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당선자, 선거 후유증 치유에 힘써야"

이창진
발행날짜: 2009-03-23 06:50:06
  • 최악 네거티브 선거…선관위 묶어둔 31표 '시한폭탄'

경만호 당선자가 즐거운 표정으로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제36대 의협회장 선거를 위한 한 달간의 긴 레이스가 경만호 후보의 당선으로 끝이 났다.

이번 선거는 많은 진기록을 남겼다.

기표소 투표결정 불허로 시작해 욕설과 비방이 오고간 네거티브전, 최저의 투표율, 부정대리투표 문제 등 부끄러운 기록으로 얼룩졌다.

투표참여와 몰표 방지책으로 제기된 기표소 투표는 임총 허술한 의사결정과 선관위의 원칙론으로 흐지부지돼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됐으나 법원의 ‘기각’으로 사실상 물거품되며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42.2%라는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여기에는 의협의 위상과 역할을 질타하는 의사들의 냉정한 심판이 포함되어 있다.

선거초반 각 후보들이 집중한 대학병원 선거운동시 교수와 전공의 모두 누가 회장후보로 나왔는지 모른다는 무관심부터 의협이 뭐하는 곳이냐는 무용론까지 차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개원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경제악화로 가뜩이나 힘들어진 의료현실에서 경영수익도 힘든 마당에 누가 되든 굴러간다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

광고 금지·선거포스터 1장, 투표율 저하 숨은 공신

게다가 회원들이 회장후보들 얼굴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용을 핑계로 전문지 광고를 금지하기로 합의한 부분과 선거포스터 1장으로 마무리한 선관위의 소극적 처사 또한 투표율 저하의 숨은 공신(?)으로 평가되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전도 도를 넘어서며 회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의협 내부게시판을 ‘플라자’를 중심으로 후보 진영간 정책 논쟁이 아닌 허물 들추기 식의 감정싸움으로 치달으며 게시판 폐쇄론까지 제기된 상태이다.

선후배로 지낸 사람들이 상대후보 진영을 향한 욕설과 비방으로 글을 도배해 선거에 관심을 갖기 위해 들어온 일부 교수와 개원의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힌 사실은 게시판에서 아무리 물고 뜯고 소리를 지르더라도 이를 지켜보는 구경꾼이 소수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선거 종반에서 발생한 대리투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이번 문제점이다.

내부게시판을 통해 알려진 강남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4명 투표용지의 부정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되며 선거판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듯했다.

하지만 해당병원을 방문해 조사한 선관위가 대리투표 의혹을 사실로 규정했으나 책임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처리하기로 결정해 파장이 커지지 않았다.

투표마감 2일을 앞두고 김세곤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추가 부정대리투표 의혹도 선관위가 같은 입장을 취했다. 단지 문제가 된 5표는 수사의뢰에 대비 증거보존하기로 결정해 개표연기까지 치닫던 논란을 잠재웠다.

개표 과정 중 제기된 필체가 동일한 것으로 보여진 한 대학병원 의국의 31표에 대한 개표 보류도 부정투표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직선제 한계 도출…인터넷 투표 및 간선제 급대두

이번 선거의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회원 참여를 위한 투표방식 개선이다.

선거 시작전부터 이슈화된 기표소 방식과 더불어 인터넷 투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기표소 방식은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만큼 의도적인 부정선거를 일으킬 수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표소 관리의 어려움과 비용문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인터넷 투표의 경우,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 앞에서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간과 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게 특징이나 사이버 투표로 인한 보안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과제는 간선제로의 전환이다.

민의를 받들겠다는 의미의 직선제가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6000표 당선으로 추락했다.

더욱이 우편투표 방식상 수 억 원 대의 예산지출이 불가피한 부분과 네거티브 선거전과 부정투표도 의료계 내부의 불협화음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대한의학회는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과 선거인단 등 500여명의 구성된 의협회장 선거 간선제를 건의안으로 채택해 선거방식의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어 선거 후유증 해소이다.

초반부터 후보들간 감정싸움이 격해지면서 선거 후폭풍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주수호 후보를 겨냥한 내부고발자 문제와 가톨릭 동문인 경만호 당선자와 김세곤 후보간 지속된 감정싸움.

김세곤 후보측은 개표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이나 경만호 당선자와 벌어진 신뢰감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0만 수장 6000표 당선…회장 대표성 회복 시급

경만호 당선자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출마한 후보자들과 조만간 자리를 만들어 선거 후유증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네거티브 선거로 빚어진 후보간 깊어진 골을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의협 회장의 대표성 회복도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이다.

의료계 10만 수장의 6000여표 당선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작업이 차기 집행부의 일순위 현안일 수밖에 없다.

경만호 당선자는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의협에 대한 회원들이 관심이 없다는 의미이다.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고 수가를 얻으면 관심은 저절로 돌아올 것”이라며 의협의 신뢰제고를 핵심현안으로 삼을 뜻을 내비쳤다.

제36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할 수 없겠지만 차기 집행부가 회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한다는게 의료계 내부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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