜택으로 환원된다”며 “따라서 급여 혜택 범위도 공보험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특히 “민영보험회사는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한다”며 “이에 따라 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사람 즉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는 낮은 보험료를 책정하여 최대한 가입하도록 노력하지만 병에 걸렸거나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 등 위험이 높은 사람의 가입은 거부하거나 아주 높은 보험료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박표균 위원장은 “민간보험사가 영리를 위해서는 시장의 잠식과 독점을 위해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시도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며 “이는 소중한 국민건강권을 자본의 냉혹한 시장에 내동댕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사회복지의 기본 원칙은 자본의 약육강식적 시장논리에 의해 소외된 계층의 기본적 생존권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의미이다”며 “영악한 민간의료자본은 질병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젊은 층, 고소득층만을 공략할 것임으로 노인ㆍ저소득층은 공보험과 민간보험 모두에서 소외되고 유기되고 말 것이다”고 전망했다.

연세의대 보건대학원 김한중 교수는 “민간보험은 이미 도입되어 있어 도입 가부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활성화 대책과 소비자 보호 등 안전장치 마련을 논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민간보험 상품은 결국 소비자 선택에 따라 시장에 반응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놔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정부의 정책 등 개입이 오히려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김원식 교수는 “건강보험제도의 개선에 있어서 시장적 접근방법은 의료시장에 대한 효율화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첩경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건강보험에 관한 정책은 당분간 우리의 현재 상황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안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며 “민간의료보험의 도입만이 현재의 의료시장을 경쟁적으로 유도하여 공적 건강보험의 문제점을 완화하거나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강보험을 단순히 공평사회로 가는 이념적인 탈출구로만 간주하고 사회제도로서의 실체로서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이다”며 “이제는 경직된 공적제도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간의 조화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박사는 “민간보험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며 “클린턴 행정부 당시 공보험(National Insurance)를 도입하려 했으나 민간보험사 등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이어 “서구를 포함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료부문 만큼은 시장에 맡겨 놓으면 보장성에 문제가 있고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에 따르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도 가입할 수 없어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인구가 미국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4,360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다.

자유의료주의자와 사회보험자간에 민간의료보험을 놓고 양자간에 벌어지는 논쟁은 추상적이면서 구체적인 전체 ‘의료시장’을 바라보는 극명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경쟁과 공존’, ‘자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 등의 대립쌍들은 철학의 사변적인 영역을 넘어 의료시장으로 들어왔을 때 정책 목표와 방법, 정책 우선 순위를 달리하며 논쟁은 끊임없는 평행선으로 치닫는다.

여기에 최근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가 현 참여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의료사회주의’라고 매도하듯이 색깔론까지 덧칠되면 정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쟁점마저 흐려지며 무익한 이념논쟁으로 비화되고 만다.

최근 의료계 일부에서 불고 있는 신자유주의 바람에 편승하여 국가 사회보장체계의 기본적인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 만능주의에 빠져 성급하게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된다면 의료계 내부는 물론 절대 다수 국민건강에도 상당한 폐해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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