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 기피의 해법

전철수
발행날짜: 2009-02-19 11:51:28
  • 전철수 의사협회 보험부회장

전철수 부회장
최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 계열의 신규 의료 인력인 전공의의 지원율이 저조한 상태로 이 문제가 국회, 의료계를 중심으로 사회이슈화 되고 있으며,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기피과목에 대한 전문의 수급문제가 심각해져 국민은 기본적인 의료혜택을 보장받을 수 없는 등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2008년 9월 현재 전국의 수련병원 및 기관은 278개소이며, 인턴 3,653명과 레지던트 12,439명이 수련 중이다. 그러나,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최근 3년동안 전공의 확보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전공의 지원 기피과목으로 전락하여 적정수의 전공의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의료인력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2009년 전공의 응시현황을 보더라도 흉부외과의 경우 76명 모집에 18명만이 지원하여 23.7%의 최저의 지원율을 보였으며, 외과의 경우 308명 모집에 165명만이 지원하여 53.6%의 저조한 지원율을 보이고 있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전문과목에 있어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낮은 의료수가로 노력에 비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이러한 문제의 해결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미래, 진료에 따른 여러 가지 위험요인들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현실, 업무에 있어 지나치게 힘겨운 근무조건, 수련과정에 있어서의 극단적인 어려움, 수익성이 낮아 병원들이 고용을 기피함으로 인한 수련 후의 진로 불안, 급격한 의료여건의 변동으로 인한 의료수요의 지나친 대형병원 집중, 지역간 불균형에 따른 삶의 불안정 등 문제의 원인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글에서는 가장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저수가로 인하여 의료시장 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몰락하는 현실에 대한 분석을 주로 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검토해보고저 한다.

건강보험 수가의 현실화가 문제해결 '관건'

현행 건강보험의 수가는 모든 과를 불문하고 건강보험 급여행위에 있어서 원가보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저수가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통한 병원의 수지균형을 맞추도록 강제하여 개별 병원의 평균적인 원가보전은 그래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되어진다. 그러나 개별 병원의 평균적인 원가보전과 각 전문과목의 실질적인 수익성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각 전문과목이 가지고 있는 비급여 의료행위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록 낮은 건강보험수가가 지불되더라도 각 병원들은 비급여를 포함한 원가보전을 하고 있어, 비급여 의료행위가 적은 진료과목들은 개별병원에서 수익성이 적기 때문에 고용의 기회가 박탈되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전문과목들은 의료시장 내에서 생존이 어려워져 전공과목을 이수해도 취직할 자리가 없어지는 악 순환이 계속되게 되는 것이다.

일부 보건경제학자들은 흉부외과나 일반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 들의 수익성이 낮다면 일부 수익성이 좋은 과들의 상대가치를 조정하여 기피과의 상대가치를 올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건강보험의료행위의 상대가치와 환산지수를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보는 부적절한 이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의료행위의 상대가치는 급여의료행위로 평가하여 이에 대한 각 전문과목의 의사업무량, 투입된 진료비용(기타 인력 및 시설, 장비 등에 대한 비용)과 위험도상대가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환산지수는 급여행위뿐만 아니라 비급여 수익(비급여의료행위 뿐만 아닌 장례식장 등 병원의 각종 수익)까지 포함한 경영수지분석을 통하여 원가로 보상하는 개념이다. 즉 상대가치와 환산지수는 급여와 비급여의 카테고리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급여수익이 높아 수익성이 높게 평가되는 진료과목의 상대가치를 줄여 기피과의 상대가치를 올리라는 발상은 의료행위간의 균형을 깨는 부적절한 편의적 개념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현행 기피과의 수가적정화를 가산률의 형태로 조정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에 대해서 일부보건의료인 단체나 시민사회단체들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수가의 인상이고 따라서 이 같은 조정은 환산지수를 결정하기 이전에 이루어져야하며, 환산지수 결정시 인상분 만큼 조정하여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결국 다른 진료 과의 상대가치를 인하하는 것이어서 의료계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워 그간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환산지수를 쐐기로 하여 지나친 저수가 정책과 각종 의료시스템의 정책적 문제로 인한 기피과의 문제를 강제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전체 의료행위간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문제를 야기 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피과에 대한 가산율의 조정이 결과적으로 그 과에 대한 상대가치를 인상시켜주는 효과가 되고, 병원에 대한 수가인상의 효과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국가와 사회가 보건의료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하여 선택해야할 정치적, 정책적 선택의 부분으로 생각해야 된다고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제도는 건강보험법의 도입과 더불어 10여년 째 운영되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상대가치에 대한 적절한 수가가 환산지수를 통하여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이지만, 각 행위에 대한 적절한 상대가치를 산출하는데 있어 근거를 마련하는 것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이를 위해 헌신할 각 전문과목의 전문가들이 많지도 않거니와, 진료비용의 산출을 적정하게 이루어낼 관련 전문가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 각 전문과목간에 의료행위의 형평성 있는 원칙을 정립하는데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의료행위에 대한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전문 학자들 간에 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역량이 집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상대가치제도는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전문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전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상대가치제도는 미국처럼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적정수가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말 그대로 상대적인 가치만 평가하고 적정가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이를 운용하는데 있어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수가의 적정화를 도모하고 정착과 발전과정에 있어 국가와 사회의 많은 정책적 지원이 요청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기피과에 대한 가산율의 조정을 통한 정책적 지원은 상대가치제도 보완의 시금석이 아닐 수 없다. 또 시대에 따라 의료행위의 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적절한 조정(의사업무량의 조정과 행위재분류, 행위재정의 등)도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까지는 인하되어야 할 부분은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인하되고, 인상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이해조차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도모하는 과정이 매우 지난한 과정이었다. 기피과의 문제해결의 모색가운데 각 전문과목간의 상대가치의 적정성을 추구하는 노력이 더욱 가속화 되길 바란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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